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격차 심화…"내년 전공의 지원율 더 떨어질 것"
|기획특집| 외과·흉부외과 수가 인상 1년지방대병원의 외과, 흉부외과 교수들의 불만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대표적인 전공의 기피과목인 외과, 흉부외과 수가를 인상한지 7월 1일자로 1년을 맞았다. 이에 따라 메디칼타임즈는 수가 인상이 상급종합병원 진료비 수입에 미친 영향을 분석하고, 수가 인상에 따른 진료비 증가분이 당초 취지에 맞게 쓰여지고 있는지 점검했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상)빅5만 수가 인상효과, 빈익빈 부익부 심화
(하)수입 보존 급급한 병원…속 타는 임상교수들
전공의 지원율을 높이기 위해 수가를 인상한지 1년이 지났지만 병원장들이 진료수입 증가로 생긴 돈 보따리를 풀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의 A국립대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5일 “얼마 전 전국 국립대병원 흉부외과 과장 회의를 했는데 수가 인상분을 제대로 활용하는 병원이 전무했다”면서 “오죽하면 병원장 감사를 청구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겠느냐”고 하소연했다.
지난해 7월 흉부외과 수가를 100% 가산했음에도 불구하고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병원 차원에서 이렇다 할 지원책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2011년도 전공의 지원이 코 앞으로 다가오자 실제 지방대병원 흉부외과는 비상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가 인상 이후 서울 ‘빅5’와 지방대병원간 진료수입, 내원일수 등에서 격차가 더욱 벌어지는 양상이다.
여기에다 전공의에 대한 월급 인상에서도 서울과 지방은 두배 가까이 차이를 드러내고 있는 상황이다.
지방의 B대학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수가가 올랐지만 지방대병원은 전공의 급여를 인상한 것 외에는 전문의 처우를 개선하거나 의국 지원, 과 발전기금 적립 등 실질적인 지원책을 거의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서울 대형병원의 경우 흉부외과 전공의 월급을 300만원 이상 인상했지만 지방은 150만원 안팎으로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는 “이대로 가다가는 내년 전공의 지원율이 더 떨어질 게 자명하다”고 지적했다.
C대학병원 흉부외과 교수도 “지방대병원들은 전공의 지원자도 적고, 월급 인상율도 낮아 이왕 흉부외과를 전공하려면 서울에서 하겠다는 인턴들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면서 “지방 병원들은 수가 인상으로 전공의 지원율이 더 떨어질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처럼 사정이 급박해지자 국립대병원 흉부외과 과장들은 지난 6월 각 병원장들에게 수가 인상분을 원래 취지대로 사용해 줄 것을 강력 요청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국립대병원 흉부외과 교수들은 흉부외과를 살리기 위해 수가를 인상한 만큼 본래 취재대로 사용해야 한다는 변호사의 공증까지 첨부해 병원장들을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A국립대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타과와 수가 형평성이 맞지 않아 이를 개선하기 위해 수가를 인상했는데 병원장들은 흉부외과 전공의, 전문의만 지원책을 강구하면 타과와의 형성평에 맞지 않는다는 말도 안되는 핑계를 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등은 수술건수가 지방의 10배가 넘고, 수가 인상분 지원책도 지방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면서 “하지만 적으면 적은대로 병원 실정에 맞게 투자를 하면 되는데 그게 안되니까 더 희망이 없는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지방 흉부외과는 수가 인상후 더 고사될 위기에 처한 게 사실이지만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빚어지더라도 수가 인상은 타당한 정책”이라면서 “원래 취지를 살리고, 응급센터에 흉부외과 전문의 근무를 의무화하는 등 일자리를 늘리면 전공의 지원율도 자연 좋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흉부외과학회(이사장 안혁)도 조만간 전체 수련병원을 대상으로 수가 인상분 사용 실태를 재조사해 결과를 분석한 후 흉부외과 지원책이 미진한 병원에 대해서는 복지부 감사를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은 외과도 비슷하다.
대한외과학회(이사장 이민혁)가 올해 상반기 전국의 100개 수련병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93%가 매월 외과 전공의들에게 특별수당을 지급하고 있었지만 지급 액수는 50만원 대부터 200만원 대까지 편차가 컸다.
전공의 후생복지(의국비, 도서 전산비, 학회 참석 특별지원 등)에 지원하는 병원은 23%에 불과했으며, 외과 보조인력(PA, 의국 비서, 의무기록사 등)을 충원한 병원 역시 59%에 지나지 않았다.
수련병원 82%는 전공의 근무시간을 단축하지 않았고, 78%는 전공의 실제 교육시간에 변화가 없었다.
전공의 이외에 전임의, 전문의에게 특별수당을 지급한 병원은 각각 38%, 29%로 극히 낮았고, 이들의 후생복지를 위해 추가 지원한 수련병원은 채 10%가 되지 않았다.
C대학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수가 인상후 전공의 월급을 150만원 인상해 병원장에게 서울 수준으로 인상해야 한다고 수차례 요구했지만 반영되지 않고 있다”면서 “내 월급을 보태고 싶은 심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병원마다 사정이 다르다보니 흉부외과 의사들이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게 더 안타까운 현실”이라면서 “지방 의료 기반이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환기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