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심평원 밥그릇 싸움에 요양병원만 죽을 맛

안창욱
발행날짜: 2012-02-18 07:32:26
  • 의료자원 현황 자료 중복 요구…반발일자 황급히 철회 망신

건강보험공단 지역본부가 해당 지역 요양병원들에게 과도한 자료를 요구하다가 강한 반발에 직면하자 황급히 철회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최근 경남의 A요양병원은 건강보험공단 지사로부터 요양병원 현황 점검을 위한 자료제공 협조 공문을 받았다.

공단이 요청한 자료는 심평원으로부터 통보 받은 ■ 요양병원 입원료 차등제 산정결과(환자수 현황, 의사인력, 간호인력, 약사인력, 필요인력 명단) ■입원 환자식 운영현황(영양사, 조리사 인력 명단 포함) 등이었다.

또 공단은 시설 장비(물리치료실, 방사선실, 의무기록실 등) 설치 현황 통보서 사본도 요구하고 나섰다.

공단은 공문을 통해 "국민들에게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 등 건강보험제도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의료자원 운용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며 협조를 요청했다.

A요양병원을 더욱 황당하게 만든 것은 공단이 2010년 1월부터 2011년 12월까지 무려 2년치 자료를 요구했다는 점이다.

그것도 17일까지 불과 몇일 안에 자료를 제출하라는 것이었다.

A요양병원 원장은 공단이 심평원으로부터 충분히 협조받을 수 있는 자료를 중복 요구하자 한국만성기의료협회 김덕진 회장에게 황급히 연락해 어떻게 해야할지 상의했다.

한국만성기의료협회가 부산, 경남 지역 회원 요양병원을 대상으로 파악한 결과 공단 부산지역본부가 관할 지역 252개 전체 요양병원에 이같은 자료를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른 요양병원들도 건보공단이 심평원과 중복된 자료를 요구하는 것은 불순한 의도가 있다며 협회에 거세게 항의했다.

협회는 곧바로 긴급 임원회의를 열어 복지부에 이 같은 자료요청을 철회하라고 정식으로 요청했다.

협회는 "요양병원들은 매 분기별로 심평원에 의료자원 운용실태 현황을 보고하고 있다"면서 "자료가 필요하다면 심평원의 협조를 받아 공유해야 한다"고 환기시켰다.

특히 협회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단 부산지역본부는 252개 요양병원에 대해 자료를 중복 요구하고 있다"면서 "이는 국가 행정력 낭비일 뿐만 아니라 요양병원에도 행정 부담을 안기는 실정"이라며 복지부에 유감을 표명했다.

행정조사기본법 제4조에 따르면 행정기관은 유사하거나 동일한 사안에 대해서는 공동조사 등을 실시함으로써 행정조사가 중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복지부는 협회 공문이 사실인 것으로 확인되자 즉시 공단 부산지역본부에 자료요청을 철회하라고 지시했다.

이 때문에 공단 지역본부는 각 요양병원에 자료 요청 자체를 취소한다고 연락해야 하는 망신을 당했다.

김 회장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면서 "건보공단도 시대 상황에 걸 맞게 변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요양병원계는 공단이 현지조사권을 확보하기 위해 이런 행보를 한 것으로 판단하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공단 부산지역본부 관계자는 "심평원이 요양기관의 진료비를 심사하고 있지만 공단 역시 보험자로서 감독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심평원과 자료 공유가 잘 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보니 직접 요양병원에 자료 제출을 요청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공단과 심평원간 힘겨루기로 인해 애꿎은 요양병원만 피해를 볼 뻔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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