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접고, 의료기 CEO 변신해 '대박'

발행날짜: 2011-06-08 06:26:38
  • 닥터킴 김기천 대표 "의사 출신 강점 살렸죠"

무영램프 제조업체 '닥터킴'의 김기천 대표. 의사 직함을 버리고 의료기기 생산에 들어선지 5년만에 헤드 램프 국내 시장을 석권하는 등 CEO로서 새 삶을 꾸려가고 있다.
기계공학 졸업 후 서른 살 늦깎이 나이로 의대 입학. 그리고 가정의학과 원장에서 의료기기 업체 CEO로…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웃어보이는 사람이 있다. 앞길 고민해 봐야 머리만 아플 뿐이니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하라고 말하는 사람.

바로 김기천 원장이다. 의원 문을 닫았으니 이젠 김기천 대표라고 불러야 한다. '무영 램프'라는 의료기기를 제조하는 '닥터킴' 대표다.

얼마 전엔 반가운 소식을 접했다. 2011년 규제개혁 과제 국민제안 공모전에서 '1등급 의료기기 분류의 세분화'라는 주제로 우수상을 받은 것. 김 대표가 지천명의 나이에 '전성기'를 맞고 있다.

"의학적 지식과 공대 지식 합쳐보자" CEO의 시작은

김진천 대표는 개원 후 고생을 많이 했다. 처음 개원한 것은 1997년. 김포에 개원했다가 여의치 않아 서울 개봉동으로 이전했지만 결국 망했다.

근처에 다시 가정의학과를 개원해 2005년까지 '뼈 빠지게' 일했지만 힘만들었지 수중에 돈은 안 들어왔다.

"한번 망한 이후 5년간 더 개원하면서 하루 30~40명의 환자를 보는데 현상 유지만 될 뿐 아무 것도 남는 게 없더라구요."

김 대표가 무영램프의 기능을 설명하고 있다. 무영램프에는 루뻬와 텔레스코프 등이 장착 가능해 사용자의 편의성을 높였다는 평이다.
김 대표는 그때 느꼈다. 힘들게 일하느니 차라리 기계공학을 공부했던 전공과 의학적 지식을 합쳐 사업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

그렇게 시작된 게 바로 '무영 램프'의 시초였다. 무영(無影) 램프, 말 그대로 그림자가 생기지 않는 램프다.

설계를 배우고 1년여 간 시행착오 끝에 시제품을 내놓자 성공에 대한 확신이 생겼다. 투잡으로 하던 가정의학과를 2006년 그만두고 아예 전업 CEO로 나섰다.

승승장구? 즐겼을 뿐인데…

의학적 지식과 공대 기술을 접목해 기기를 개발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순전히 설계를 즐겼기 때문. 의대생 시절부터 원터치 플러그 콘센트부터 약 분배기까지 특허받은 제품이 서너개나 된다.

'무영 램프'도 단순한 개발 동기에서 시작됐다.

"가정의학과라서 귀와 코, 목을 자주 봤습니다. 기존의 헤드 램프는 기구만 들이대면 그림자가 생겨서 진료하는 데 애를 먹은 적이 한두번이 아니에요. 그래서 그림자가 생기지 않는 램프 개발에 착수하게 된 거죠."

그렇게 만들어진 '무영 램프'는 어디에도 없었던 기기다. LED 램프를 두개 연결해 그림자를 없애는 단순한 구조지만 아무도 만들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 여기에 루뻬와 텔레스코프도 장착이 가능해 진료에 편의성을 더했다.

'의사'의 입장에서 만들어낸 무영램프는 2006년 출시 당시부터 인기 조짐을 보이더니 지난 3년간 매년 100%씩 수출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런 공로로 중기청 주관의 수출 기업화 사업에 3년 연속 선정되기도 했다.

무영램프는 수입산 헤드 램프 가격의 70%에 불과하면서도 성능이 좋아 개원가에만 1500대 이상 납품 됐다. 또 최근엔 서울대병원, 삼성의료원, 보라매병원 등에서도 납품하는 등 '매니아' 층이 두텁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

사업 5년만에 무영램프를 10여개국에 수출하며 국내 의료용 루뻬 시장과 헤드램프를 석권하고 있는 김 대표는 이제 어엿한 CEO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공모전 수상은 '덤'…앞으로의 꿈은

김 대표는 의료기기 업체를 운영하며 GMP 검사에서 겪었던 불편 사항을 식약청에 제출했다가 덜컥 공모전 우수상에 선정됐다.

주요 내용은 안전성이 확보된 1등급 의료기기를 두 가지 등급으로 세분화해 의료기기 관리를 효율화 하자는 것.

김 대표는 공모전 수상은 덤으로 받은 것 같다며 머리를 긁적였다.

의사를 포기한 것에 후회는 없을까.

"저만의 관심과 능력으로 의료 산업 발전에 역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의사'의 입장에서 겪었던 불편을 의료기기 개발로 해소하도록 하겠습니다. 의사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것, 이것이 제가 가진 의사 출신 CEO로서의 강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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