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평가된 '도시바' 대학병원서 해법 찾겠다"

정희석
발행날짜: 2013-05-10 11:50:16
  • 도시바메디칼시스템즈코리아 주창언 대표이사

▲미국 8000여개 의료기관에 제공되는 세계적인 의료IT 전문보고서 '클라스 리포트'(KLAS Report)가 조사한 2009년 미국 전체 의료기기 판매업체 1위
▲유럽 초음파진단기 마켓쉐어(Market Share) 1위 의료기기 글로벌 벤더(공급자)

일본계 다국적기업 '도시바'(TOSHIBA)가 글로벌시장에서 평가받고 있는 위상이다.

하지만 전 세계 의료기기시장의 불과 2%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640 Multi-Slice CT '에퀄리언 원'(Aquilion ONE)을 제외한 도시바 의료기기에 대한 인지도는 열악한 수준이다.

우스갯소리로 도시바가 초음파진단기를 생산하는 것조차 모르는 의사들도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글로벌시장에서 GE 헬스케어ㆍ지멘스ㆍ필립스와 경쟁하는 도시바가 유독 한국에서 이들 메이저기업들보다 저평가된 '마이너'로 평가받는 이유는 왜일까?

가장 큰 원인은 도시바가 30년 넘게 한국시장에서 대리점 중심의 영업마케팅을 해왔다는 점이다.

대리점의 특성상 이익만을 추구하다보니 도시바라는 브랜드 마케팅을 위한 전략이 있을 리 만무했다.

이는 한국시장 현지화 전략을 위해 한국법인 또는 지사를 세워 오랜 기간 의료계를 상대로 브랜드 인지도 구축에 나섰던 GE 헬스케어ㆍ지멘스ㆍ필립스와 다른 행보를 보인 도시바의 뼈아픈 현실이기도 하다.

특히 과거 도시바 의료기기 국내 대리점의 무리한 영업 관행과 2008년 12월 최종 부도로 인한 이미지 실추 또한 도시바 의료기기 브랜드에 악영향을 미쳤다.

악조건 속에서 2009년 5월 설립된 도시바 한국 공식 독점 판매법인 '티아이메디칼시스템즈' 주창언 대표이사는 한국시장에서 저평가된 도시바 의료기기 인지도를 끌어올리고, 매출 고공행진을 이어나갔다.

도시바가 한국시장에서 경험해보지 못했던 의료기기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준 주 대표이사에게 새로운 도전이 시작됐다.

지난 2월 28일 도시바가 티아이메디칼시스템즈의 인피니트헬스케어 지분 70%를 전량 인수하고 한국법인 '도시바메디칼시스템즈코리아'를 출범시킨 것.

주창언 대표이사가 말하는 도시바메디칼시스템즈코리아 출범이 갖는 의미와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도시바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을 들어보았다.

Q: 인수 당시 도시바 Satoshi Tsunakawa 사장은 "도시바 의료기기 글로벌사업 확대에 있어 한국시장의 중요성과 한국법인에 거는 기대가 매우 크다"고 밝혔다.
-전 세계 의료기기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불과 2%로 매우 작다.

시장 규모만 놓고 본다면 도시바에게 한국시장이 갖는 의미는 크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최근 한국 의사들이 북미방사선의학회(RSNA)와 같은 해외 학술대회에서 논문 발표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면서 일본과 중국보다 국제적인 인지도와 위상이 높아졌다.

의료기기업체 입장에서 의사들을 상대로 1:1 영업보다는 국제학술대회에서 발표되는 의사들의 논문을 통해 제품의 기술력과 우수성을 검증받는 것이 영업마케팅 측면에서 더욱 효과적이다.

한국 의사들의 국제적인 위상이 높아지면서 한국시장에 대한 중요성도 매우 커진 셈이다.

Q: 도시바가 한국법인 도시바메디칼시스템즈코리아에 거는 기대와 주문은?
-아시아에서 한국은 일본과 중국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의료기기시장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도시바가 가장 고전하고 있는 시장이 한국이다.

한국 고객들의 니즈가 전 세계 어느 곳보다도 까다롭고 수준이 높기 때문이다.

도시바는 한국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전략과 스킬은 세계 어느 곳에서도 통할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한국에서의 성공사례는 도시바 글로벌 의료기기사업에 미치는 비즈니스 파급효과가 매우 크다고 보기 때문에 한국법인에 거는 기대도 그만큼 높다.

더욱이 2008년 당시 도시바 국내 대리점이 부도나면서 좁아진 도시바의 입지를 티아이메디칼시스템즈가 불과 4년 만에 상당부분 회복한 점도 도시바가 한국법인에 거는 기대감을 높였다고 본다.

Q: 도시바 한국법인으로 출범하면서 영업마케팅 측면에서 기대할 수 있는 장점은?
-도시바가 한국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확보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대학병원에서의 레퍼런스(reference) 확보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티아이메디칼시스템즈 이전만 하더라도 대학병원에서 도시바 의료기기를 사용해 발표된 논문은 단 한건도 없었다.

국내 학술대회와 심포지엄에서 발표되는 논문에서 도시바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보니 도시바 의료기기의 브랜드 구축 또한 쉽지 않았다.

이번 한국법인 출범은 대학병원과의 리서치는 물론 기술 및 정보 공유를 적극적으로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영업마케팅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병원 고객들의 신뢰도가 높아졌다는 점도 도시바 한국법인 출범이 갖는 중요한 의미다.

기존 도시바와 인피니트헬스케어의 합작법인이었던 티아이메디칼시스템즈 때에도 인피니트의 명성은 있었지만 대리점으로서의 한계가 분명 있었다.

도시바 한국법인 출범에 따라 고객들이 과거처럼 대리점 부도로 피해를 볼 수도 있다는 위기와 우려가 없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Q: 의사들에게 도시바 의료기기 중 '에퀄리언 원'(Aquilion ONE)을 제외하고는 특별히 떠오르는 브랜드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시장에서 GE 헬스케어ㆍ필립스ㆍ지멘스와 비교해 도시바 브랜드 인지도가 크게 떨어지는 이유를 어떻게 보는가?
-가장 큰 이유는 도시바가 한국시장에서 30년 넘게 대리점체재로 비즈니스를 해왔다는 점이다.

판매대행 대리점은 단기적인 이익창출이 우선이기 때문에 회사와 제품 브랜드 구축보다 제품 판매를 위한 비즈니스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반면 여타 다국적기업들은 한국법인을 통해 오랜 기간 의료계를 상대로 브랜드와 제품 인지도를 쌓아왔기 때문에 도시바와의 격차가 더 커질 수밖에 없었다.

또 다른 이유를 들자면 과거 한국 의사들은 일본으로 연수를 가는 경우가 많았지만 근래 들어 미국이나 유럽으로 집중되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연수를 받은 의사들은 주로 GE 헬스케어, 필립스, 지멘스 장비를 사용한 경험이 많고 익숙해졌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그 장비들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Q: 지난해 미들레인지급 'Xario'와 하이엔드급 'Aplio'를 주력 제품으로 초음파진단기사업을 펼쳤으나 결과가 좋지 않았다. 영업마케팅 전략의 문제로 보는가?
-Xario는 지난해 이전에 나왔고, Aplio 300ㆍ400ㆍ500이 지난해 새롭게 출시된 초음파진단기다.

영업마케팅 문제로 볼 수도 있겠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따로 있다. 우선 신제품에 대한 당시 식약청 품목허가가 지연됐다는 점이다.

신제품이 출시되고 바로 업그레이드가 되면서 이 부분을 반영하다보니 품목허가 시간이 조금 더 지체됐다.

또 도시바와 티아이메디칼시스템즈 간 초음파진단기 공급가를 조율하는 과정도 다소 시간이 걸렸다.

이 같은 이유로 지난해 상반기에는 초음파진단기 영업을 전혀 하지 못했고, 하반기에 들어서야 본격적인 영업이 시작됐다.

초음파진단기사업이 부진했던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보다 국내 대학병원에서의 레퍼런스가 없기 때문이라고 본다.

2009년 티아이메디칼시스템즈 이전에 도시바 초음파진단기가 설치된 국내 대학병원 영상의학과는 단 한 곳도 없었다.

당연히 도시바 초음파진단기에 대한 논문이나 발표가 없다보니 브랜드 인지도가 낮을 수밖에 없었다.

초음파진단기사업은 긴 호흡의 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도시바 초음파진단기 브랜드 구축을 위해 대학병원 레퍼런스 확보가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Q: 혈관 종양치료에 탁월한 Angio-CT 사업에 올해 큰 기대를 걸고 있다.
-Angio-CT의 특징은 환자의 이동 없이 Angio와 CT 진단을 동시에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간암, 두경부, 근골격, 심혈관 등 거의 모든 분야에 활용되며 특히 간암 색전술(Transarterial Chemoembolization)에 Angio-CT를 사용할 경우 색전술 결과를 현장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어 추가적인 치료가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화학색전술의 경우에도 최소한의 비침습적 시술을 통해 환자의 통증이 적고 회복기간도 크게 단축할 수 있다.

이밖에 Angio 또는 CT 단독검사만으로 발견하기 어려운 종양의 feeding artery(영양동맥) 및 hypervascularity(과혈류성)을 찾아내는데도 효과적이다.

현재 일본에서만 100여대가 설치됐고, 오사카 IGT 클리닉에서는 Angio-CT를 이용해 연간 1000여건의 화학색전술을 시행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주로 응급실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다.

가령 교통사고를 당한 뇌출혈 환자의 경우 Angio-CT를 이용해서 출혈 부위를 찾고 치료한 뒤 바로 그 자리에서 CT를 찍어 확인하는 작업이 동시에 신속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환자의 생존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대학병원 응급실이나 외상센터에서도 Angio-CT가 제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도시바 또한 국내 Angio-CT시장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한국의 중재시술 수준이 세계적이기 때문에 의사들의 풍부한 경험과 기술이 Angio-CT와 결합된다면 간암, 두경부, 근골격, 심혈관 등 분야에서 임상적 유용성을 확보할 수 있는 다양한 시술을 개발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판단에서다.

Q: 한국법인장으로서 책임감과 부담감도 클 것 같다.
-기존 도시바 의료기기사업 대리점에서 한국법인으로 전환되면서 규정이나 비용관리 등 모든 면에서 훨씬 까다로운 글로벌기업에 걸 맞는 절차와 관리가 적용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기존 대리점이 아닌 전 세계 도시바 해외법인들과 비교ㆍ평가되는 한국법인을 대표한다는 점에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도시바 한국법인은 GE 헬스케어ㆍ필립스ㆍ지멘스와 비교해 지리적 근접성, 문화적인 유사성, 일본 특유의 장인정신이 만들어낸 제품 내구성 등 도시바만의 경쟁력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특히 도시바 본사와 전략적 마케팅 공조와 기술ㆍ정보 공유, R&D 확대 등을 통해 그동안 부족했던 대학병원과의 학술교류 및 공동리서치를 확대하고, 다양한 레퍼런스를 확보해 도시바 의료기기의 인지도를 높여 글로벌기업 도시바에 걸 맞는 브랜드 구축에 힘써 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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