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김영걸 원장, 화염상모반 치료 외길 "저수가와 전쟁중"
"정말 훌륭한 인술을 펼치시는 분입니다."
의사의 입에서 나온 말이 아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고위 관계자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 피부과 원장을 극찬한 것.
수가 인상을 협의하기 위해 그와 여러 차례 만났다고 하는데 무슨 영문으로 이런 고평을 한 것일까.
보험 청구를 심사해야 하는 입장에서 의사들과 부딪칠 일이 많은 심평원 인사가 이례적으로 칭찬한 한마디 말이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주인공은 바로 저수가에도 포기하지 않고 화염상 모반을 전문적으로 보고 있는 김영걸 원장. 그를 만나봤다.
"한땀 한땀" 장인의 정신으로
화염상모반(火焰狀母斑). 태어날 때부터 한 개 또는 여러 개의 붉은 반점이 나타나는 피부질환으로 자연적으로 없어지지 않기 때문에 적절한 치료가 중요한 질병이다.
치료를 위해서는 개인의 피부 특성, 계절적 요인, 습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레이저 조사의 자극 강도를 매회 바꿔주는 수고가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소위 말해 돈이 안 되면서 손이 많이 가는 일이기 때문에 피부과에서는 기피하는 것이 현실.
하지만 마포에 위치한 S&U피부과의 김영걸 원장은 8년째 화염상 모반과 혈관종을 중점적으로 보고 있다.
네트워크 병원에서 그것도 보험영역에서도 흔치 않은 화염상 모반을 고집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돈을 우선 순위에 뒀다고 한다면 피부·미용 쪽으로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치료를 받고 얼굴의 붉은 반점이 사라지는 것을 볼 때 큰 보람을 느낍니다. 반점 때문에 소극적이고 어두운 성격이던 아이들이 치료를 통해 해맑은 웃음을 짓는 모습을 보면 피로가 싹 풀리죠."
보람을 위해 선택한 일이지만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이어지는 진료 노동의 강도는 예상을 뛰어넘는다.
하루 50여명의 환자를 보고 있지만 팔 전체에 화염상 모반증을 앓고 있는 환자의 경우에는 두시간을 매달려 치료를 하기도 한다.
혹자는 레이저 기기를 간단히 쏴주면 되는 것 아니냐는 물음을 건네기도 있다.
하지만 화염상 모반의 치료가 아직은 일일이 손을 볼 게 많은 '가내 수공업'이라는 게 김영걸 원장의 설명이다.
"레이저를 피부에 쏠 때 혈관을 없애는 적정 범위를 찾는 게 무척 어렵습니다. 레이저의 적정 범위가 습도와 계절에 따라 다르고, 같은 사람이라도 피부의 위치에 따라 다르죠. 매번 자극 강도를 바꿔가며 쏘는 것은 말 그대로 한땀 한땀 정성이 필요한 가내 수공업과 비슷합니다."
그는 레이저를 조사한 후 반응을 정확히 체크하기 위해 보안경도 쓰지 않고 눈을 혹사시키고 있다. 그 결과 지금은 치료에 있어 어느 정도 '경지'에 도달했다는 자부심도 느끼고 있다.
아직도 부족한 수가와의 전쟁
2003년 화염상 모반 치료에 뛰어들면서 김영걸 원장은 2010년까지 심평원과 지난한 싸움을 했다. 수가만이라도 '현실화'해 달라는 요구 때문이었다.
2009년까지 50㎠ 이상의 피부병변을 치료하고 받을 수 있는 돈은 겨우 6만 1710원에 불과했다.
상반신 전체를 치료하더라도 걸린 시간에 상관 없이 최대한 받을 수 있는 돈이 6만원으로 고정된 셈.
기계값만 1억원을 상회하는 혈관 레이저 기기를 3대 운용하고 있는 김 원장으로서는 수익은 커녕 감가상각비를 대기에도 부족한 금액이다.
"일본의 경우는 보험에서 10㎠에서 130㎠까지 각 크기별로 보장의 범위가 각각 정해져 있습니다. 10㎠가 한화 23만원을, 130㎠가 84만원을 보장해 주는데도 일본에서 화염상 모반을 하려는 의사가 드물죠.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꿈만 같은 이야기입니다."
과거 그도 보험수가로는 도저히 경영난을 이기지 못해 보험을 무시하고 비급여로 치료를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일부 환자들의 환급 민원 제기에 차라리 정부와 싸워 수가를 현실화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 들었다.
김 원장은 수차례 심평원을 드나들며 화염상 모반 수가를 현실화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2010년 개인당 6회까지는 보험 영역에서 보장해주는 것으로 일단락을 지었다.
과거에 비해서는 형편이 나아졌지만 완치가 안 되는 화염상 모반의 특성상 6회로는 아직 목이 마르다는 것이 김 원장의 생각.
"보장을 해준다고 하지만 보험으로 치료를 해주면 적자입니다. 6회 이후부터 비급여로 치료를 하면서부터 수익이 나는 이상한 구조가 돼있죠. 비급여로 치료비를 받는다고 해도 일본의 보험비가 제 비급여 진료비보다 비쌀 겁니다."
그는 "두 달에 한번씩 치료를 받는 환자들 중에는 진료비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이 적잖이 있다"면서 정부가 나서 이들에 대한 부담 완화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화염상 모반은 적정 치료 시기를 놓치면 사회 생활은 물론 성격 형성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무서운 질환이기 때문이다.
최근 그는 '후계자' 찾기에 나섰다. 하지만 단순 반복되는 일이 많은 치료의 특성상 쉽사리 배우겠다고 자처하는 이가 드물다는 것이 문제.
김 원장은 "10년 안에 후계자를 꼭 찾아 그간의 모든 노하우를 전수하고 싶다"면서 "하지만 아직까지 선뜻 나서는 의사가 없어 걱정이 되긴 한다"고 전했다.
그는 "저수가에 시달리고 있지만 보람 하나만을 믿고 지금까지 달려왔다"면서 "앞으로도 한눈 팔지 않고 환자를 위해 치료에만 전념하겠다"고 밝혔다.
죽을 때까지 화염상 모반을 계속 하겠다는 김영걸 원장. 그의 강직한 뚝심과 고집에 건투를 빈다.
의사의 입에서 나온 말이 아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고위 관계자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 피부과 원장을 극찬한 것.
수가 인상을 협의하기 위해 그와 여러 차례 만났다고 하는데 무슨 영문으로 이런 고평을 한 것일까.
보험 청구를 심사해야 하는 입장에서 의사들과 부딪칠 일이 많은 심평원 인사가 이례적으로 칭찬한 한마디 말이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주인공은 바로 저수가에도 포기하지 않고 화염상 모반을 전문적으로 보고 있는 김영걸 원장. 그를 만나봤다.
"한땀 한땀" 장인의 정신으로
화염상모반(火焰狀母斑). 태어날 때부터 한 개 또는 여러 개의 붉은 반점이 나타나는 피부질환으로 자연적으로 없어지지 않기 때문에 적절한 치료가 중요한 질병이다.
치료를 위해서는 개인의 피부 특성, 계절적 요인, 습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레이저 조사의 자극 강도를 매회 바꿔주는 수고가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소위 말해 돈이 안 되면서 손이 많이 가는 일이기 때문에 피부과에서는 기피하는 것이 현실.
하지만 마포에 위치한 S&U피부과의 김영걸 원장은 8년째 화염상 모반과 혈관종을 중점적으로 보고 있다.
네트워크 병원에서 그것도 보험영역에서도 흔치 않은 화염상 모반을 고집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돈을 우선 순위에 뒀다고 한다면 피부·미용 쪽으로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치료를 받고 얼굴의 붉은 반점이 사라지는 것을 볼 때 큰 보람을 느낍니다. 반점 때문에 소극적이고 어두운 성격이던 아이들이 치료를 통해 해맑은 웃음을 짓는 모습을 보면 피로가 싹 풀리죠."
보람을 위해 선택한 일이지만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이어지는 진료 노동의 강도는 예상을 뛰어넘는다.
하루 50여명의 환자를 보고 있지만 팔 전체에 화염상 모반증을 앓고 있는 환자의 경우에는 두시간을 매달려 치료를 하기도 한다.
혹자는 레이저 기기를 간단히 쏴주면 되는 것 아니냐는 물음을 건네기도 있다.
하지만 화염상 모반의 치료가 아직은 일일이 손을 볼 게 많은 '가내 수공업'이라는 게 김영걸 원장의 설명이다.
"레이저를 피부에 쏠 때 혈관을 없애는 적정 범위를 찾는 게 무척 어렵습니다. 레이저의 적정 범위가 습도와 계절에 따라 다르고, 같은 사람이라도 피부의 위치에 따라 다르죠. 매번 자극 강도를 바꿔가며 쏘는 것은 말 그대로 한땀 한땀 정성이 필요한 가내 수공업과 비슷합니다."
그는 레이저를 조사한 후 반응을 정확히 체크하기 위해 보안경도 쓰지 않고 눈을 혹사시키고 있다. 그 결과 지금은 치료에 있어 어느 정도 '경지'에 도달했다는 자부심도 느끼고 있다.
아직도 부족한 수가와의 전쟁
2003년 화염상 모반 치료에 뛰어들면서 김영걸 원장은 2010년까지 심평원과 지난한 싸움을 했다. 수가만이라도 '현실화'해 달라는 요구 때문이었다.
2009년까지 50㎠ 이상의 피부병변을 치료하고 받을 수 있는 돈은 겨우 6만 1710원에 불과했다.
상반신 전체를 치료하더라도 걸린 시간에 상관 없이 최대한 받을 수 있는 돈이 6만원으로 고정된 셈.
기계값만 1억원을 상회하는 혈관 레이저 기기를 3대 운용하고 있는 김 원장으로서는 수익은 커녕 감가상각비를 대기에도 부족한 금액이다.
"일본의 경우는 보험에서 10㎠에서 130㎠까지 각 크기별로 보장의 범위가 각각 정해져 있습니다. 10㎠가 한화 23만원을, 130㎠가 84만원을 보장해 주는데도 일본에서 화염상 모반을 하려는 의사가 드물죠.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꿈만 같은 이야기입니다."
과거 그도 보험수가로는 도저히 경영난을 이기지 못해 보험을 무시하고 비급여로 치료를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일부 환자들의 환급 민원 제기에 차라리 정부와 싸워 수가를 현실화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 들었다.
김 원장은 수차례 심평원을 드나들며 화염상 모반 수가를 현실화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2010년 개인당 6회까지는 보험 영역에서 보장해주는 것으로 일단락을 지었다.
과거에 비해서는 형편이 나아졌지만 완치가 안 되는 화염상 모반의 특성상 6회로는 아직 목이 마르다는 것이 김 원장의 생각.
"보장을 해준다고 하지만 보험으로 치료를 해주면 적자입니다. 6회 이후부터 비급여로 치료를 하면서부터 수익이 나는 이상한 구조가 돼있죠. 비급여로 치료비를 받는다고 해도 일본의 보험비가 제 비급여 진료비보다 비쌀 겁니다."
그는 "두 달에 한번씩 치료를 받는 환자들 중에는 진료비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이 적잖이 있다"면서 정부가 나서 이들에 대한 부담 완화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화염상 모반은 적정 치료 시기를 놓치면 사회 생활은 물론 성격 형성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무서운 질환이기 때문이다.
최근 그는 '후계자' 찾기에 나섰다. 하지만 단순 반복되는 일이 많은 치료의 특성상 쉽사리 배우겠다고 자처하는 이가 드물다는 것이 문제.
김 원장은 "10년 안에 후계자를 꼭 찾아 그간의 모든 노하우를 전수하고 싶다"면서 "하지만 아직까지 선뜻 나서는 의사가 없어 걱정이 되긴 한다"고 전했다.
그는 "저수가에 시달리고 있지만 보람 하나만을 믿고 지금까지 달려왔다"면서 "앞으로도 한눈 팔지 않고 환자를 위해 치료에만 전념하겠다"고 밝혔다.
죽을 때까지 화염상 모반을 계속 하겠다는 김영걸 원장. 그의 강직한 뚝심과 고집에 건투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