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2007년 이후 전무, 산모들 원정출산…"해답 없다"
분만 인프라 붕괴 현상이 심상치 않다.
최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산부인과의원 10곳 중 7곳은 운영에 필요한 최소 비용조차 벌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의료정책연구소의 분석 결과, 의원 1개소를 운영하기 위한 월 최소 소요비용을 1600만원으로 볼 때, 지난 2011년 기준 산부인과의원의 70% 이상이 월 진료비 1500만원 이하의 매출액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부인과의원을 운영할수록 적자를 보는 구조인 셈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최근 산부인과의원의 폐업률은 개업률을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 2월 발표한 '2013년 건강보험 요양기관 개·폐업 현황'에 따르면 산부인과의 경우 지난해 개업 43곳에 비해 폐업은 96곳으로 두배 이상 많았다.
이러한 산부인과의 현실은 분만 인프라의 붕괴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분만 취약지는 지방뿐 아니라 수도권 인근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경기도 여주, 가평, 연천 등이다.
이들 지역은 수도권에 인접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내에 분만이 가능한 의료기관이 없어 출산이 임박한 산모들이 위험을 감수하고 다른 도시로 원정 출산을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메디칼타임즈는 최근 가평군을 직접 찾아 지역 개원가와 가임기 여성들을 통해 그곳의 분만 현실을 살펴봤다.
인구 6만 가평군, 분만산부인과 없어 산모들 춘천·남양주로 원정 나서
인구 6만의 소도시 가평군의 2012년 신생아 출생 수는 420명으로, 경기도내 31개 시군 중에서도 신생아 출생률이 가장 낮은 곳 중에 속한다.
특히 가평군 보건소가 위치한 읍내리의 경우 인구가 2만명에 불과해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오후 시간에도 거리를 오가는 이들을 손에 꼽을 정도였다.
인구 수가 워낙 적다보니 가임기 여성 수가 적은 것은 당연하고, 이러다보니 분만산부인과의원이 있다 하더라도 분만 건수로 경영을 유지하기 어려운 것이 가평군의 현실이다.
가평군의 경우 지난 2007년을 마지막으로 분만 산부인과가 문을 닫은 이후 지금까지 한 단 곳의 분만 산부인과도 없는 상황이다.
인구 수가 적다고 해서 의료기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가평읍에는 다수의 의원급 의료기관이 진료 중에 있다.
지난 2012년을 통계를 기준으로 작성된 '2013년 제53회 가평군 통계연보'에 따르면 가평군에는 2개의 종합병원과 22개의 의원급 의료기관이 진료 중이며 총 병상 수는 388개에 이른다.
가평군 읍내리의 의원의 경우 대부분이 '내과'의원이었다.
이들 의원 대부분은 내과 외에도 ▲이비인후과 ▲소아청소년과 ▲마취통증의학과 ▲정형외과 ▲피부과 ▲비뇨기과 등의 진료를 함께 보고 있었다.
그러나 분만이 가능한 의료기관은 단 한 곳도 없었다.
그렇다면 산모들은 가평군의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메디칼타임즈는 가평군에서 만난 여성들로부터 직접 생각을 들어봤다.
가평군 모 약국 앞에서 만난 김 모씨(67세).
그녀는 "며느리가 임신 중"이라며 "산전진찰은 인근 병원에서 가능하지만 가평군에는 애를 낳을 수 있는 곳이 없어서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그녀는 "다행히 며느리 친정이 남양주 마석이라 출산이 가까워지면 친정으로 보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친정이 분만의료기관이 있는 인근 도시인 김 모씨의 며느리는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다.
타지에서 가평으로 시집을 왔거나 가평 토박이 여성들은 걱정이 크다.
가평군 모 내과 앞에서 만난 이 모씨(32세)가 그런 상황이다.
이 모씨는 "딸이 네 살인데 둘째를 임신한 상태"라며 "현재 임신 8개월차인데 걱정이 많다"고 털어놨다.
그녀는 "가평군에 분만산부인과가 없어 춘천에 있는 병원에서 아이를 낳을 생각인데 낮이라면 낫겠지만 밤 늦게나 새벽에 출산이 임박하면 어쩌나 고민이 많다"며 "분만산부인과가 있는 인근 도시에 연고가 없어 출산을 앞두고 입원을 해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개원가 "산모 수도 적고 출산률도 낮은 지역, 분만 개원 꿈도 못 꿔"
가평군 개원가 역시 지역에 분만산부인과가 없어 출산이 임박할 경우 산모들이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가평군 임내과의원 임병훈 원장은 "가평군에는 정신과와 분만산부인과가 없다"며 "평소에는 문제가 크게 안 되지만 분만이 급박한 상황에서는 산모가 위험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말했다.
개원의들은 가평군과 같이 인구 수도 적고 출산률도 극도로 낮은 지역에서의 분만산부인과 개원은 절대 불가능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경기도 모 산부인과의원 K 원장은 "분만산부인과가 없는 지역이 가평군만은 아니고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며 "인구 수가 적으면 당연히 가임기 여성의 수도 적고 신생아 출생 수도 적을텐데 이런 지역에서 분만산부인과를 개원한다는 것은 꿈도 못 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분만 인프라의 붕괴는 분명 우려스러운 상황"이라며 "그러나 산부인과의사는 자원봉사자가 아니다. 사명감만 가지고 경영이 뻔한 지역에서 선뜻 개원할 의사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이유로 분만을 적게 받더라도 의료기관 운영이 가능할 수 있도록 분만수가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높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박노준 회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분만 수가"라며 "분만을 적게 받아도 의료기관을 운영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분만 취약지에서 분만의료기관 개원은 요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분만 자체에 한정된 예산 지원으로는 분만 인프라의 붕괴를 막기 어려울 것이란 의견도 내놨다.
박 회장은 "응급 수술이 필요한 분만의 경우 마취과 의사도 필요하고 수혈을 위한 혈액도 필요하다"며 "분만 자체에 대한 지원뿐 아니라 분만과 관련된 의료시스템의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평군 "도에서 분만시설 매칭사업 제의했지만 재정자립도 낮아 거절"
한편 가평군은 지역내 분만 인프라 개선을 위한 마땅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평군보건소 예방의약팀 관계자는 "경기도에서 국비를 20억원 지원할테니 군과 매칭해서 분만 시설을 마련하자는 의견이 왔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가평군의 경우 분만의료기관이 있다해도 워낙 신생아 출생 수가 적은데다 재정자립도 역시 낮아 돈을 쏟아붓기 힘들다"며 "다각도로 검토한 끝에 경기도에 매칭사업은 힘들겠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산부인과의원 10곳 중 7곳은 운영에 필요한 최소 비용조차 벌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의료정책연구소의 분석 결과, 의원 1개소를 운영하기 위한 월 최소 소요비용을 1600만원으로 볼 때, 지난 2011년 기준 산부인과의원의 70% 이상이 월 진료비 1500만원 이하의 매출액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부인과의원을 운영할수록 적자를 보는 구조인 셈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최근 산부인과의원의 폐업률은 개업률을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 2월 발표한 '2013년 건강보험 요양기관 개·폐업 현황'에 따르면 산부인과의 경우 지난해 개업 43곳에 비해 폐업은 96곳으로 두배 이상 많았다.
이러한 산부인과의 현실은 분만 인프라의 붕괴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분만 취약지는 지방뿐 아니라 수도권 인근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경기도 여주, 가평, 연천 등이다.
이들 지역은 수도권에 인접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내에 분만이 가능한 의료기관이 없어 출산이 임박한 산모들이 위험을 감수하고 다른 도시로 원정 출산을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메디칼타임즈는 최근 가평군을 직접 찾아 지역 개원가와 가임기 여성들을 통해 그곳의 분만 현실을 살펴봤다.
인구 6만 가평군, 분만산부인과 없어 산모들 춘천·남양주로 원정 나서
인구 6만의 소도시 가평군의 2012년 신생아 출생 수는 420명으로, 경기도내 31개 시군 중에서도 신생아 출생률이 가장 낮은 곳 중에 속한다.
특히 가평군 보건소가 위치한 읍내리의 경우 인구가 2만명에 불과해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오후 시간에도 거리를 오가는 이들을 손에 꼽을 정도였다.
인구 수가 워낙 적다보니 가임기 여성 수가 적은 것은 당연하고, 이러다보니 분만산부인과의원이 있다 하더라도 분만 건수로 경영을 유지하기 어려운 것이 가평군의 현실이다.
가평군의 경우 지난 2007년을 마지막으로 분만 산부인과가 문을 닫은 이후 지금까지 한 단 곳의 분만 산부인과도 없는 상황이다.
인구 수가 적다고 해서 의료기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가평읍에는 다수의 의원급 의료기관이 진료 중에 있다.
지난 2012년을 통계를 기준으로 작성된 '2013년 제53회 가평군 통계연보'에 따르면 가평군에는 2개의 종합병원과 22개의 의원급 의료기관이 진료 중이며 총 병상 수는 388개에 이른다.
가평군 읍내리의 의원의 경우 대부분이 '내과'의원이었다.
이들 의원 대부분은 내과 외에도 ▲이비인후과 ▲소아청소년과 ▲마취통증의학과 ▲정형외과 ▲피부과 ▲비뇨기과 등의 진료를 함께 보고 있었다.
그러나 분만이 가능한 의료기관은 단 한 곳도 없었다.
그렇다면 산모들은 가평군의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메디칼타임즈는 가평군에서 만난 여성들로부터 직접 생각을 들어봤다.
가평군 모 약국 앞에서 만난 김 모씨(67세).
그녀는 "며느리가 임신 중"이라며 "산전진찰은 인근 병원에서 가능하지만 가평군에는 애를 낳을 수 있는 곳이 없어서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그녀는 "다행히 며느리 친정이 남양주 마석이라 출산이 가까워지면 친정으로 보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친정이 분만의료기관이 있는 인근 도시인 김 모씨의 며느리는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다.
타지에서 가평으로 시집을 왔거나 가평 토박이 여성들은 걱정이 크다.
가평군 모 내과 앞에서 만난 이 모씨(32세)가 그런 상황이다.
이 모씨는 "딸이 네 살인데 둘째를 임신한 상태"라며 "현재 임신 8개월차인데 걱정이 많다"고 털어놨다.
그녀는 "가평군에 분만산부인과가 없어 춘천에 있는 병원에서 아이를 낳을 생각인데 낮이라면 낫겠지만 밤 늦게나 새벽에 출산이 임박하면 어쩌나 고민이 많다"며 "분만산부인과가 있는 인근 도시에 연고가 없어 출산을 앞두고 입원을 해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개원가 "산모 수도 적고 출산률도 낮은 지역, 분만 개원 꿈도 못 꿔"
가평군 개원가 역시 지역에 분만산부인과가 없어 출산이 임박할 경우 산모들이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가평군 임내과의원 임병훈 원장은 "가평군에는 정신과와 분만산부인과가 없다"며 "평소에는 문제가 크게 안 되지만 분만이 급박한 상황에서는 산모가 위험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말했다.
개원의들은 가평군과 같이 인구 수도 적고 출산률도 극도로 낮은 지역에서의 분만산부인과 개원은 절대 불가능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경기도 모 산부인과의원 K 원장은 "분만산부인과가 없는 지역이 가평군만은 아니고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며 "인구 수가 적으면 당연히 가임기 여성의 수도 적고 신생아 출생 수도 적을텐데 이런 지역에서 분만산부인과를 개원한다는 것은 꿈도 못 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분만 인프라의 붕괴는 분명 우려스러운 상황"이라며 "그러나 산부인과의사는 자원봉사자가 아니다. 사명감만 가지고 경영이 뻔한 지역에서 선뜻 개원할 의사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이유로 분만을 적게 받더라도 의료기관 운영이 가능할 수 있도록 분만수가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높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박노준 회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분만 수가"라며 "분만을 적게 받아도 의료기관을 운영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분만 취약지에서 분만의료기관 개원은 요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분만 자체에 한정된 예산 지원으로는 분만 인프라의 붕괴를 막기 어려울 것이란 의견도 내놨다.
박 회장은 "응급 수술이 필요한 분만의 경우 마취과 의사도 필요하고 수혈을 위한 혈액도 필요하다"며 "분만 자체에 대한 지원뿐 아니라 분만과 관련된 의료시스템의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평군 "도에서 분만시설 매칭사업 제의했지만 재정자립도 낮아 거절"
한편 가평군은 지역내 분만 인프라 개선을 위한 마땅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평군보건소 예방의약팀 관계자는 "경기도에서 국비를 20억원 지원할테니 군과 매칭해서 분만 시설을 마련하자는 의견이 왔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가평군의 경우 분만의료기관이 있다해도 워낙 신생아 출생 수가 적은데다 재정자립도 역시 낮아 돈을 쏟아붓기 힘들다"며 "다각도로 검토한 끝에 경기도에 매칭사업은 힘들겠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