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 고르는 학생

최혜란
발행날짜: 2014-06-02 10:30:58
  • 조선대 의전원 4학년 최혜란 씨

오늘은 학생답게 '펜'에 대한 이야기. 다들 '펜'에 관해서라면 한 마디씩 할 말이 있을 것이다. 갖가지 종류의 펜을 구비한 문구점에 가면 왠지 새로운 펜에 도전해보고 싶은 욕심이 불끈 솟아오른다. 새로운 펜과 함께라면 안 되던 공부도 잘 될 것 같고, 펜을 써보기 위해서라도 책상 앞에 붙어있게 될 것만 같은 기분도 잠깐 들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여러 해 동안 펜과 친숙하게 지내다보니 나름 펜을 고를 때의 기준이 생겼다. 조금은 시시한 얘기일지 모르지만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이야기이므로 펜을 어떻게 고르는지 소개한다. 펜의 종류는 무척 많으므로 필기용 검정색 펜을 기준으로 하겠다.

첫째, 잘 나와야 한다.

이것 참. 정말 하나마나한 이야기다. 그러나 이것은 펜을 다 써보기 전까지는 잘 모른다. 대부분의 가게에서 펜을 한 번 씩 테스트 해보고 살 수 있게 흰 종이가 펜 근처에 비치되어 있는데, 새 펜은 다 잘 나오기 때문에 테스트 해보고 잘 나온다고 해서 끝까지 잘 나오리라는 보장이 없다. 그럼 끝까지 잘 나오는 펜은 어떻게 찾을까? 이건 경험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끝까지 잘 나오는 펜의 특징을 나름대로 캐치하고 있다면, 새로운 펜에 도전하더라도 별로 실패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떤 펜을 골라야 끝까지 잘 나오냐고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펜심이 튼튼해야 된다'고 말할 것이다. 10년쯤 전부터 펜 시장의 화제는 누가 누가 더 가느다란 펜심을 쓰느냐 하는 문제였다. 모나미 0.5mm 가 펜심 두께의 표준이었다면 그것 보다 더욱더 가느다란 0.4mm, 0.3mm, 0.25mm 가 펜 시장의 파란을 일으키며 차례대로 등장했다. 하지만 이런 가느다란 펜심은 자칫 잘못하면 사소한 손상으로도 휘어져버려서 잉크가 안 나오게 된다. 그러므로 일단은 펜심이 튼튼한 가를 봐야 한다.

둘째, 몸통이 원형이고 너무 두껍거나 얇지 않아야 한다.

가끔 fancy 한 디자인을 표방하며 네모지거나 육각형 내지는 팔각형의 몸통을 지닌 펜들이 출시되곤 한다. 그리고 어떤 목적에서인지 펜촉의 두께에 비해 너무 두껍거나 가느다란 몸통을 가진 펜들이 있다. 이러한 펜들은 글씨를 쓸 때 손의 모양이 왜곡되므로 피한다. 너무 얇으면 지속적으로 이상한 모양으로 오그라지게(?) 만들므로 상당한 피로감이 발생하고 너무 두꺼우면 힘이 많이 들어가서 피하게 된다.

셋째, 똥이 적게 나오고 빨리 마르는 펜이어야 한다.

이것은 필자가 왼손잡이라서 반드시 고려하는 사항 중 하나이다. 한글 문장은 왼쪽에서 오른쪽 방향으로 쓰는데, 왼손으로 글씨를 쓰다보면 내가 쓴 글씨를 왼손의 hypothenar area 로 쓸면서 진행하기 때문에 똥이 많거나 빨리 마르지 않는 펜을 쓰면 손도 더러워지고 글씨도 번져서 더러워진다.

넷째, 채도가 높아야 한다.

이건 어느 정도 성격이 반영된 기준일 수 있겠다. 아무튼 난 흐리멍덩한 건 싫으니까 진한 걸 고른다.

다섯째, 필기감이 부드러워야 한다.

잘 안 써지는 펜으로 오래 필기를 하다보면 성질이 뻗치기도 하거니와 손이 몹시 피곤해지므로 손목 건강과 정신건강을 위해 펜 속의 볼이 몽글몽글하게 잘 움직여지거나, 수성펜일 경우 글씨를 쓸 때 나오는 잉크의 양이 일정한 것을 고른다. 이것은 구입하기 전 테스트를 통해 선별할 수 있다.

그 밖에도 향이 없는 것을 고른다거나 약간의 디테일한 것들을 고려하지만 대충 위의 요소들을 고려하여 펜을 고르므로 더 자세한 것은 이만 생략하도록 하겠다. 다음 사진은 내가 가진 7가지 종류의 검정색 펜으로 글씨를 써본 것이다.

이 중 2~6번은 위와 같은 5개 조건을 적절히 충족하지 못해 사 놓은 지 1년이 넘도록 방치되어 있고 1,7번은 나름대로 마음에 들어 최근 번갈아가면서 쓰고 있다. 아마도 내년 1월에 7번과 함께 국시를 치러 들어가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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