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수단 인식 대세…전문가·환자 네트워크는 '아직'
[특별기획] 소셜한 스마트 세상이 보건의료 지도바꾼다전국의 복합통증증후군(CRPS) 환자와 가족들이 CRPS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서로를 위로하고, 효과적인 통증 관리법과 최신 치료기술을 공유한다.
스마트폰과 소셜네트워크는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이끄는 쌍두마차다. 건강보험 제도의 틀 속에서 보수적일 수밖에 없는 보건의료영역도 예외는 아니다. 전통적인 환자와 의사의 관계에 균열의 조짐이 보이고 있으며, 새로운 의료기술의 발전을 돕고 있다. 보건의료계의 스마트폰과 소셜네트워크 활용 현황과 함께 문제점은 없는지 살펴본다.
-----------<글 싣는 순서>-----------
(상) 보건의료계에 부는 스마트 바람
(중) 소셜네트워크는 현재 진행형
(하) 소셜 스마트 과열, 부작용 막아라
반대로 나라별로는 한정적일 수밖에 없는 CRPS 담당 의사들은 '의사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전 세계의 전문가를 만나 치료법을 고민하고, 최신 술기를 습득한다.
이런 사회가 얼마남지 않았다. 웹이라는 공간 속에서 만들어지는 사회적 관계인 소셜네트워크의 등장은 보건의료 영역에서도 새로운 도전과 기회가 될 전망이다.
소셜네트워크는 개인으로서는 한정적일 수밖에 없는 지식과 정보를 서로 공유해 새로운 치료법 개발을 돕는 것은 물론, 환자들간의 연대의식도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트위터, 페이스북, 유투브 등 외국계 SNS뿐 아니라 국내의 네이버 '미투데이', 다음 '요즘은', 네이트 '커넥팅' 등도 가입자를 폭발적으로 늘려가고 있다. 특히 소셜네트워크는 스마트폰이라는 날개까지 얻었다.
의료계 소셜네트워크 확산…홍보용?
보건의료영역에서도 소셜네트워크는 관심이 집중되는 분야이다. 일부는 홍보수단, 일부는 환자와 소통수단으로 소셜네트워크를 점차 적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e-med팀 권태완 팀장이 최근 종합병원 298개 기관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19곳이 블로그, 10곳이 트위터, 2곳이 유투브, 1곳이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미국 베스트병원으로 꼽힌 21개 병원에 대한 조사에서는 11곳이 트위터를, 10곳이 유투브, 12곳이 페이스북을 사용한다는 조사결과와는 거리가 있다.
하지만 점차 사용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는 분명하다. 트위터를 운영하는 세브란스병원은 2333명의 팔로워(follower)가 연결돼 있으며, 가톨릭대중앙의료원이 1709명,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이 1655명, 서울아산병원이 1321명, 천안충무병원이 1068명이 교류하고 있었다.
천안충무병원 관계자는 "8월경에 개통한 트위터를 통해 건강검진 시간을 안내하고 생활상식, 건강상식, 지역소식을 전하고 있다"면서 "천안시 등 지역 트위터와 연결되면서 팔로워가 늘었다"고 말했다.
지역병원의 지역 소셜네트워크와 긴밀한 유대관계가 서울 등 대형병원으로의 환자유출을 막는 역할이 기대되는 측면.
최근 개원한 부산의 온종합병원은 트위터를 통해 다이렉트 메시지를 발송해 진료예약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정근 병원장은 "스마트폰과 트위터를 이용해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진료예약이 가능하므로 고객 만족도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향후 트위터를 활용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개원가에서도 트위터를 개설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 본격적인 홍보의 목적이 두드러진다. 특히 블로그와 카페, 미니홈피 등의 입소문을 이용한 바이럴 마케팅 업체들이 SNS마케팅을 접목해 전문적으로 트위터를 관리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환자·의사 전문 소셜네트워크 가능성은?
하지만 이러한 홍보수단으로서의 소셜네트워크는 한계가 뚜렷하다. 사회적 관계 맺음이라는 기본 원리에 비켜있는 탓이다.
LG 경제연구원 고은지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해외에서 소셜네트워크가 의사와 환자의 관계 등을 변화시키는 현상을 주목했다.
우선 과거 일부 환우회 등을 통해 의료정보를 주고받던 환자들이 스마트폰의 도입 등으로 같은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를 찾고 증상을 공유하고 나섰다. 또한 의사들이 직접 소셜미디어를 관리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환자와 의사 사이에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통로가 되고 있다.
이렇듯 환자와 의사관계에 새로운 네트워크가 만들어 지면서 과거 수동적으로 의사가 주는 정보를 수용했던 환자들이 보다 능동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얻고 있다는 것이 고 연구원의 분석이다.
해외 사례에서도 이러한 적극적인 소통의 모습이 두드러진다. 미국의 'PatientsLikeMe'(나와 같은 환자)라는 소셜네트워크 사이트는 유사한 건강상태에 있는 사람들이 어떤 의사에게 진료받는지와 상관없이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나눌 수 있다.
'DailyStrength'라는 소셜네트워크는 유익한 정보를 공유하는 회원에게 가상의 'Hug'를 제공해 환자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자가 건강관리로 이어지도록 돕는다 .
반면 'Sermo'는 미국의 약 11만 5000명의 회원을 보유한 의사 소셜네트워크로, 의사들은 신약, 신기술, 질환 치료에 대해 최신 지견을 공유하고 필요한 경우 실시간 설문조사도 진행한다.
고 연구원은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환자들의 교류가 활발해지고, 의사와의 상담도 보다 쉬워지고 있다"면서 "궁극적으로 환자 중심적 의료 환경을 구현하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네트워크가 자리잡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많은 환자들을 진료해야 하며, 의사와 환자간의 신뢰관계가 깨어진 한국의 의료제도 속에서 상호 소통을 기반으로 하는 소셜네트워크 활성화가 가능할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