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바보처럼 당했지만 후배 의사들은 제발"

안창욱
발행날짜: 2011-10-10 06:49:59
  • J원장, 허위청구·업무정지 기간 진료 텀터기 '혹독한 시련'

"5년 넘게 바보처럼 살다가 당했지만 앞으로는 절대 그렇게 살지 않겠다. 정말 비싼 대가를 지불했다."

외과의사인 J(56) 원장. 그는 10일부터 J외과의원을 사실상 새로 개원해 정상진료에 들어간다.

그의 인생은 2006년 5월 S의원 개설원장으로 일하면서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당시 J원장은 실제 S의원 소유주인 정형외과 의사 N씨의 부탁을 받아들여 개설원장으로 근무했다.

N씨는 S의원 옆에 S병원을 개원하고 있어 의원을 개원할 수 없게 되자 이같이 제안한 것이다.

하지만 J원장은 몇개월이 지나면서 S의원이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시정을 요구했지만 개선되지 않자 2007년 1월 폐업신고를 하고 사직했다.

한달 후 그는 2억 1천만원을 대출받아 H의원을 개설했지만 몇달 뒤 날벼락이 떨어졌다.

그가 일하던 S의원이 복지부 실사에서 허위청구가 적발돼 개설원장이던 그에게 면허정지 8개월, 부당이득금 1900만원 환수, 87일 업무정지 처분이 내려진 것이다.

S의원은 원래 소유주인 N원장의 지시에 따라 J원장 몰래 가짜 환자를 만들어 심평원에 진료비를 청구해 오다 적발됐고, 결국 개설원장에게 행정처분이 내려졌다.

그는 9일 <메디칼타임즈> 기자와 만나 "진료만 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개설원장을 맡았다"면서 "사실상 봉직의였던 내가 원무과에서 허위청구하는지 어떻게 알겠느냐"고 하소연했다.

그는 "나중에 이런 허위청구를 한다는 것을 알고 S의원을 폐업했지만 모든 책임을 져야 했다"고 덧붙였다.

J원장은 행정처분 소식을 듣고 우울증과 양측 고관절 무혈성괴사 진단을 받아 수술을 받았으며, 너무 괴로워 자살까지 기도했다고 한다.

업무정지 기간 진료 가중처벌 시련

그는 사무장인 P씨와 논의한 끝에 어쩔 수 없이 면허정지 기간인 2007년 12월 1일부터 2008년 8월 31일까지 H의원을 접기로 하고, 집에서 요양을 했다.

얼마 뒤 그는 사무장 P씨의 소개로 의사 Y씨를 만나 행정처분기간 병원을 양도하기로 했다.

다만 그는 행정처분 이후 다시 같은 장소에서 의원을 개설할 생각으로 Y씨로부터 매각 대금을 받지 않았다.

물론 Y씨는 자신의 명의로 의원을 다시 개원했고, 사무장 P씨도 계속 일하도록 했다.

J원장은 자신이 또다시 큰 실수를 했다는 사실은 꿈에도 몰랐다.

실제로 그는 2008년 11월 Y씨로부터 의원을 다시 양도받아 H외과의원으로 개원했다.

그러나 J원장은 H외과의원을 다시 열었지만 건강이 회복되지 않자 대진의를 고용해 진료를 맡겼다.

그러던 중 2009년 5월 심평원이 행정처분 이행 실태조사를 나오면서 그는 다시 한번 나락으로 떨어졌다.

심평원은 J원장이 업무정지 기간 H의원을 폐업하지 않고 Y씨를 고용해 진료를 계속 해 왔다며 자신과 Y씨 사이의 계약서를 들이밀었다.

그는 그 때 자신과 Y씨 사이에 계약서가 있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계약서를 보니 양도, 양수 계약서가 아니라 자신이 봉직의를 구할 때 사용하는 서식이었다.

이와 함께 자신이 병원 운영에 필요한 모든 자금을 책임지고, Y씨에게 매월 1천만원을 지급하기로 약정돼 있었다.

믿었던 사무장의 배신

그가 우울증으로 집에서 치료를 받던 사이 사무장 P씨가 독단적으로 Y씨와 이런 계약을 맺은 것이다.

그는 P씨가 의원에 보관중이던 자신의 도장을 사용해 계약을 체결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심평원은 그에게 행정처분 기간 진료를 했다며 가중처벌로 1년간 업무정지처분과 함께 Y씨 명의로 청구한 3천여만원까지 환수하겠다고 통보했다.

그러자 그는 Y씨로부터 자신이 실제 관리자가 아니라는 사실확인서를 받고, 업무정지 기간 병원 근처에도 얼씬한 바 없다는 증거자료를 준비해 나갔다.

다행히 건강도 서서히 회복해 2009년 12월부터 H외과의원에 나가 P씨와 함께 사태 수습에 나설 계획이었지만 또다시 절망했다.

그가 와병하면서 대진의를 고용하던 사이 P씨가 온갖 전횡을 일삼아온 것이 하나 하나 드러난 것이다.

P씨는 항상 H외과의원이 적자라고 보고했지만 사실이 아니었고, 임대료 8개월치, 의약품 대금 등도 모두 미납된 상태였다.

p씨는 자신이 실질적인 원장인 것처럼 행세를 하고 다녔고, 수입을 가로챘다.

그는 2007년 H의원을 개원할 때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을 받았는데, 폐업후 대출금을 갚기 위해 아파트를 팔고 전세로 이사간 바 있다.

그러나 P씨가 미납한 6천만원을 갚기 위해 전세를 뺄 수밖에 없었다.

그 때부터 자신과 부인은 병원 주사실에서, 딸은 물리치료실에서 생활해 왔다고 했다.

심평원의 행정처분에 대해 이의신청을 하기 위해 관련 증거를 제시했지만 갑자기 Y씨마저 태도를 바꾸면서 그는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해 10월 패소했고, 최근 항소심에서도 졌다. 대법원, 국회의장, 청와대 등에도 호소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의료법과 법의학을 구분 못하는 게 현실"

그러는 사이 행정처분이 완료되면서 그는 10일부터 J외과의원 원장으로 다시 진료를 시작한다.

그는 "직원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아무리 진실이 아니라고 해도 증가가 없으니 당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의사들이 얼마나 의료법에 대해 모르는지 일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얼마전 선배 의사를 만나 의료법 위반이 뭔지 아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그랬더니 그 선배 의사가 "그래 학교 다닐 때 배웠잖아. 법의학"이라고 자신있게 대답해 그냥 웃어넘겼다고 했다.

불행중 다행스럽게도 그는 얼마전 과거 개설원장으로 있던 s의원을 사기죄로 고소해 승소해 1400여만월을 돌려받았다.

그는 마지막으로 "나는 아무 것도 몰라 당했고, 이제 다 끝났다"면서 "하지만 후배들은 이런 일을 당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이런 일이 벌어지면 돕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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