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병원 전성시대 저무나…명의들도 환자 반토막

발행날짜: 2013-08-05 06:34:38
  • 6개월 대기가 1개월로 단축…"의료수준 상향 평준화, 불황 여파"

국내에서 누구나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류마티스의 대가 A교수. 불과 몇 년전만 해도 이 교수에게 진료를 받으려면 길게는 7~8개월간 대기표를 들고 있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1달 여만에 진료가 잡힌다. 그만큼 신규 환자, 일명 신환이 줄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향은 비단 A교수에게만 일어난 일이 아니다. 명의로 불리는 수 많은 교수들이 모두 공통적으로 신규환자가 줄었다고 말한다.

대한암학회 이사장 등을 지내며 국내 위암 수술의 대부로 불리는 B교수. 이 교수는 최근 10여년간 하루에 재진환자를 제외한 신환만 30여명씩 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하루에 10여명으로 줄었다. 반 이상이 줄어든 셈이다.

수술건수도 마찬가지다. 이 교수는 매주 15건에 달하는 수술을 진행했지만 지금은 7건으로 줄었다.

B교수는 "보직을 맡으며 의식적으로 환자를 좀 줄인 것도 있지만 그에 비해서도 신규 환자가 확 줄은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드라마 '뉴하트'의 실제 주인공으로 심장 수술 전문가인 C교수도 마찬가지다. 그는 일주일에 평균 15건 이상의 심장 수술을 집도했지만 지금은 7~8건으로 절반 정도가 감소했다.

최근 심혈관 질환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상황이다.

C교수는 "심장 환자들은 대부분 신규 환자가 많지만 최근 들어서는 분명 줄어든 경향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명의들을 찾던 환자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전문가들은 지방대병원과 전문병원의 성장이 이같은 결과를 가져왔다고 분석한다.

최근 지방대병원들이 잇따라 암센터와 심뇌혈관센터를 집중적으로 육성하면서 예전보다 인프라가 상당히 좋아져 환자들이 분산되는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B교수는 "과거 서울 일부 대형병원에서만 가능하던 수술을 이제는 지방대병원에서도 보편적으로 시행하고 있다"면서 "의료 수준이 상향 평준화 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사실이 퍼져나가면서 대형병원에서 몇달씩 대기하느니 지방에서 수술을 받겠다는 환자들이 늘고 있는 것"이라며 "빅5 쏠림 현상에 반대급부인 셈"이라고 덧붙였다.

C교수도 비슷한 견해를 내놨다.

특히 심혈관 질환은 정부 지원과 더불어 적정성평가 등을 통한 채찍이 가해지면서 초 고난도 수술 외에는 수술 수준이 비슷해졌다는 평가다.

C교수는 "이제는 이식 등 일부 분야를 제외하면 급성 심근경색 등의 치료는 대형병원과 지방대병원간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다"며 "특히 심장 질환 등은 수술 시기가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무리하게 대형병원까지 오지 않는 경향도 있다"고 풀이했다.

특히 최근 장기화되고 있는 경기불황이 이러한 경향을 가속화시키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과거 상급종합병원으로 몰렸던 환자들이 가격적 요인으로 인해 종합병원으로 내려가고 있다는 것이다.

B교수는 "아무래도 경기불황이 지속되다 보니 상대적으로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상급종합병원보다는 전문병원 등으로 빠지는 환자도 늘고 있다"며 "대한민국 의료 전체를 놓고 본다면 이러한 경향은 바람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상급종합병원에서는 고난도 수술을 맡고 그외 수술들은 종합병원과 지방대병원에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병원 입장에서는 이러한 상황이 그리 달갑지는 않은 것이 현실이다. 스타 교수가 끌어오는 수익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 대형병원 관계자는 "사실 병원 입장에서야 환자 감소가 반가울리가 있겠느냐"며 "특히 경기불황으로 대다수 병원들이 적자를 보고 있는 상황이니 암묵적으로 교수들에게 압박이 가해질 수 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또한 대형병원은 교육과 수련에 있어서도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 만큼 다양한 환자들을 접하는 것이 좋다"면서 "고난도 수술을 담당하는 것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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