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의원회를 개혁해야 의사협회가 바뀐다"

박진규
발행날짜: 2011-04-19 06:49:29
  • 대의원회, 민의와 엇박자…의사협회 갈등의 씨앗

|진단=의사협회 무엇이 문제인가|

의사협회 경만호 집행부가 또다시 비리 의혹에 휘말려 곤욕을 치르고 있다. 24일 정기대의원총회가 순탄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집행부는 '설날 와인 선물' 매입 과정에 일부 미숙한 점이 있었지만 비리는 없다고 항변하지만, 회원들의 의심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집행부 흔들기가 도를 넘었다며 이런 상황이라면 그 누구도 견뎌내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회장이 바뀔 때마다 되풀이되는 '집안싸움'으로 멍드는 의사협회를 진단해본다.

<상> 내부고발의 짙은 그늘
<하> 민심을 거스르는 대의원회
지난해 의사협회 정기대의원총회 모습.
의사협회 갈등의 중심에 대의원회가 있다.

대의원회는 의사협회 최고의 의사결정 기구로서 의사협회의 개혁을 주도할 수도, 최대 걸림돌이 될 수 도 있다.

지금의 상황은 후자 쪽에 가깝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장동익 전 회장 낙마 직전의 상황을 짚어보자.

당시 장동익 집행부는 온갖 비리 의혹에 휩싸여 회원들의 신임을 잃은 상태였다.

하지만 대의원회는 정기총회에서 이를 외면함으로써 사태를 악화시켰다.

결국 얼마 안가 정치권 로비 의혹이 터져 의사협회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결과론적이지만 당시 대의원총회에서 장동익 회장을 불신임했다면 의사협회의 피해를 최소한으로 막을 수 있었다.

대의원회는 또 경만호 집행부 위기의 단초를 제공했다.

2009년 4월 열린 정기총회에서 회장선거 방식을 직선제에서 간선제로 변경하는 정관개정안 통과가 그것이다.

일부 회원들은 간선제 정관개정 취소 소송을 제기하며 강력하게 맞서는 한편 경만호 집행부가 이를 무효화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경만호 집행부는 간선제 문제는 대의원회의 결정사항이고 집행부가 관여할 문제가 아니라며 한발 물러섰다.

이 때 회원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을 초래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 사건을 계기로 회원들은 경만호 집행부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의원회는 언제나 민초 의사들의 뜻과는 반대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였다"며 "대의원회를 개혁해야 의사협회를 개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대의원을 선출하는 방법에서부터 시작된다.

현행 의사협회 정관에 대의원은 직선제가 원칙이지만 일부 시도를 제외하고는 모두 간선제로 선출되고 있는 현실이다.

또한 특정 의대와 직군이 대의원직을 거의 독점하면서 한번 대의원이 되면 계속해서 대의원직을 유지하는 폐해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민의에는 관심이 없고 자신들의 기득권과 이익을 지키는데 몰두하게 됐다는 것이 일반적인 지적이다.

한 지역의사회 관계자는 "지금처럼 대의원회가 제 밥그릇 챙기는 일에만 몰두해서는 안된다. 사명감을 가진 이들이 더 많이 진출할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장벽을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의사협회를 개혁하려면 대의원회를 개혁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도의사회장 선출방법부터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또 "대의원회는 의사협회 집행부를 불신임할 권한이 있지만 대의원회를 견제할 장치는 아무데도 없다"며 "집행부가 대의원회를 해산할 수 있도록 정관에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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