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인터뷰⑦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안덕선 원장
"의학은 잡과다."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안덕선(58·고려의대 성형외과) 원장은 이같이 말하며 의학의 범주를 문과 혹은 이과로 구분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잡과라고 해서 천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종합적인 학문이라는 얘기"라면서 "같은 맥락에서 의료인문학 교육 또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의학교육평가원장 겸 서태평양 의학교육협회장을 맡고 있는 안 원장은 의사의 역할을 단순한 질병 치료로 제한하지 않았다.
특히 진료를 하는데 있어 환자를 사람으로 바라보는 게 아니라 기계적으로 반응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드러냈다.
또한 그는 이와 같은 문제를 없애려면 의료인문학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안 교수와의 일문일답.
Q: 의료인문학의 교육방향에 대해 말해달라.
A: 개인적으로 의학을 자연과학으로 바라보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의학을 자연과학에 국한 시켜서는 안 된다. 인문학을 통해 의료를 조명하는 시도가 필요하다. 사회를 바라보는 눈을 가지려면 자연과학 교육만으로는 부족하다.
환자를 볼 때 기계적으로 질병을 치료하기 바쁘다. 그러나 의사는 환자를 질병이 아닌 사람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의료인문학은 물론 사회 전체를 바라보는 시각과 의료제도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
Q: 의사가 '만능 직업인'이 돼야한다는 얘기인가?
A: 사실 의사는 만능이 돼야 한다. 의학이라는 것은 태어나서 죽기 전까지의 모든 것과 연관돼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환자를 제대로 치료하려면 모든 상황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의사는 면허를 받는 순간 부여되는 의무의 영역이 크다. 물론 그렇기 때문에 그만큼 전문직으로 대우를 해줘야 한다.
또한 보편적 가치를 추구해야 하고, 문제가 있다면 끊임없이 제기할 수 있어야 한다. 의사는 전문직 중에서도 프로패셔널리즘(professionalism)이 강하다. 그만큼 스스로 전문직으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
Q: 의사만의 문제는 아닌 듯하다. 의료제도 등 사회적으로 뒷받침해야할 부분도 있지 않나.
A: 그렇긴 하다. 그러나 의사라는 프로패셔널리즘을 갖고 사회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 간혹 사회 일각에선 의사를 의료자본가로 바라보는 시각이 있다. 의사 스스로도 자신을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의사는 의료자본가로 비춰져선 안된다. 만약 의료자본가에 대한 향수가 있다면 버려야 한다. 이윤(Profit)에 대한 개념을 버리고 의료서비스의 개념에서 접근해야 한다.
얼마 전 호주에 개원한 한국 의사의 사례는 우리나라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한국의 한 개원의가 한국에서 처럼 환자를 진료한 결과 호주 정부는 그 의사에게 경고했다.
한국에서는 하루에 100명씩 환자보는 게 당연하지만 호주에선 비정상적이고, 위험하다고 바라본 것이다.
즉, 우리나라의 의료환경은 의사를 장사치로 만든다는 의미다. 왜 이렇게 됐을까. 그 실타래를 풀어나가야 한다.
Q: 그렇다면 의사의 프로패셔널리즘을 지키기 위해선 어떤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A: 고려의대의 경우 모의환자 교육을 하고 평가한다. 환자와 진료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대화하는 게 좋은지 교육하고 실기고사를 통해 평가하는 것이다. 예과에서는 일반적인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다루고 본과에서는 환자와의 대화법을 가르친다.
가령 심각한 병을 가진 환자에게 어떻게 대화할 것인지 등을 다루는 것이다. 의사의 한마디에 환자는 큰 상처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이 필요하다.
과거에는 의사집단에 대한 저급한 상품을 만들지 않는다는 질 유지 개념이 있었다. 최근 들어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의료인문학이 제대로 자리 잡으려면 학생 수 대비 교수가 더 많아야 한다.
Q: 의료인문학 교육 분야를 의료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의료윤리에 초점을 두는 것 같다.
A: 글쎄, 의료인문학 교육은 흔히 말하는 문사철(문학, 역사, 철학) 뿐만 아니라 교양범주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거시적인 의사의 역할에 대해 제시해줘야 한다.
앞서 말했듯이 전문직은 스스로 보편적인 가치를 추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우리는 과학적 성과만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사회적 가치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Q: 의사국시에 의료인문학 문항을 포함시키는 것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A: 의료인문학 문항을 넣는 것은 반대다. 국가고시에는 의사의 직무윤리나 환자 대화법, 의료법, 커뮤니케이션 기술 등에 관련한 문항이 적합하다고 본다. 의사 개인의 기본적인 소양에 대한 문항은 모호하다.
특히 우리나라는 의사 집단의 프로패셔널리즘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것에 대해 교육할 필요가 있다.
일단 무엇을 평가할 것인지 정하고,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 사실 의료인문학을 학회에서 주제로 다루기 시작한 게 불과 2년 전이다. 일각에선 엉뚱한 학문에 대해 논의한다는 시각도 많았다. 이제 시작하는 학문인만큼 앞으로 더 논의해야할 부분이 많다.
의료인문학 연속 인터뷰는 7회로 마칩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신 여러 교수님과 독자 여러분께 감사를 표합니다.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안덕선(58·고려의대 성형외과) 원장은 이같이 말하며 의학의 범주를 문과 혹은 이과로 구분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잡과라고 해서 천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종합적인 학문이라는 얘기"라면서 "같은 맥락에서 의료인문학 교육 또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의학교육평가원장 겸 서태평양 의학교육협회장을 맡고 있는 안 원장은 의사의 역할을 단순한 질병 치료로 제한하지 않았다.
특히 진료를 하는데 있어 환자를 사람으로 바라보는 게 아니라 기계적으로 반응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드러냈다.
또한 그는 이와 같은 문제를 없애려면 의료인문학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안 교수와의 일문일답.
Q: 의료인문학의 교육방향에 대해 말해달라.
A: 개인적으로 의학을 자연과학으로 바라보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의학을 자연과학에 국한 시켜서는 안 된다. 인문학을 통해 의료를 조명하는 시도가 필요하다. 사회를 바라보는 눈을 가지려면 자연과학 교육만으로는 부족하다.
환자를 볼 때 기계적으로 질병을 치료하기 바쁘다. 그러나 의사는 환자를 질병이 아닌 사람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의료인문학은 물론 사회 전체를 바라보는 시각과 의료제도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
Q: 의사가 '만능 직업인'이 돼야한다는 얘기인가?
A: 사실 의사는 만능이 돼야 한다. 의학이라는 것은 태어나서 죽기 전까지의 모든 것과 연관돼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환자를 제대로 치료하려면 모든 상황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의사는 면허를 받는 순간 부여되는 의무의 영역이 크다. 물론 그렇기 때문에 그만큼 전문직으로 대우를 해줘야 한다.
또한 보편적 가치를 추구해야 하고, 문제가 있다면 끊임없이 제기할 수 있어야 한다. 의사는 전문직 중에서도 프로패셔널리즘(professionalism)이 강하다. 그만큼 스스로 전문직으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
Q: 의사만의 문제는 아닌 듯하다. 의료제도 등 사회적으로 뒷받침해야할 부분도 있지 않나.
A: 그렇긴 하다. 그러나 의사라는 프로패셔널리즘을 갖고 사회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 간혹 사회 일각에선 의사를 의료자본가로 바라보는 시각이 있다. 의사 스스로도 자신을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의사는 의료자본가로 비춰져선 안된다. 만약 의료자본가에 대한 향수가 있다면 버려야 한다. 이윤(Profit)에 대한 개념을 버리고 의료서비스의 개념에서 접근해야 한다.
얼마 전 호주에 개원한 한국 의사의 사례는 우리나라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한국의 한 개원의가 한국에서 처럼 환자를 진료한 결과 호주 정부는 그 의사에게 경고했다.
한국에서는 하루에 100명씩 환자보는 게 당연하지만 호주에선 비정상적이고, 위험하다고 바라본 것이다.
즉, 우리나라의 의료환경은 의사를 장사치로 만든다는 의미다. 왜 이렇게 됐을까. 그 실타래를 풀어나가야 한다.
Q: 그렇다면 의사의 프로패셔널리즘을 지키기 위해선 어떤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A: 고려의대의 경우 모의환자 교육을 하고 평가한다. 환자와 진료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대화하는 게 좋은지 교육하고 실기고사를 통해 평가하는 것이다. 예과에서는 일반적인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다루고 본과에서는 환자와의 대화법을 가르친다.
가령 심각한 병을 가진 환자에게 어떻게 대화할 것인지 등을 다루는 것이다. 의사의 한마디에 환자는 큰 상처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이 필요하다.
과거에는 의사집단에 대한 저급한 상품을 만들지 않는다는 질 유지 개념이 있었다. 최근 들어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의료인문학이 제대로 자리 잡으려면 학생 수 대비 교수가 더 많아야 한다.
Q: 의료인문학 교육 분야를 의료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의료윤리에 초점을 두는 것 같다.
A: 글쎄, 의료인문학 교육은 흔히 말하는 문사철(문학, 역사, 철학) 뿐만 아니라 교양범주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거시적인 의사의 역할에 대해 제시해줘야 한다.
앞서 말했듯이 전문직은 스스로 보편적인 가치를 추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우리는 과학적 성과만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사회적 가치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Q: 의사국시에 의료인문학 문항을 포함시키는 것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A: 의료인문학 문항을 넣는 것은 반대다. 국가고시에는 의사의 직무윤리나 환자 대화법, 의료법, 커뮤니케이션 기술 등에 관련한 문항이 적합하다고 본다. 의사 개인의 기본적인 소양에 대한 문항은 모호하다.
특히 우리나라는 의사 집단의 프로패셔널리즘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것에 대해 교육할 필요가 있다.
일단 무엇을 평가할 것인지 정하고,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 사실 의료인문학을 학회에서 주제로 다루기 시작한 게 불과 2년 전이다. 일각에선 엉뚱한 학문에 대해 논의한다는 시각도 많았다. 이제 시작하는 학문인만큼 앞으로 더 논의해야할 부분이 많다.
의료인문학 연속 인터뷰는 7회로 마칩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신 여러 교수님과 독자 여러분께 감사를 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