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한잔 용량에 669만원 '솔리리스'…문제는 '머니'

이석준
발행날짜: 2014-04-23 06:12:20
  • 가톨릭의대 이종욱·서울의대 윤성수 교수 "급여기준 완화해야"

'소주 한잔 용량(병당 30ml)에 669만원.'

전세계 단 하나의 '발작성 야간 혈색소뇨증(PNH) 치료제 '솔리리스(에쿨리주맙)' 가격이다.

투여시 정상인과 유사한 생존율을 보일 정도로 효능은 좋지만 세계 최고가 약이라는 닉네임 답게 1년에 5억원이라는 무시무시한 비용이 발생한다.

환자가 이런 약을 쓰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 번 쓰면 계속 써야하는 약을 일년에 꼬박꼬박 5억원을 투자하기란 쉽지 않다.

정부도 고민이다. 환자와 똑같이 '머니(money)' 때문이다. 1년여 전 '솔리리스' 보험을 시작했지만 수혜자는 38명만에 불과하다. 보험 재정을 고려해 엄격한 급여 기준 때문이다.

최근 제주도 라마다호텔에서 만난 가톨릭 의대 혈액내과 이종욱 교수, 서울대 의대 혈액종양내과 윤성수 교수와 '소주 한잔 용량에 669만원 '솔리리스'와 '머니'에 대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솔리리스 급여가 이뤄진지 1년 가량 됐다. 그러나 급여 기준이 까다로워 소수 인원만 보험 적용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의료보험을 정부에서 주관하는 사회주의적 의료체계다. PNH 급여 체제는 호주서 만든 시스템을 도입해 약간의 수정을 거친 것이다.

급여를 받기 위해서는 네 가지 기본·필수 조건을 충족시키고 또한 수술을 필요로 하는 신부전, 마약(진통제) 혹은 입원 치료를 필요로 하는 복통 등 합병증이 있어야 한다.

결국 심각한 상태에 이르러야 솔리리스를 사용할 수 있다.

개선돼야할 급여 기준을 꼽는다면

=현재는 복지부에서 어느 정도 예산으로 환자 몇 명을 치료할 수 있을지 시나리오를 작성한다. 심평원은 이를 바탕으로 급여 기준을 마련했다.

그러나 문제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환자들 사이에서 합병증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서 솔리리스 투여 환자는 36명(전체 환자의 10분의 1 수준)이고 신청에 탈락한 환자는 약 10명이다. 2명은 솔리리스 치료를 거부한 상태다.

솔리리스는 병 원인 중 하나의 메커니즘을 차단해 병이 진행하지 않도록 한다. 때문에 병은 그대로 남아있다. 마치 당뇨환자가 인슐린 주사를 맞으며 혈당을 조절, 관리하는 것과 비슷한 개념이다.

이 얘기는 솔리리스를 맞고 생존하는 환자 수가 계속해서 누적된다는 소리다. 정부 입장에서는 재정을 걱정하게 되는 것이다.

학문적 근거를 바탕으로 급여기준 개정신청을 하기도 하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재정을 고려해서 결정을 내릴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국내 급여기준이 적당하다고 보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완화돼야 한다고 본다. 다만 약물경제학에 근거한 의견도 틀린다고는 말할 수 없다.

희귀질환 및 그 환자수는 점점 증가하는데 예산은 한정적이다. 국가 입장에서는 딜레마일 수 밖에 없다. 보험체제 프레임이 달라져야 해결될 문제다.

전세계적으로 봤을 때 우리나라 (솔리리스 보험 기준은) 매우 엄격한 것이 맞다. 그러나 치료제가 워낙 비싸 정부는 경제적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반면에 의사들은 굳이 심각한 합병증을 앓는 환자가 아니더라도 치료를 받을 수 있었으면 하는 입장이다. 다만 접근 방법, 시각이 다르기 때문에 격차가 좁혀지지는 쉽지 않다.

동일한 금액으로 골수 이식을 하면 완치가 될 수도 있어 비용 효율이 높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식은 알다시피 위험성이 존재한다.

두 분 다 '솔리리스' 사전심의위원회에서 활동한다. 재정 문제가 아니라면 솔리리스 투여가 필요한 환자 규모는 어느 정도라고 보는가.

=PNH를 보는 사람들은 이미 혈액전문가들이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지 그 기준에 대한 내용을 이미 숙지하고 있다.

기준에 맞는 환자들이 있을 때 심의위원회에 서류를 제출한다.

그럼에도 사전심의위원회가 필요한 이유는 기준이 불명확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가령 복통 증상은 같은 증상이라도 환자에 따라 느끼는 정도가 다르며 PNH와 관련된 증상이 아닐 수도 있다.

또한 '마약을 처방할 정도의 복통'이라는 심의 기준을 객관적으로 충족하더라도 마약 복용이 1주일밖에 안 됐을 수도 있다.

이로 인해 객관적인 기준을 과연 특정 환자가 제대로 만족하는지를 의원들이 모여서 함께 판단한다.

그래도 환자들의 불만은 여전할 거 같다

=그렇다. 설득을 시킬 수 밖에 없다. 경험에 비춰봤을 때 의외로 장기간 투여를 부담스러워하는 경우도 있다. 2주마다 정기적으로 주사를 맞아야 한다.

또한 솔리리스가 병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병의 진전을 차단해 일상 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어서 투여를 중단할 경우 원상태로 복귀되거나 오히려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평생 약을 투여해야 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투여를 거부하는 환자들도 있다.

그런데 증상이 심각해 일상 생활이 어려운 경우 환자들은 평생 투여를 선택한다.

참고로 2주 전에 담석 염증으로 수술한 상태에서 면역상태가 약해서 1주간 투여를 중단하였더니 바로 용혈이 생겨 콜라색 소변이 나왔다.

다시 약을 사용하면 완화되지만 오랜 기간 투여를 중단하면 원상태로 복귀되거나 증상 악화의 위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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