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도전하자

우봉식
발행날짜: 2009-01-01 07:00:53
  • 우봉식 노원구의사회장

세계적인 금융위기와 그로 인한 실물경제의 위축으로 소비 심리가 1930년대 대공황에 버금가는 정도로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급기야 몸이 아파도 병원가기 꺼린다는 기사가 여기 저기 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경제 위기의 여파가 건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세계적 경제 위기의 원인을 두고 설왕설래하는 가운데 2008년 <교수신문>이 선정한 올해의 사자성어로 '호질기의(護疾忌醫)'가 선정되었다고 한다. 이는 '병이 있는데도 의사에게 보여 치료받기를 꺼린다'는 뜻으로, 중국 북송시대 유학자 주돈이가 통서(通書)에서 남의 충고를 귀담아 듣지 않는 세태를 비판하면서 "요즘 사람들은 잘못이 있어도 다른 사람들이 바로잡아 주는 것을 기뻐하지 않는다. 이는 마치 병을 감싸 안아 숨기면서 의원을 기피해 자신의 몸을 망치면서도 깨닫지 못하는 것과 같다"고 말 한데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글로벌 경제뿐만 아니라 한국의료의 현실도 이와 비슷한 상황인 것 같다. 지난 10년 동안 형평(衡平)의 망령에 짓눌려 정부로부터 통제 위주의 정책을 강요당한 끝에 급속하게 침체의 길을 걷고 있는 한국 의료의 오늘날 현실을 보면서, 중병을 앓고 있는 한국 의료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정부가 그 동안 의료정책의 문제점을 이제라도 드러내 놓고 구체적으로 잘못된 점들을 고쳐 나아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

정부의 획일적 수가 정책을 비웃듯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초대형화로 맞서는 대형병원, 흉부외과·산부인과·외과 등 지원 동기를 상실한 전문과들의 전공의 지원 기피 사태, 정책의 시류에 따라 요양병원 등으로 변신하면서 근근이 생명을 연장해가거나 소멸하는 중소병원, 이원화된 의료체계나 전공과목간 경계를 넘나들며 무한 경쟁에 돌입하고 있는 임상 각과 및 개원의... 이 모든 것들이 그 동안 잘못된 정부 정책에 대한 ‘시장의 반격’으로 이 시대에 나타난 한국의료의 왜곡 현상이다.

정부는 '지난 30년의 성공적 건강보험 성과' 운운하면서 수년 후면 마주 치게 될 '고비용 저효율'의 심각한 의료위기 상황을 더 이상 외면하면 안된다. 그 때가 되면 한국의료의 성장 동력은 급속히 사라져 버리게 될 것이다. 이제는 그리 시간이 많아 보이지 않는다. 정부와 의료계가 서로 힘을 합쳐 지금의 위기 상황을 타개해 나가려는 공동의 선언을 하고 힘을 합쳐서 위기극복에 앞장서야 한다.

안이한 현실 인식에 근거하여 좋은 게 좋은 식으로 대응하는 정부 못지않게 또 다른 핵심 주축인 의사협회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의료계의 근간이 되는 조직인 의사협회는 지금 붕괴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다수 회원으로부터 외면당하면서 회비 납부율이 급격히 저하되고 있다. 회원들이 의협을 외면하는 이유를 냉정히 살펴보아야 한다. 거시적인 안목의 부재로 의미 없는 대정부소모전으로 인해 정권교체로 인해 마련된 정책 기조 변화의 호기를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올 한해는 전 세계적으로도 힘들고 고통스런 한 해로 기록될 듯 싶다. 그래서 그런 탓인지 올 겨울은 예년에 비해 더욱 춥게 느껴진다. 겨울 한파와 경기 위축에 고통 받는 의사회원이 더욱 더 늘어나지나 않을까 노심초사 걱정이 앞서는 겨울이다.


새해 아침 이런 저런 걱정 속에 해맞이를 나가 새로운 한해를 설계해 본다. 새해 첫 해가 떠오르기도 전에 벌써 주변이 환하게 밝아온다. 시린 손을 호호불면서 기축년 신년의 첫 해를 기다리며 의료계의 밝은 미래를 기원해 본다. 기다리는 사이 어느새 저 멀리 산봉우리 사이로 붉은 태양이 힘차게 떠오른다. 항상 그 모습 그대로인 태양이지만 오늘 아침 맞이하는 태양은 왠지 다르게 느껴진다.

"그래 우리가 여기서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지 않는가!!" 힘차게 떠오르는 태양을 보면서 마음속에 새로운 힘이 용솟음치는 것을 느낀다. 지금의 어려움을 딛고 새로운 미래를 열어나가기 위해 다시 신발 끈을 조여매자. "인간은 패배했을 때 끝나는 것이 아니라 포기할 때 끝나는 것이다"는 리차드 닉슨의 말이 생각나는 새해 아침이다.

오피니언 기사

댓글

댓글운영규칙
댓글을 입력해 주세요.
더보기
약관을 동의해주세요.
닫기
댓글운영규칙
댓글은 로그인 후 댓글을 남기실 수 있으며 전체 아이디가 노출되지 않습니다.
ex) medi****** 아이디 앞 네자리 표기 이외 * 처리
댓글 삭제기준 다음의 경우 사전 통보없이 삭제하고 아이디 이용정지 또는 영구 가입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1. 저작권・인격권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
2. 상용프로그램의 등록과 게재, 배포를 안내하는 게시물
3. 타인 또는 제3자의 저작권 및 기타 권리를 침해한 내용을 담은 게시물
4. 욕설 및 비방, 음란성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