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만개 이메일·6천통 전화" 미국의사들 힘의 근원

발행날짜: 2014-05-12 06:12:46
  • 차기 미국의사협회장 강연…"제도개선, 돈보다 환자 우선해야"

역사에 가정법은 없다고 하지만 한번 쯤 필요한 때가 있다.

불신임으로 인한 노환규 전 의협 회장의 낙마가 없었다면 그가 추진한 대의원회 시스템의 개혁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됐을까.

개혁이 가능했다면 그 기초 모델은 미국의사협회(AMA)의 방식의 시스템과 유사하지 않았을까.

지난 해 AMA 정기총회를 다녀온 노 전 회장이 줄곧 미국과 한국의 의협 대의원 시스템을 도마 위에 올렸을 뿐 아니라 미국 'AMA Policy'를 본따 'KMA Policy' 제정에 나선 것만 봐도 그렇다.

노 전 회장이 롤모델로 삼았던 미국의사협회, 그곳의 차기 회장 로버트 와(Robert M. Wah)가 한국을 찾았다.

대의원회 시스템부터 미국 의사들이 사회적인 영향력을 끼치게 된 근본 이유에 대한 그의 설명은 최근 대정부 투쟁에 이어 대의원 제도 개혁 바람까지 거세게 불었던 국내 의료계에 '소금'과도 같은 조언.

11일 서울성모병원에서 열린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10주년 기념학술대회'를 통해 '미국 의사협회의 정책참여 구조와 경험'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한 그의 발언을 정리했다.

미국의사협회는 내부의 의견 충돌을 어떻게 조율하나.

AMA는 작은 의사 유관단체들을 관장하고 있다. 본인은 전문 영역에 있어서 산부인과 의사협회의 일원이기도 하지만 어떤 진료 환경에서 일하냐에 상관없이 의사협회에 소속된다. 레지던트, 펠로우, 나이들거나 젊거나 상관없이 모두 의협의 산하에 소속된다. 우리는 총괄 조직으로서 다양한 조직의 이야기를 듣고 반영하려고 한다. 민주적인 절차로 다양한 의견들이 표현되고 반영할 수 있도록 한다. 공개적으로 토론하고 토의함으로써 결정하는 과정을 거친다. 공개토론의 목적은 방향을 정하고 큰 조직을 끌고 가기 위해서다.

정책결정 기구는 여러 조직을 대표하는 541명의 대의원으로 구성된다. 그 그룹은 1년에 두번 모여서 미국 의사협회를 둘러싼 여러 정책을 결정한다. 의대생, 전공의와 펠로우, 병원종사의사, 집단개업의 등도 대의원회 구성원으로 포함된다. 미국의사협회의 모든 정책은 대의원회에서 최종 결정된다. 이런 식으로 모여서 모든 단체의 의견을 듣고 결론을 내린다. 원하는 목표는 환자와 의사 모두를 돕는 것이다.

제안한 정책이 정부에 반영된 적이 있나?

여러 행동을 통해 정책을 반영한 많은 성공적인 예들이 있다. 그중 오바마 케어를 예로 들면, 오마바 케어에 필요한 재원 마련을 위해 미용성형에 세금을 부과하자는 논의가 있었다. 말 그대로 세금 부과의 목적은 예산을 확충해서 필요한 재원을 끌어내기 위한 것이었다. 미국 의사협회는 이 제안에 강하게 반대했다. 의사가 하는 일을 제한하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한 분야에서 세금을 허용하면 출산이나 고관절수술 등 필요한 다른 분야 수술에서도 똑같은 일이 일어날 것으로 우려했다. 확충된 세금은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고 의료비 지출만 증가시킨다. 이런 여론을 통해 성공적으로 이런 세금부과 항목이 오바마 케어에 포함되는 것을 막았다. 세금 부과 반대가 환자에게도 도움이 됐다.

한편, 메디케어에 있어 지속가능 목표진료비(SGR)는 현재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 이는 양질의 서비스를 환자에게 제공하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 미국의사협회에서 미 의회에 이를 폐지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청해 왔다. 2013년 미국의사협회는 Fix Medicare Now 캠페인을 통해 78만개의 이메일과 6천통의 전화를 의회에 걸어 변화를 요구했다. 이러한 노력이 불합리한 지불제도의 폐지를 이끈다고 믿는다.

전국민 의료보험을 시행하고 있는 한국에서는 보장성 강화나 저수가 이슈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미국은 공공-사보험이 혼합된 제도를 쓰고 있다. 미국은 현존하는 시스템을 모아 좋은 것을 쓰도록 한다.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제도에 대해 개선하려 노력한다. 강점에 집중하고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보험제도는 개선하려고 노력한다. 의사로서 제도개선을 말할 때는 환자의 발전, 건강에 대해 목적을 맞춰야 한다. 그리고 나중에 보상, 지불 시스템에 대해 말해야 한다.

의사들은 자주 의료급여에 대해서만 말한다. 의료전달 시스템은 나중으로 미루는 경우도 있다. 의사로서 말하자면 환자를 우선에 두고 그후 의료급여 시스템을 논의해서 결국 의료전달 시스템을 제대로 돌아가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의사로서 환자들과 사회로부터 존경과 신뢰를 받아왔고, 우리의 의견은 의료서비스 제공, 공중보건, 공공정책 등의 이슈에 있어 매우 가치 있게 평가되고 있다. 우리는 사회에서 전문가로서 환자들을 대변하여 리더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우리는 환자들의 신뢰에 보답하기 위해 의료에 대해 권위 있는 목소리를 내어 긍정적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

한편 이러한 대중의 신뢰는 매우 가치 있고 또한 얻기도 어렵다는 사실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 만약 우리가 특정 보건의료 이슈와 관련하여 지역사회 환자들의 더 나은 건강을 위해 그들의 참여를 독려한다면 그들은 동참할 준비가 되어 있을 것이다. 우리 의사는 긍정적 변화의 선도자가 되어 국민의 건강 개선에 앞장서야한다.

보험재정 안정화를 위해 의사들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미국에서는 의사가 의료시스템의 가장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는 글의 힘을 가지고 있다. 의사들이 처방과 치료를 하기 때문이다. 의사들의 환자 치료에 미치는, 혹은 치료에서 나타나는 비용을 조절하는 능력을 갖는 것이다. 그래서 의사들이 대리인 역할을 잘 해야 하는 것이다. 환자의 안녕에 무엇보다 초점을 맞춰야 한다. 환자에게 가장 효과적이고 비용 절감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원격진료 허용 논란이 있다. 한국에서 원격진료가 필요한가.

원격진료는 새 기술이고 새 기회가 된다고 본다. 환자가 직접 의사를 볼 수 없는 경우에 특히 그렇다. 환자들에게 의료접근성을 높여주는 기회가 된다. 하지만 어떤 기술도 의사들이 장점과 단점을 주도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의사이기 때문에 우리가 가장 잘 알기 때문이다.

만약 원격진료로 인해 의료의 질이 떨어지거나 환자에게 위해를 미칠 수 있다면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 새로운 기술이 환자와 의사의 가장 중요한 관계를 붕괴시켜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의사-환자의 관계가 의료전달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원격진료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 나올 수 있겠지만 그 성공에는 반드시 의사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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