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절차를 통한 병원 살리기

장기영
발행날짜: 2009-05-04 06:40:49
  • 장기영 법무법인 조율 변호사

요즘 개원가에서 재정 사정이 좋은 곳을 찾기가 쉽지 않다. 특히 의원급 규모보다는 병원급 규모의 상태가 더 심각하다. 가까운 예로 ‘ㄱ’ 병원의 A원장의 사례를 들 수 있다. 수입이 좋다고 알려진 분야를 전공한 A씨는 금융위기 발생하기 1~2년 전에 대규모 차입을 하였다. 그 자금으로 나름 목 좋다는 동네에 사무실을 구해, 고급 인테리어를 하고 최고급 의료설비도 설치했다. 처음에는 그런대로 유지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작년 하반기부터 갑자기 환자가 줄기 시작하더니, 현재는 금융기관 이자도 부담하기 어려운 지경이 됐다.

여기까지만 진행되었으면 그래도 괜찮은 편이다. A씨와 비슷한 처지인 B씨는 한 발 더 나갔다. 그는 우선 급한 대로 부모형제, 처가, 일가친척, 친구들에게 얼마의 운영자금을 빌렸는데, 그 자금은 금방 동이 나 버렸다. B씨는 몇 달만 버티면 괜찮아질 것이라는 생각으로 이자로 월 1할을 물리는 사채까지 얻어 썼다. 예상대로 B씨는 사채 이자를 제대로 내지 못 했고, 이제는 사무실에 들락거리는 사채업자들의 모습이 그나마 내원하던 환자들마저 발길을 돌리게 하고 있는 형편이다.

A씨나 B씨 같은 경우의 부채규모는 보통 10~20억 원이 넘는다. 이런 분들은 한꺼번에 채무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하는 파산신청까지도 고려하게 된다. 그러나 파산절차를 거치면, 그 동안 쌓아놓았던 유・무형의 재산도 모두 사라지게 되므로 득책이라 할 수는 없다. 결국 제도권 내의 절차 중에서, 이런 분들에게 남은 가장 좋은 선택은 회생절차라 할 수 있겠다.

A씨나 B씨는 의료법인 아닌 병원의 대표로 계신 분들이다. 즉 법률상으로는 단지 개인사업자이다. 그러므로 회생계획에 대한 채권자들의 결의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는 개인회생절차를 밟을 수도 있다. 그러나 담보부채무가 10억 원 이상이거나, 무담보부채무가 5억 원 이상인 경우에는 - 양자 중 어느 하나라도 해당되는 경우에는 - 보통의 회사들이 진행하는 일반회생절차를 통하여야 한다.

회생절차를 통하게 될 때의 좋은 점을 들자면 다음과 같다. 최근 부동산 등의 가격하락으로 인해 담보부채무 중 상당 부분은 무담보부채무로 전환될 수 있다. 물론 감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무담보부채무의 상당 부분은 탕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담보채권의 경우 원금 감면은 어렵겠지만, 거치기간이나 낮은 금리의 혜택을 부여받을 수도 있다. 채무 상환은 통상 회생계획이 개시된 1차년도 말부터 개시되므로, 올해 신청하면 2010년 12월말부터 채무를 상환해 가면 된다. 참고로 신청한 당해 연도는 준비년도라 불린다.

감당하기 어려운 계약은 해지하거나 해제할 수 있다. 또한 병원의 경영자는, 과거의 회사정리절차에서와는 달리, 병원의 대표자에서 ‘관리인’으로 명칭만 변경될 뿐 회생절차 개시전과 거의 동일하게 병원을 경영할 수 있다(기존 경영자 관리인제도의 도입).

강제집행이나 가압류・가처분 등은 어떻게 되는가가 궁금할 것이다. 법원으로부터 포괄적 금지명령을 받게 되면, 채권자의 강제집행·가압류·가처분 등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다. 건강보험급여나 병원의 통장에 대한 가압류를 당한 경우라면, 이에 대한 취소나 중지명령을 받아 내어 긴급한 병원운영자금을 쓸 수 있다.

보전명령으로 인해 채무자의 재산이 동결되기는 하지만, 법원은 일상적인 자금 집행에 대해서는 어렵지 않게 허가를 내어준다. 또한 보전명령이 내려진 후에 부도난 수표에 대해서는 부정수표단속법상의 처벌까지도 면할 수 있다. 이런 정도라면 병원을 충분히 살릴 수 있다. 그리고 2년 연속 이익을 실현하면 보통은 회생절차가 조기 종결되므로, 정상적인 병원으로 돌아갈 수 있다.

한편 병원장의 지인이나 병원의 관계인이 병원장의 채무에 대해 연대보증을 선 경우가 많을 것이다. 이 경우 그 개인에 대한 회생절차도 같이 진행하는 것이 그 사람도 살리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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