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행위량 늘려 수가인하 손실 보존 옛말 "비급여도 한계점"
정부는 지난해 7월 15일부터 모든 의료기관의 CT, MRI, PET 검사 수가를 각각 15.5%, 24%, 10.7%씩 인하했다. 1년이 지난 현재. 메디칼타임즈는 병의원의 수입 변화를 분석했다.영상 수가를 인하하면 수익 손실분을 행위량 증가로 메울 것이라는 우려.
<상>영상수가 인하후 병의원 직격탄
<하>수입은 줄고, 의료왜곡 심화되나
적어도 1년 단기 데이터를 들여다보면 그것은 '기우'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행위량을 무분별하게 늘리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며,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다고 진단했다. 의료기관 입장에서 보면 출구가 없어진 것이다.
<메디칼타임즈>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국회에 제출한 '분기별 CT, MRI, PET 종별 청구건수 및 금액' 자료를 통해 영상수가 인하 정책이 의료기관에 미친 영향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올해 1분기 자료를 직전분기인 지난해 4분기와 비교봤을 때 행위량 증가율은 CT 4.1%, MRI 5.1%, PET 6.7%였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CT 2.8%, MRI 4.5%, PET 7.8% 수준으로 늘었다.
종별로 뜯어보면 병원급에서 눈에 띄게 행위량이 늘어났다. 수익 손실 폭보다 행위량 증가폭이 더 큰 현상을 보인 것.
병원의 MRI 촬영건수는 올해 1분기 2만 9836건으로 지난해 1분기 2만 3204건보다 28.6%나 늘었다.
PET 촬영 건수 역시 지난해 1분기 455건에서 올해 1분기 986건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대한병원협회 관계자는 "경기가 좋아지지 않으면 환자들이 상급종병, 종병보다 상대적으로 진료비가 저렴한 병원을 많이 찾기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병원급을 제외한 다른 기관들은 행위량 증가분이 자연증가분 수준이었다. 특히 요양병원은 MRI 촬영 건수가 30.7%나 줄었다.
"무분별하게 행위 늘릴 정도로 비양심적이지 않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영상수가 재인하 정책을 도입할 때 영상검사가 해마다 늘고 있기 때문에 이를 가격으로 통제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러나 가격 통제 정책을 쓴지 1년이 지난 현재 행위량이 폭발적으로 늘지 않았다.
병원들은 영상수가 인하책이 정부의 전형적인 공급자 압박책이라고 비판하며 손실을 보전하기 위한 방책을 찾고 있지만 마땅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모 대학병원 보험심사팀 관계자는 "(위에서는) 영상수가 수익 손실분을 보전할 수 있는 수가를 개발하라고 하지만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대학병원 보험심사팀 관계자도 "영상검사 자체가 필요한 사람만 찍고, 급여기준도 따로 있기 때문에 행위량을 늘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며 "병원에 있는 사람들이 수가 낮다고 무분별하게 행위를 늘릴 정도로 비양심적이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중소병원협회 백성길 회장 역시 "의료산업을 신성장동력 산업이라고 해놓고 정부는 공급자 압박책만 내고 있다. 수익 창출을 위한 비급여 항목도 찾아볼 수가 없다"고 현실을 전했다.
대한병원경영연구원 이용균 연구실장은 정부의 영상수가 인하 정책이 공급자와 정부의 '신뢰' 상실에서 온 대표적 사례라고 진단했다.
행위량 늘리기 자체가 포화점에 이르렀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그는 "수가를 억제하면 행위량을 늘릴 것이라고 하는데 가격보상심리 때문에 행위를 늘린다는 주장은 검증되지 않은 부분"이라며 "신뢰가 무너져서 나오는 주장"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저수가 속에서 행위량이 계속 증가해온 것은 사실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적정 가격에서 적정 진료를 하는 것이지만 정부와 공급자간 신뢰가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가격이 낮아지면 환자와 병원의 진입 장벽도 그만큼 낮아져 암묵적 합의로 생기는 수요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용균 실장은 "행위량이 계속 팽창할 수는 없다. 짦은 기간의 자료이긴 하지만 행위량이 눈에 띄게 늘지 않았다는 것은 어느 정도 정점에 와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영적 측면에서 영상수가 인하로 본 손실을 메꾸기 위해 크게는 비용을 줄이거나 수익을 늘리는 방법이 있다.
이 연구실장은 "그동안 병원들은 행위량 증가를 통한 수익 증대 방법을 모색해 왔지만 그마저도 포화점에 이르렀다. 이제는 익숙치 않았던 비용절감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고난의 행군 시절이 올 것"이라고 환기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