장종호와 정형근

고신정
발행날짜: 2008-08-07 06:42:35
자질시비, 도덕성 논란 등 갖은 외풍에 시달렸던 장종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이 결국 사퇴를 선택했다.

의료계는 장 원장의 이번 결정을 두고 이런저런 얘기들로 시끄럽다.

"장 원장의 부당 사임은 결국 심평원 노조가 자신들을 개혁하려고 시도한 의사 출신 원장을 쫓아내는데 성공한 것으로 의료계에 크나큰 치욕이다"라는 강경론이 있는가 하면, "얼마나 괴로웠으면 자리를 박차고 나올까"하는 동정론도 있다.

또 일각에서는 복지부와 청와대의 압력에 의한 사퇴라는 외압론도 나온다.

장 원장의 사의표명이 전재희 장관의 임명을 불과 하루 앞둔 시점에서 이루어진데다, 장 원장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새 장관이 업무를 시작하는 데 시끄러운 문제로 걸림돌이 될까 우려하는 마음에서 사표를 제출한 것"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같은 주장이 힘을 얻는 분위기다.

'외압'까지는 모르겠지만 장종호 원장이 이른바 '힘의 논리'에서 밀려난 것만은 사실인것 같다. 장 원장과 유사한 수순을 밟아왔던 정형근 전 의원에 빗대어 보자면, 현실은 냉혹하기 짝이 없다.

아시다시피 공단 이사장 내정자로 알려진 정형근 전 의원 또한 시민사회단체들로부터 숱한 자격검증을 요구받아왔다. 공안 검사출신이라는 과거가 발목을 잡았다는 점도, 건강보험제도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장종호 원장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둘의 종착지는 사뭇 다르다. 장종호 원장은 자의에서든 타의에서든 결국 사퇴하게 됐고, 정형근 전 의원은 암묵적인 지지를 받으면서 공단 이사장 자리를 굳혀가는 분위기다.

힘 없는 장종호 원장은 강한 외풍과 더불어 기관내부에서 휘몰아치는 폭풍을 온몸으로 맞아야 했지만, 정형근 전 의원은 강성으로 분류되는 공단 사회보험노조 내부에서조차 '실세 이사장의 임명'이라는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반대로 정형근 전 의원이 심평원의 원장으로 왔다면, 장종호 원장이 공단 이사장으로 임명됐다면 상황은 또 지금과는 달리지지 않았을까.

아무리 '힘의 논리'대로 돌아가는 것이 순리가 된 세상이라지만, 한번쯤은 다시한번 생각해 볼 시점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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