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보건센터 등 활동 영역 다양…새로운 접근 요구
|기획|공보의 배치 재논의가 필요하다“보건지소에서 근무하는 중에 일반진료를 요구받았다. 환자를 진료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내가 일반진료를 함으로써 동네의원을 죽이는 꼴이 되는 게 혼란스럽다. 몇 년 뒷면 나 또한 보건지소 공중보건의사와 경쟁해야하는 개원의가 될 텐데 참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의료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공중보건의사의 배치에도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지역 내 건강지킴이 역활을 하고 있는 1차 의료기관의 증가로 의료취약지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반면 공보의들은 과거에 비해 늘었기 때문이다. 메디칼타임즈는 공보의 배치에 문제점은 없는지 문제점을 진단해보고 향후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해본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상)편법 난무하는 공보의 배치
(중)배치 기준 과연 적절한가
(하)장기적인 플랜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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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지소에서 복무 중이 모 지역 공보의의 말이다. 그는 공공의료를 위해 존재해야 하는 공보의가 지역 내 의료기관과 경쟁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 의사로서 괴리감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최근 이 같은 사례가 반복되면서 공보의협의회 내부에선 진료 이외 다양한 분야로 배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농특법(농어촌보건의료를 위한 특별조치법)제정을 통해 무의촌 해소를 위해 공보의를 배치했지만 의료 환경의 변화로 과거에 비해 무의촌이 줄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공보의협의회는 최근 의사협회 산하 의료정책연구소에 ‘공중보건의사 잉여인력 활용 방안에 관한 연구‘이라는 주제의 연구과제를 통해 공보의 배치에 대한 새로운 제안을 했다.
국제협력의사, 정부파견의사 제도를 통한 국제보건의사 제도 등이 바로 그것이다.
즉, 현재 보건소 및 보건지소, 민간병원 내 공보의 배치는 공공의 목적에서 벗어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는 만큼 이제 새로운 배치기준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예를 들면 최근 아이티 사태를 비롯해 인도네시아 쓰나미, 파키스탄 지진 등의 해외 재난 발생시 공보의들이 투입돼 해외 재난 구호에 나서는 것도 우리나라의 위상을 높이는 공공의료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된다는 것이다.
또한 공보의협의회는 국제보건 전문 인력으로 양성하거나 외교공무원 등 재외 국민의 건강권을 보호하는 업무도 공보의들이 주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모 공보의는 “진료업무를 통해 무의촌을 없애자는 식의 접근이 아닌 향후 30년 혹은 50년을 내다보는 식의 정부 정책을 개발하는 데에도 공보의들이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실제로 정부기관에서 복무를 하면서 의사의 역할이 진료 이외에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공보의협의회 박광선 회장은 "국내에서 같은 의사들끼리 경쟁하는 구도를 만들기 보다는 국제보건의사제도 등을 통해 의사들이 기여할 수 있는 다른 역할을 찾아야한다"며 "보다 시야를 넓게 보고 새로운 분야를 찾는다면 더욱 다양하고 중요한 업무를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허대석 원장은 “최근 교통의 발전을 통해 1~2시간 내에 의료기에 도달하지 못할 곳이 거의 사라졌다”며 “현재 정부가 바라보고 있는 무의촌이라는 개념은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의료환경의 변화로 무의촌이라는 개념이 과거와 달라진 상황에서 공공의료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한 재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과거 무의촌에서 진료를 하는 것은 공공의료가 맞았지만, 이미 병의원의 증가와 교통의 발달로 무의촌 개념이 모호해진 상황에서 보건소에서 근무하는 게 공공의 이익인지는 살펴봐야 한다”며 “일각에서 공보의가 민간병원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는 것은 국가적으로 안타까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복지부 관계자는 “공보의들을 어떻게 배치하는 게 적절할 것인가에 대한 검토는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공보의 배치는 도서벽지 내 진료업무에 초점을 두고 있어 다른 분야로의 진출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된 바가 없다”고 했다.
허대석 보건의료연구원장 |
“진료만이 의사의 역할이 아니다. 교육, 연구도 의사의 핵심 역할로 공보의 인력을 이 분야에 배치해 공공의료의 질을 높일 수 있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 허대석 원장은 7일 메디게이트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의사의 역할을 진료라는 한정된 분야에만 가둬둘 필요는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의사가 반드시 진료를 통해서만 공공의료에 기여하는 게 아니며 우리나라에 필요한 의료정책을 세우는 등의 역할 또한 공보의들의 몫이라고 했다. 그는 “사실 민간기관에서 보건정책을 세우거나 연구하는 등의 업무를 하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며 “이 부분에서 공보의들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만약 제약회사에서 신약개발 연구를 하는 데 공보의가 배치된다면 문제이지만 보건의료 분야에도 공적인 연구가 필요한 곳이 많다”며 “실제로 보건의료연구원에도 작년부터 공보의가 배치돼 근무하고 있는데 상당히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그는 공보의들이 공공의료의 교육에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가령, 최근 병원감염 문제가 이슈가 됐을 때 민간 의료기관에 있는 의사들을 대상으로 세균감염에 대한 대처법을 공지하는 등의 교육을 하는 식이 그 예다. 허 원장은 “공보의들은 의사 면허를 소지한 자로서 공공의 목적에 맞게 업무를 맡으면 된다고 본다”며 “진료 업무 이외에 다양한 분야로의 진출을 통해서도 공공의료 역할을 할 수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