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를 '약 자판기' 취급하는 환자…그들과 통하라"

발행날짜: 2013-01-14 06:30:40
  • [기획리얼개원스토리-3편]공보의 이씨, 개원 선배를 만나다

지난 주 레지던트 시절 멘토인 하나이비인후과병원 주형로 원장<지난기사보기>을 만나 초심을 다잡은 이영훈 공보의(가명·34). 그는 자신감을 얻었지만 개원에 대한 불안감은 떨치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 주에는 실질적인 개원 정보를 들어보기 위해 얼마 전 개원한 선배를 찾아갔다.
지난 주 레지던트 시절 멘토인 하나이비인후과병원 주형로 원장<지난기사보기>을 만나 초심을 다잡은 이영훈 공보의(가명·34).

그는 자신감을 얻었지만 개원에 대한 불안감은 떨치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 주에는 실질적인 개원 정보를 들어보기 위해 얼마 전 개원한 선배를 찾아갔다.

그가 찾은 선배 개원의(보아스이비인후과 면목점 한동혁 원장)는 개원 3년차. 성공한 개원의사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오히려 개원 트렌드를 물어보기엔 적절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이 공보의 입장에서는 요즘처럼 어려운 시기에 개원 3년만에 안정적으로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한 원장이 가장 부러운 대상이기도 하다.

요즘 그의 최대 걱정은 '개원 해도 환자가 없어서 썰렁한 진료실을 지키는 게 아닌가'하는 것이다.

그는 선배 개원의를 만나 현재 그의 고민을 털어놨다. 이날 이 공보의의 질문은 '단골환자 만들기'에 초점이 맞춰졌다.

"신환 창출보다 재환 관리가 중요하다"

이영훈 공보의선배도 개원하고 처음에는 환자 없었나? 언제부터 많아졌나.

한동혁 원장개원한 날짜도 기억한다. 5월 4일. 어린이날 선물도 준비했지만 첫날 진료는 15명. 그것도 절반 이상이 나와 직원들 직계 가족이었다. 그렇게 계속 환자가 없었다. 하루에 50명 오면 대박나는 날이었다. 여름에는 더 힘들었다. 오히려 5월에는 꽃가루 때문에 알레르기 환자라도 있었다. 환절기인 9월부터 점차 늘기 시작해 지금에 이르렀다.

이 공보의개원하고 홍보차원에서 휴지나 전단 안돌렸나.

한 원장물론 했다. 전단지도 하고 휴지도 3일 정도 돌렸다. 요즘은 물티슈가 더 적절하겠다. 생각해보면 가장 효과를 본 건 지하철 홍보게시판이었다. 그리고 개원 전에 '이비인후과 개원 예정'이라고 미리 붙여놓는 것도 사전 홍보 효과가 있더라.

이 공보의다른 선배들 얘기를 들어보니, 개원 직후에 반짝 찾아 오다가 바로 줄어든다던데…만약 환자가 계속 줄어서 안오면 어쩌나 걱정이다.

한 원장맞다. 그래서 홍보를 잘 해서 신환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실 더 중요한 건 재환이라는 얘기가 있는거다. 개원을 한 후에도 한번 온 환자를 어떻게 다시 오도록 할 것인가에 중점을 둬야한다.

이영훈 공보의(좌)가 선배 개원의 한동혁 원장에게 조언을 듣고 있는 모습.
여기서 한가지 고민들을 하게 된다. 잘 치료해서 한방에 낫도록 할 것인가, 천천히 상태를 보면서 계속 오도록 할 것인가. 물론 정답은 한방이다.

환자가 다른 환자를 데려오는 패턴은 이렇다. 맨 처음에는 어머니가 자녀를 데리고 온다. 괜찮다 싶으면 친구와 친구의 자녀를 끌고 온다. 가장 마지막이 남편이다.

이렇게 해서 가족이 모두 다니는 이비인후과가 되는 거다. 한방에 잘 치료하는 병원이라는 인식이 있어야 가능하다.

곁가지이지만, 미리 말해 주면 가족 진료는 시간이 3배는 더 걸린다.

가족이 진료실에 함께 들어오니 질문도 길어지고 해줄 말도 많아진다. 이럴 때일 수록 명쾌하게 풀어서 설명하는 게 중요하다. 지금부터 선배들이 환자에게 진료할 때 어떻게 말하는지 잘 듣고, 나에게 맞는 설명법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이 공보의나도 병원에서 진료를 하고 있지만, 자신만의 설명법이 필요하다는 것에 깊이 공감한다. 참, 요즘 환자들이 항생제 처방에 대해 민감한 것 같은데 이런 부분은 어떻게 하나.

한 원장그렇다. 그래서 항생제 처방이 필요한 환자와 그렇지 않은 환자를 구분해서 진료한다.

가령, 항생제 처방이 필요없는 환자에게는 증상이 호전되면 병원에 올 필요없다고 꼭 말해준다. 그리고 축농증에 걸린 자녀를 데리고 온 어머니에게 항생제를 복용하면 빨리 낫지만 그냥 놔둬도 낫는다고 설명하면 엄마들은 항생제를 안줘도 납득한다.

반면 항생제를 처방해야 하는 환자에게는 치료기간을 말해준다. 축농증의 경우 2주 정도 꾸준히 와야한다는 점을 거듭 인지시키고, 진료실을 나갈 때 몇일날 다시 보자고 인사한다.

간혹, 병원에 제대로 오지도 않고 "하나도 안나아졌다" "그대로다"라면서 다시 찾아온다. 그 땐 정말 화난다. 그래서 치료기간 중에는 꾸준히 진료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 거듭 설명한다.

덧붙이자면 미리 약을 보여주면서 약에 대한 설명을 해준다. '이건 항생제고, 저건 콧물약이다. 그러니 업무 중이라면 콧물약은 빼놓고 복용해도 된다. 머, 이런 식으로…'

개인적으로 처방 원칙이 '환자의 처방전과 내가 아파서 복용하는 것과 같도록 한다'는 것이다. 처방약 갯수는 4개를 넘지 않는다. 특별히 소화기능이 나쁘지 않다면 소화제도 뺀다. 내가 감기약을 복용할 때도 그렇게 하니까.

또 장비를 적절히 사용하면 꽤 효과적이다. 나는 내시경으로 목이나 코 상태를 보여준다. 심지어 1살 짜리 아기한테도 보여준다. 엄마들이 시각적으로 상태를 확인하면 너무 좋아한다. 단순히 목이 부었다. 발적이 생겼다고 말하는 것보다 화면을 보여주면서 말하면 바로 이해한다.

이 공보의저도 그렇게 해야겠다. 개원해서 환자가 없을테니 더 자세히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하하하.

근데 처음에 열성적으로 해주다가 환자가 많아져서 그렇게 못하게 되면 오히려 '이 병원 변했다'면서 등 돌리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 얼마 전에 자주 가던 음식점에 갔는데 예전의 그 맛이 아니더라. 나오면서 '변했구나, 이젠 가지 말아야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병원도 마찬가지 아니겠나.

한 원장별 걱정을 다 한다. 환자마다 시간이 걸리는 환자가 있고, 금방 끝나는 환자가 있다. 또 환자와 라포르를 잘 형성해 놓으면 대화가 짧아도 서로 신뢰하게 되는 부분이 있는 법이다.

"환자 진료 잘 하려면 철저한 의무기록은 기본"

한동혁 원장
이 공보의알겠다. 또 한가지 궁금한 게 있다. 현재 병원에서 공보의로 진료를 하고 있지만, 개원해서 소위 '진상 환자'가 오면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다.

한 원장글쎄, 개인적으로 나와 너무 안 맞는 환자는 다른 병원에 갈 것을 권한다. 그게 그 환자를 위해서도 나를 위해서도 좋다고 본다.

얼마 전 일이다.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받다가 온 만성 충농증환자였는데 경제적인 사정으로 수술 대신 약물치료로 버티고 있었다. 대학병원에서 처방받아 복용하던 약 그대로 처방해 줄 것을 원했다.

하지만 위 내시경 검사를 해야 처방할 수 있는 소화제가 포함돼 있었다. 불필요하게 비싸기도 했고, 삭감 요인이 되기도 해서 다른 소화제로 바꿔서 처방해 줬다. 환자에게 그 이유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지만 환자는 거듭 이전대로 처방해줄 것을 주장했고, 급기야 인근 약국의 약사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약국에 가서 내 처방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나중에는 너무 화가나서 그냥 다른 병원으로 가라고 했다.

나는 가장 참기 힘든 게 의사를 약 자판기로 여기는 환자를 만났을 때다. 제대로 진료하고 정당하게 처방한 것을 믿지 못하고, 억지를 부리는 환자를 진료하고 나면 기분이 상해서 다음 환자에게 집중하기 힘들다. 그런데 요즘에는 의사를 약 자판기로 여기는 환자들이 점점 더 늘어나는 것 같아서 씁쓸하다.

이 공보의좋은 사례다. 참고하겠다. 나는 요즘 개원을 앞두고 환자 한명 한명 공을 들여서 진료하고 있다. 그런데 환자는 밀려오니 마음은 급하고 많은 말을 해주고 싶다보니 말이 빨라진다. 나조차 말을 잔뜩 쏟아내니 정신이 없다. 여유를 가져야 하는데 쉽지 않다.

한 원장음, 사실 그렇게 많은 말을 할 필요가 없다. 환자들은 자신이 듣고 싶은 말만 듣는다. 나 또한 처음에 여러가지 말을 하면서 느꼈는데 내가 10마디를 하면 환자들은 그 중에 자신이 원하는 한마디만 듣더라. 그래서 환자가 원하는 말이 뭔지 캐치해서 그걸 정확히 말해주는 게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이 공보의아, 맞다. 정말 그렇다. 환자가 원하는 것을 읽는 연습을 좀 해야할 것 같다. 그런데 차트 정리는 어떻게 하나.

한 원장나는 일단 환자가 말하는 모든 걸 그대로 적어놓는다. 그래서 차트가 엄청 길다. 이렇게 해두면 다음에 환자가 왔을 때 물어볼 게 많아진다.

이 공보의나도 환자가 쓰는 특이한 표현을 적어 두는데 좋더라. 가령 목이 '깔깔하다'는 표현을 쓰는 환자에게 다음에 진료 왔을 때 똑같이 말해주면 굉장히 반가워하더라. 그런데 선배는 차트에 모든 걸 적어놓으면 의료사고나 컴플레인이 들어와도 걱정이 없겠다.

한 원장그렇다. 실제로 코막힘 증상으로 온 20대 남성 환자가 있었다. 내시경검사해도 특별한 소견이 없어 코막힘 약만 처방했다. 그런데 8개월만에 다시 왔는데 증상이 심각했다. 선양낭성암종이 의심됐다. 즉각 대학병원에 갈 것을 권했다.

얼마 후 그 환자가 병원 홈페이지에 자신의 증상을 발견하지 못한 것을 문제제기하는 글을 남겼더라. 그래서 댓글을 남겼다. 원하면 차트는 물론 내시경 사진까지 다 복사해 주겠다고, 너무 안타깝지만 당시에는 이상이 없었다고…이렇게 당당할 수 있었던 것은 차트에 상세하게 적어놨기 때문이다. 의무기록을 충실히 하는 건 정말 중요하다.

"개원입지, 철저히 분석해라"

이 공보의입지도 고민이다. 선배는 어떻게 입지를 선정했나.

한 원장사실 선배 도움을 많이 받았다. 일단 서울에 개원하겠다는 의지가 강해 다른 곳은 아예 안봤다. 현재 입지는 근처에 학교가 있고, 인구가 1만 8천여세대다. 시장골목 인근이라 유동인구도 많다. 또 다세대주택이 많고 사거리에 이비인후과 1곳 밖에 없어서 경쟁도 심하지 않다.

사실 인근에 술집이 워낙 많아서 이비인후과가 어색할 수 있었지만 어느새 자리를 잡아서 괜찮다. 나는 생략했지만, 입지를 선정하기 전에 직접 나가서 유동인구를 확인하는 것도 필요한 것 같다.

[리얼개원스토리]의 주인공 이영훈 씨는 어떤 의사
이영훈(가명·34)씨는 이비인후과 전문의로 현재 강원도 모 민간병원에서 공중보건의사로 복무 중이며 오는 4월 전역하는 즉시 이비인후과의원을 개원할 예정이다. 그는 '원칙'을 지키면서도 전문성을 유지할 수 있는 이비인후과의원을 꿈꾸고 있으며 이를 위해 서울과 강원도를 오가며 개원 준비에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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