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협회는 어디로 가는가

김남호 의장
발행날짜: 2014-04-04 11:08:49
  • 김남호 인천시의사회 대의원회 의장

대한의사협회가 혼란에 빠졌다. 원격진료 반대를 위한 투쟁 과정부터 잡음이 끊이지 않더니 며칠전 임시대의원총회에서 그 극에 달한 듯 보인다. 그동안 노환규 회장의 독선적인 회무 운영방식, 끝임 없이 터져 나오는 시도회장들과의 불화, 잦은 정관위반, 갈등을 조장하고 회장으로서 부적절한 표현을 일삼는 SNS 활동, 공정하지 못한 회원투표 등이 도마에 오르더니 급기야는 노 회장을 배제한 체 비상대책위원회가 구성되었다.

이는 유사시에 회장을 보호하여 회무의 중단이 없도록 하겠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노 회장식의 1인이 전횡하는 투쟁방식에 제동을 거는 의미도 없다고 할 수 없다. 또한 대의원총회에서 의결한 비대위는 이전의 상임이사회의 특별위원회 성격의 투쟁체와 그 위상이 다른데 의협의 최고의결기관인 대의원총회에서 투쟁과 협상에 대한 전권을 위임받은 투쟁체는 투쟁을 위한 기금모금, 파업투쟁의 재개에 대한 회원투표 등에 대한 의결 등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명실상부한 강력한 투쟁체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비대위가 의협집행부를 대신할 수는 없다. 어디까지나 의협의 대표는 의협 회장이며 다른 모든 회무를 통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필자가 개인적으로 아쉬워하는 부분은 굳이 투쟁체를 진두지휘하고 싶어 하는 회장을 배제하여야 했을까 하는 점이다. 의사결정을 1인의 독단으로 결정하지 못하게 하는 규정을 만들어 둔다면 노회장이 원하는 대로 비대위에 참여시켜도 무방하지 않았을까? 어쨌든 정상적이라면 비대위의 활동을 현 의협집행부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함이 마땅하다. 그러나 비대위가 출발하기도 전에 삐거덕 거리는 조짐이 보인다.

노 회장으로서는 자신이 아마도 불신임 받는다고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임시대의원총회가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대의원총회를 불신임하고 자신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며 파업재개에 대한 압도적인 찬성을 보여주는 설문조사의 결과를 발표하였고 대의원총회가 부당하다는 기자회견을 하였다. 또한 아이러니컬하게도 압도적인 재파업 재개 여론과는 반대로 의정합의 이행 추진단을 구성하여 합의과정이 잘 지켜지나 감시하기로 하는 한편 전 회원이 참여하는 사원총회를 하기로 의결하였다. 또한 비대위 관련 임총 의결무효 가처분소송도 의결하였다.

이는 비록 채택이 되지는 않았지만 긴급하게 임시대의원총회에 부의안건으로 요청한 '유보되었던 총파업 재개의 건'과는 모순되는 의결이라 아니할 수 없다. 또한 많은 돈을 들여 성사여부도 불투명하며 소모적인 논쟁과 이전투구의 장의 발판이 될 것이 뻔한 사원총회를 열겠다는 것은 비록 노회장이 의도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분열과 갈등으로 몰아가 식물의협이 되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이 뻔하다.

의협 사상 초유의 사원총회는 민초회원들의 뜻을 받들겠다는 취지라고 주장하지만 그 정당성여부는 논외로 치더라도 많은 군중들을 모아놓고 회의가 제대로 될 리가 없다. 결국 소수가 의도하는대로 끌려갈 수밖에 없어서 결국 소수의 독재를 유지시켜주는 도구로 전락할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대의제도를 채택하고 있으며 11만의 회원으로 구성된 의협도 역시 대의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것이다.

많은 회원들은 현 대의원 선출제도가 회원들의 뜻과는 다르게 연공서열 순, 나눠먹기식 등으로 되어 있어 민초들의 의견이 잘 전달이 되지 않는다고 강변한다. 옳은 말이다. 집행부와 민초의사들이 주장하는 대의원 직선제는 필자도 찬성하는 바이다. 그렇지만 이는 정관을 바꾼다고 결코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중앙대의원은 지역에서 선출하기 때문에 각 지역의사회의 의식이 바뀌어야만 가능한 일이고 결국 바꾸고 싶은 사람들이 스스로 지역의사회에 참여하여 바꾸어 나가야 하는 것이다.

현재 의협은 존망의 기로에 서 있다. 한 쪽에서는 비대위를 부정하고 무력화시키려 하며 대의원총회를 해산하려 하고 있다. 이는 대한의사협회의 최고 의결기관인 대의원총회의 결의와 권위를 무시하는 것이니 백년 의협의 전통성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것이라 아니 할 수 없다. 또 한편으로는 이러한 집행부에 반대해서 불신임 결의안을 추진 중이다. 어느 쪽으로 결과가 나오더라도 의협으로서는 치명적이 될 수밖에 없다. 다른 한 쪽이 결과를 승복할 리가 없으며 그 이후에 일어날 지루하고도 소모적인 이전투구가 명약관화하다. 이대로 의협은 내홍에 빠져도 좋은가? 원격진료를 비롯한 많은 현안을 두고 이대로 주저앉아도 좋은가?

이제 시간이 별로 없다. 결자해지라고 결국 문제를 안고 있는 사람들이 만나서 풀어나가는 수밖에 없다. 노 회장을 비롯한 의협집행부, 대의원운영위원회, 시도회장들이 빠른 시일 안에 만나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답을 찾을 수밖에 없다. 협상의 요체는 상대를 인정하며 충분한 논의를 거친 후의 타협과 양보에 있다. 필자는 간절한 마음으로 바란다. 모든 행동의 기준을 우리 회원들의 이익에 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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