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①B형간염약 비리어드 수난…"왜 좋은 약 못쓰게 해"
유명 A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요즘 혼란스럽다. 자신이 처방한 B형간염약이 무더기 삭감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기존 약을 바꾼 것이 화근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억울했다. 최신지견 등을 바탕으로 소신 처방을 했고 결과 또한 만족스러웠기 때문이다.
실제 약 처방 3개월 후 내원한 만성 B형간염환자들은 대부분 증상이 호전됐다. 350명이 넘는 삭감 환자 중 90%는 DNA 음전, 나머지 10%는 바이러스 역가가 줄었다. 그야말로 드라마틱한 결과였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무더기 삭감이었다. 삭감률은 무려 50%에 육박했다.
지난해 12월 B형간염신약 '비리어드(테노포비어)'가 급여 출시된 후 주요 유명 대학병원에서 삭감 태풍이 불고 있다.
소화기내과 교수들이 기존 약에 내성을 보이거나 효과가 충분치 않은 환자에게 '비리어드'로 처방을 바꾸면서부터 생겨난 일이다.
"제 판단에는 '비리어드' 처방이 맞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계속 삭감당하면 최악의 경우 병원에서 약 코드를 뺄 수도 있다. 병원은 물론 심지어 동료 눈치까지 보고 있다." (A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그렇다면 기존 약을 어떤 상황에서 '비리어드'로 바꿨을 때 문제가 되는걸까.
대표적 삭감 사례를 알아보니 기존의 병용요법을 '비리어드' 단독으로 바꾼 경우였다.
'제픽스(라미부딘)'+'헵세라(아데포비어)' suboptimal 환자에게 '비리어드' 단독으로 스위치한 경우 등이 그것이다.
유명 B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비리어드 출시는 기존 병용요법을 하나의 약제로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해외에서는 벌써부터 그렇게 쓰고 있다. 일례로 제픽스+헵세라 suboptimal 환자를 비리어드로 바꿔주니 대부분 DNA가 음전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사례들은 기존 병용요법으로 효과가 충분치 않았던 환자를 비리어드로 바꿔도 된다는 소리다. 두 알 먹던 것을 하나 먹으니 약값도 저렴해진다. 하지만 좋은 결과에도 불구하고 심평원이 삭감하니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의 주장처럼 심평원은 기존 병용요법을 단독으로 전환했을 때 대부분 삭감하고 있다. 다약제 내성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심평원 심사위원인 유명 C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심평원도 현장에서의 문제점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과거 다약제 내성에 크게 데인 만큼 신중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심평원의 입장"이라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과감히 비리어드 사용 폭을 늘려줄 것인가 아니면 좀 더 국내 데이터가 쌓인 다음에 할 것인가를 놓고 꾸준히 논의 중이다. 4월 말 간학회와 심평원이 다시 한 번 자리를 갖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임상 교수들은 이같은 심평원의 느림보 행보에 대해 불만을 감추지 않고 있다.
벌써 약이 나온지 6개월이 다 됐는데 '코에 걸면 코걸이'식의 삭감 잣대로 도무지 어떻게 처방해야할 지 감이 안 잡힌다는 것이다.
C대학병원 교수는 "삭감 이유는 다른 처방을 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항상 환자에 따라 최적의 진료를 한다. 그런데 다른 처방을 내라니 혼란스럽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제약사와의 유착관계는 절대 없다. 단지 더 좋을 약을 쓸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병원 적정진료팀이 삭감 대응을 안이하게 한 측면도 있지만 무더기 삭감은 처방 기준을 흔들리게 하고 있다. 의사가 삭감 안 당하는 약을 기준으로 처방할 수는 없다. 이는 의학적 양심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호소했다.
A병원 교수도 같은 입장이다. 병원에서 삭감을 우려한 나머지 약 코드를 빼는 등 최악의 조치까지 일어나서는 안된다고 했다.
그는 "간학회와 심평원이 급여 기준에 대해 논의 중인 것은 알지만 벌써 약이 나온지 6개월이 됐다. 시간을 끌수록 현장의 혼란은 가중될 것이다. 병원도 삭감 당하는 약과 의사를 오래 지켜보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억울했다. 최신지견 등을 바탕으로 소신 처방을 했고 결과 또한 만족스러웠기 때문이다.
실제 약 처방 3개월 후 내원한 만성 B형간염환자들은 대부분 증상이 호전됐다. 350명이 넘는 삭감 환자 중 90%는 DNA 음전, 나머지 10%는 바이러스 역가가 줄었다. 그야말로 드라마틱한 결과였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무더기 삭감이었다. 삭감률은 무려 50%에 육박했다.
지난해 12월 B형간염신약 '비리어드(테노포비어)'가 급여 출시된 후 주요 유명 대학병원에서 삭감 태풍이 불고 있다.
소화기내과 교수들이 기존 약에 내성을 보이거나 효과가 충분치 않은 환자에게 '비리어드'로 처방을 바꾸면서부터 생겨난 일이다.
"제 판단에는 '비리어드' 처방이 맞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계속 삭감당하면 최악의 경우 병원에서 약 코드를 뺄 수도 있다. 병원은 물론 심지어 동료 눈치까지 보고 있다." (A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그렇다면 기존 약을 어떤 상황에서 '비리어드'로 바꿨을 때 문제가 되는걸까.
대표적 삭감 사례를 알아보니 기존의 병용요법을 '비리어드' 단독으로 바꾼 경우였다.
'제픽스(라미부딘)'+'헵세라(아데포비어)' suboptimal 환자에게 '비리어드' 단독으로 스위치한 경우 등이 그것이다.
유명 B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비리어드 출시는 기존 병용요법을 하나의 약제로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해외에서는 벌써부터 그렇게 쓰고 있다. 일례로 제픽스+헵세라 suboptimal 환자를 비리어드로 바꿔주니 대부분 DNA가 음전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사례들은 기존 병용요법으로 효과가 충분치 않았던 환자를 비리어드로 바꿔도 된다는 소리다. 두 알 먹던 것을 하나 먹으니 약값도 저렴해진다. 하지만 좋은 결과에도 불구하고 심평원이 삭감하니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의 주장처럼 심평원은 기존 병용요법을 단독으로 전환했을 때 대부분 삭감하고 있다. 다약제 내성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심평원 심사위원인 유명 C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심평원도 현장에서의 문제점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과거 다약제 내성에 크게 데인 만큼 신중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심평원의 입장"이라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과감히 비리어드 사용 폭을 늘려줄 것인가 아니면 좀 더 국내 데이터가 쌓인 다음에 할 것인가를 놓고 꾸준히 논의 중이다. 4월 말 간학회와 심평원이 다시 한 번 자리를 갖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임상 교수들은 이같은 심평원의 느림보 행보에 대해 불만을 감추지 않고 있다.
벌써 약이 나온지 6개월이 다 됐는데 '코에 걸면 코걸이'식의 삭감 잣대로 도무지 어떻게 처방해야할 지 감이 안 잡힌다는 것이다.
C대학병원 교수는 "삭감 이유는 다른 처방을 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항상 환자에 따라 최적의 진료를 한다. 그런데 다른 처방을 내라니 혼란스럽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제약사와의 유착관계는 절대 없다. 단지 더 좋을 약을 쓸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병원 적정진료팀이 삭감 대응을 안이하게 한 측면도 있지만 무더기 삭감은 처방 기준을 흔들리게 하고 있다. 의사가 삭감 안 당하는 약을 기준으로 처방할 수는 없다. 이는 의학적 양심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호소했다.
A병원 교수도 같은 입장이다. 병원에서 삭감을 우려한 나머지 약 코드를 빼는 등 최악의 조치까지 일어나서는 안된다고 했다.
그는 "간학회와 심평원이 급여 기준에 대해 논의 중인 것은 알지만 벌써 약이 나온지 6개월이 됐다. 시간을 끌수록 현장의 혼란은 가중될 것이다. 병원도 삭감 당하는 약과 의사를 오래 지켜보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