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는 일은 소등하는 것"

안창욱
발행날짜: 2008-09-22 07:40:59
  • 양길승 원장(녹색병원)

“녹색병원의 큰 비전은 병원을 증축하지 않고, 지역사회 활동과 결합해 살아남는 것이다”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병원장 양길승)이 개원 5주년을 맞았다.

녹색병원이 속한 원진재단은 원진레이온(주)에서 일했던 직업병 환자들을 돕기 위해 1993년 설립된 비영리 공익법인이며, 녹색병원은 산재, 직업병 전문 치료와 연구뿐만 아니라 400병상을 갖춘 지역 중심의 종합병원이다.

그러다보니 녹색병원에는 일반 병상 외에 다른 병원에서 기피하는 직업병병상 42개, 진폐병상 20개, 중환자병상 36개 등을 갖추고 있는 게 특징 가운데 하나다.

또 구 기독병원을 인수할 당시 500병상이던 것을 400병상으로 줄이고 환자 공간을 대폭 확대한 것도, 병상 대부분이 다인실이란 점도 특징이다. 녹색병원은 1인실, 2인실이 각각 2개에 불과하다.

양길승 병원장은 “병원 양극화현상이 두드러지고 중소병원이 몰락하는 어려운 의료 여건에서도 5년간 유지했다”면서 “병원장이 하는 일은 불필요하게 켜진 전원을 끄는 것”이라고 밝혔다.

소위 돈이 되는 진료를 지양하고, 일반 병원에서 기피하는 진료에 치중하다보니 그만큼 비용절감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양 병원장은 “국내에서 제일 좋은 의료기기나 가장 우수한 의료진을 보유했다고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대로변에 있는 것도, 대형병원도 아니지만 남들이 피하는 중환자실, 직업병, 재활에 중점을 둬 왔다”고 자부했다.

특히 양길승 병원장은 병원에서 가장 위치가 좋은 7층에 직업병환자 전문치료 및 재활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병원장실을 지하 2층으로 이전하는 남다른 경영철학을 보여주기도 했다.

녹색병원의 자랑거리 가운데 하나는 진료비가 싸다는 점.

양 병원장은 “병상당 진료비가 다른 병원에 비해 굉장히 낮아 안심한다”면서 “그간 낭비 없는 의료를 했다고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녹색병원 정형외과 전문의가 3명에서 2명으로 줄어든 것도 양 병원장의 경영 철학과 무관치 않다.

양 병원장은 “우리 병원은 교통사고환자가 채 5%도 안된다”면서 “병원은 환자를 수술하고 치료하는 공간이지 보험금을 타기 위해 장기 입원하는 곳이 아니다”고 못 박았다.

교통사고환자들이 음주를 하는 등 환자답지 않은 행동을 하거나 치료가 필요하지 않은데도 장기 입원을 하려고 하면 바로 퇴원 조치하면서 가짜환자들은 버틸 재간이 없다.

사회적 비용을 줄여야 우리나라 의료의 미래가 있다는 게 양길승 병원장의 소신이다.

그는 “병원 진료 수입이 적어 우리도 힘들다”면서 “실제 의료수가가 낮은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는 의료수가를 인상해 달라고 요구하기에는 두가지가 모자란다고 꼬집었다.

그는 “수가 인상을 요구하기 위해서는 병원 경영을 투명화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점이 있고, 사회적 약자가 아닌데 그런 것처럼 말하면 사람들이 공감하겠느냐”면서 “의료는 신뢰가 생명인 만큼 더 많이 봉사하고 국민들을 설득해 인정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녹색병원의 더 큰 비전은 지역사회 활동과 결합하는 것이다.

양길승 병원장은 “전체 직원 380명이 지역사회에서 한 가지 봉사활동을 꾸준히 하면 시민들이 녹색병원을 싫어하겠느냐”면서 “이렇게 하면 살아남지 않으려고 해도 살아남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실제 녹색병원은 봉사활동을 많이 하면 할수록 인사고가를 주고, 신규직원의 봉사활동을 의무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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