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학부모협의회 두고 시각차…"과보호 아닌 정도 지켜야"
불합리한 교육환경과 수련환경에 맞서 일어난 학부모들. 이에 대한 시각은 극과 극으로 나뉜다.
우선 대다수 기성세대. 즉 교수들을 포함한 전문의들의 입장은 다소 부정적이다. 이미 성인으로 자기결정권을 가진 이들의 부모가 이들을 대변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입장이다.
"헬리콥터맘의 그늘…제대로 된 의사 될 수 있겠나"
이들은 이러한 가족들의 행태가 헬리콥터맘에 불과하다고 잘라 말한다. 자녀들의 결정권을 무시한 과보호로 빚어진 모습이라는 것이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의 수련교육부장을 맡고 있는 A교수. 그는 전공의 가족 협의회에 대해 정도를 지켜야 한다고 못박았다.
"가족협의회를 구성하는 것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정보를 공유하는데서 그쳐야지 수련환경에 깊숙히 관여하거나 자녀들의 선택권을 제한해서는 안되죠."
그는 이러한 부작용의 일환으로 하나의 예를 들었다. 최근 심심치 않게 찾아오는 전공의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다.
실제로 그가 교육수련부장을 맡은 이래 인턴들의 부모로부터 수많은 전화를 받아야 했다. 가장 많은 질문은 자녀 전공의를 특정 전문과목에 보내려면 어떻게 해야하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해당 전공의와 면담을 진행하면 그는 다른 전공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결국에 가서는 부모의 의견에 따라 전공과목을 선택하는 전공의가 많다고 한다. 부모가 자녀의 진로를 선택하는 셈이다.
A교수는 "의사는 하루에도 수십번씩 결정을 내려야 하는 직업"이라며 "자신이 하고 싶은 전공도 고르지 못하는 전공의가 제대로 된 의사가 될 수 있겠냐"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수련환경에 대한 부분도 마찬가지"라며 "지금처럼 불합리한 처우에 대해 대항할 수 있는 방법이 많은 시대에 자신이 처한 상황조차 스스로 극복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사회를 살아가겠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또 하나의 예를 들었다. 교수에게 꾸지람을 들은 것을 가족에게 알려 일가족이 항의를 온 사연이다.
A교수는 "지시해 놓은 일을 제대로 해놓지 않아 꾸짖었더니 다음날 부모가 모두 다짜고짜 교수실로 찾아와 항의를 하더라"며 "교권이 무너졌다는 얘기를 흘려들었었는데 정말 정신이 번쩍났다"고 회고했다.
"군대식 의국 문화…가족외에는 대변할 길이 없다"
그러나 가족협의회의 입장은 이와 다르다. 기수가 확실한 군대식 의료계 문화속에서 조직에 속한 자녀가 이에 저항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결국 이를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가족들이 아니면 이들의 불합리한 처우를 개선할 수 없다는 것이다.
최근 자녀의 불합리한 처우를 참지 못하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를 준비중인 전공의 부모 B씨는 이렇게 말한다.
"내 아들을 보면 저항할 의지가 있어도 시간과 체력이 없어요. 이미 지칠대로 지친데다 하루하루 꽉 짜여진 수련을 견디다 보면 사실 생각할 시간 자체가 없어진다는 표현이 맞을꺼에요. 거기다 다 같은 상황에 있다보니 오히려 자신이 이상한건가 라는 자괴감에 빠지게 되죠."
대다수 가족들도 같은 반응이다. 최근 서남의대 폐교 운동에 동참한 학부모 C씨. 그는 서남의대 폐교 운동이 학생들이 나서기에는 벅찬 일이었다고 강조했다.
C씨는 "학생들이 스스로 선생님과 학교를 버리는 것은 너무나 벅찬 일이다"며 "또한 만약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을때 돌아오는 리스크도 너무나 크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결국 누군가가 지금의 문제를 알리고 외부로부터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며 "가족외에는 누가 그런 일을 해줄 수 있겠느냐"고 강조했다.
특히 그들은 헬리콥터맘이라는 수식어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했다. 자녀를 보호하겠다는 이기심보다는 불합리한 환경으로부터 약자를 지키겠다는 의지가 크다는 입장이다.
전공의 부모 B씨는 "몸이 아파 제출한 병가계를 찢어 얼굴에 던지는 것을 보고 잘못된 일이라 말하는 것이 자녀를 보호하기 위한 행동이냐"며 "세상 어느 누구나 잘못됐다고 판단할 수 있는 일"이라고 못박았다.
이어 그는 "이 땅에 전공의들이 다시는 내 아들 같은 일을 겪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일"이라며 "그렇다면 나는 우리나라 모든 전공의의 헬리콥터맘이다"고 덧붙였다.
"시대변화의 단면…올바른 발전방향 모색해야"
이에 대해 색다른 의견을 내는 사람들도 있다. 이러한 움직임이 시대 흐름의 한 단면인 만큼 일정 부분 인정하고 올바른 발전방향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수련제도의 대부라 불리는 가톨릭의대 김성훈 교수. 대한의학회 수련이사기도 한 그는 이러한 움직임을 두가지 흐름으로 분석한다.
첫째는 과거 개발시대의 성과주의가 웰빙시대의 과정주의로 변화한 요인을 꼽는다.
쉽게 말해 과거에는 의사면허 혹은 전문의 자격을 따는데 집중했다면 지금은 그 과정도 중요시 하는 시대가 왔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과거에 불이익을 참더라도 내가 가야할 길만 가면 된다는 의식이 있었지만 지금은 수많은 정보 속에서 타인과 비교하며 고민하는 시대가 왔다"며 "최근 수련환경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높은 것은 이와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고 풀이했다.
그가 생각하는 또 하나의 흐름은 핵가족화에 따른 자녀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환경에 있다.
과거 자녀 교육에 대해 지지를 보내는 것이 전부였다면 지금은 태어날때부터 끊임없는 관심을 가지고 자녀를 보살피는 것에 익숙해 졌다는 의미다.
김 교수는 "현재 의대에 입학하는 대다수 학생들의 부모 세대는 대학을 졸업한 지식인 계층이 많다"며 "또한 대부분 자녀를 한명, 혹은 두명을 키우기 때문에 그만큼 교육에 애착을 쏟게 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이러한 애정으로 키운 자녀가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것은 그들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일 수 있다"며 "자녀 입장에서도 학교와 부모로부터 사랑만 받다가 갑자기 불합리한 상황에 처해질 경우 이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이러한 시대흐름을 인정하되 가족협의회 등이 올바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김성훈 교수는 "결국 가족협의회의 탄생이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면 건전한 비판과 감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절충점을 찾는 것이 관건"이라고 밝혔다.
우선 대다수 기성세대. 즉 교수들을 포함한 전문의들의 입장은 다소 부정적이다. 이미 성인으로 자기결정권을 가진 이들의 부모가 이들을 대변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입장이다.
"헬리콥터맘의 그늘…제대로 된 의사 될 수 있겠나"
이들은 이러한 가족들의 행태가 헬리콥터맘에 불과하다고 잘라 말한다. 자녀들의 결정권을 무시한 과보호로 빚어진 모습이라는 것이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의 수련교육부장을 맡고 있는 A교수. 그는 전공의 가족 협의회에 대해 정도를 지켜야 한다고 못박았다.
"가족협의회를 구성하는 것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정보를 공유하는데서 그쳐야지 수련환경에 깊숙히 관여하거나 자녀들의 선택권을 제한해서는 안되죠."
그는 이러한 부작용의 일환으로 하나의 예를 들었다. 최근 심심치 않게 찾아오는 전공의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다.
실제로 그가 교육수련부장을 맡은 이래 인턴들의 부모로부터 수많은 전화를 받아야 했다. 가장 많은 질문은 자녀 전공의를 특정 전문과목에 보내려면 어떻게 해야하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해당 전공의와 면담을 진행하면 그는 다른 전공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결국에 가서는 부모의 의견에 따라 전공과목을 선택하는 전공의가 많다고 한다. 부모가 자녀의 진로를 선택하는 셈이다.
A교수는 "의사는 하루에도 수십번씩 결정을 내려야 하는 직업"이라며 "자신이 하고 싶은 전공도 고르지 못하는 전공의가 제대로 된 의사가 될 수 있겠냐"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수련환경에 대한 부분도 마찬가지"라며 "지금처럼 불합리한 처우에 대해 대항할 수 있는 방법이 많은 시대에 자신이 처한 상황조차 스스로 극복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사회를 살아가겠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또 하나의 예를 들었다. 교수에게 꾸지람을 들은 것을 가족에게 알려 일가족이 항의를 온 사연이다.
A교수는 "지시해 놓은 일을 제대로 해놓지 않아 꾸짖었더니 다음날 부모가 모두 다짜고짜 교수실로 찾아와 항의를 하더라"며 "교권이 무너졌다는 얘기를 흘려들었었는데 정말 정신이 번쩍났다"고 회고했다.
"군대식 의국 문화…가족외에는 대변할 길이 없다"
그러나 가족협의회의 입장은 이와 다르다. 기수가 확실한 군대식 의료계 문화속에서 조직에 속한 자녀가 이에 저항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결국 이를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가족들이 아니면 이들의 불합리한 처우를 개선할 수 없다는 것이다.
최근 자녀의 불합리한 처우를 참지 못하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를 준비중인 전공의 부모 B씨는 이렇게 말한다.
"내 아들을 보면 저항할 의지가 있어도 시간과 체력이 없어요. 이미 지칠대로 지친데다 하루하루 꽉 짜여진 수련을 견디다 보면 사실 생각할 시간 자체가 없어진다는 표현이 맞을꺼에요. 거기다 다 같은 상황에 있다보니 오히려 자신이 이상한건가 라는 자괴감에 빠지게 되죠."
대다수 가족들도 같은 반응이다. 최근 서남의대 폐교 운동에 동참한 학부모 C씨. 그는 서남의대 폐교 운동이 학생들이 나서기에는 벅찬 일이었다고 강조했다.
C씨는 "학생들이 스스로 선생님과 학교를 버리는 것은 너무나 벅찬 일이다"며 "또한 만약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을때 돌아오는 리스크도 너무나 크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결국 누군가가 지금의 문제를 알리고 외부로부터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며 "가족외에는 누가 그런 일을 해줄 수 있겠느냐"고 강조했다.
특히 그들은 헬리콥터맘이라는 수식어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했다. 자녀를 보호하겠다는 이기심보다는 불합리한 환경으로부터 약자를 지키겠다는 의지가 크다는 입장이다.
전공의 부모 B씨는 "몸이 아파 제출한 병가계를 찢어 얼굴에 던지는 것을 보고 잘못된 일이라 말하는 것이 자녀를 보호하기 위한 행동이냐"며 "세상 어느 누구나 잘못됐다고 판단할 수 있는 일"이라고 못박았다.
이어 그는 "이 땅에 전공의들이 다시는 내 아들 같은 일을 겪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일"이라며 "그렇다면 나는 우리나라 모든 전공의의 헬리콥터맘이다"고 덧붙였다.
"시대변화의 단면…올바른 발전방향 모색해야"
이에 대해 색다른 의견을 내는 사람들도 있다. 이러한 움직임이 시대 흐름의 한 단면인 만큼 일정 부분 인정하고 올바른 발전방향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수련제도의 대부라 불리는 가톨릭의대 김성훈 교수. 대한의학회 수련이사기도 한 그는 이러한 움직임을 두가지 흐름으로 분석한다.
첫째는 과거 개발시대의 성과주의가 웰빙시대의 과정주의로 변화한 요인을 꼽는다.
쉽게 말해 과거에는 의사면허 혹은 전문의 자격을 따는데 집중했다면 지금은 그 과정도 중요시 하는 시대가 왔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과거에 불이익을 참더라도 내가 가야할 길만 가면 된다는 의식이 있었지만 지금은 수많은 정보 속에서 타인과 비교하며 고민하는 시대가 왔다"며 "최근 수련환경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높은 것은 이와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고 풀이했다.
그가 생각하는 또 하나의 흐름은 핵가족화에 따른 자녀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환경에 있다.
과거 자녀 교육에 대해 지지를 보내는 것이 전부였다면 지금은 태어날때부터 끊임없는 관심을 가지고 자녀를 보살피는 것에 익숙해 졌다는 의미다.
김 교수는 "현재 의대에 입학하는 대다수 학생들의 부모 세대는 대학을 졸업한 지식인 계층이 많다"며 "또한 대부분 자녀를 한명, 혹은 두명을 키우기 때문에 그만큼 교육에 애착을 쏟게 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이러한 애정으로 키운 자녀가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것은 그들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일 수 있다"며 "자녀 입장에서도 학교와 부모로부터 사랑만 받다가 갑자기 불합리한 상황에 처해질 경우 이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이러한 시대흐름을 인정하되 가족협의회 등이 올바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김성훈 교수는 "결국 가족협의회의 탄생이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면 건전한 비판과 감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절충점을 찾는 것이 관건"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