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족한 환자는 반드시 환자를 데려온다"

발행날짜: 2014-06-05 06:05:25
  • 박홍준 소리이비인후과 원장

시작은 미약했으나 끝은 창대하리라. 소리이비인후과의 성공 스토리는 이 말 대로다.

국내 최초의 귀 특화 병원으로 2002년 개원 이후 최단 시간 내 1만건 중이염 수술 기록, 400건 인공와우 이식술, 어지럼증·난청·이명에 이어 언어치료 등 모든 귀 질환을 체계적, 종합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귀 특화 진료 시스템 설립까지.

이런 병원도 시작은 "망할 것이다"는 사람들의 우려와 함께 시작됐다. 3명의 공동원장은 개원 후 3개월 동안 월급을 한푼도 가져가지 못했다는 사실 역시 누가 믿을 수 있을까.

박홍준 소리이비인후과 원장을 만나 개원 12주년을 맞으며 전국 분원을 포함 백여명의 직원을 거느린 대형 병원으로 성장한 비결과 후배들에게 전하는 당부의 메세지를 들어봤다.

요즘이야 특화병원이 흔하지만 10여년 전에 특화병원을 기획한 배경이 궁금합니다. 부담스런 시도는 아니었나요.

의약분업 당시 대학병원에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전공의들이 파업을 이유로 다 빠져나가면서 인력이 모자란 상황이었죠. 자연스레 효율적인 진료, 수술 시스템에 대한 고민이 이어졌습니다.

환자에게 모든 진료와 수술이 원스톱으로 진행되는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면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경제적인 측면이 아니라 오로지 환자의 편의와 효율을 가장 중점에 두고 병원을 설계한 것이죠.

귀를 전공하신 세 분이 의기투합해서 개원을 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당돌하기도 했습니다. 너도 나도 개원을 하던 시기였기 때문에 혼자 개원하는 것도 부담스러운 판에 상당히 무모하다는 주위의 우려도 많았습니다.

2002년 개원을 했지만 100 사람이면 100 사람 모두 망한다는 말을 할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우리는 환자를 우선에 두면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 같은 게 있었습니다. 어쨌든 환자 입장에서 효율성을 중시하는 곳이 생겨야 환자 입장에서 굉장히 좋아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죠.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고 독보적인 위치로 올라서는데 노하우가 있을까요.

지금이야 귀 특화병원으로 자리를 잡았지만 첫 3개월 동안 가져간 월급이 정말 '0'원이었습니다. 아예 월급을 가져가지 말자고 생각했기 때문에 조바심은 나지 않았습니다.

마음가짐을 그렇게 하고 나니 여유가 생기더군요. 하루 20명의 환자를 보면서도 더 자세하게 설명해주고 이런 저런 질문에 답해 줄 정도로 여유롭게 진료를 봤습니다.

하루에 한 분의 환가가 온 경우에도 오히려 이럴 때가 더 좋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대학병원에서 했던 이런 저런 시도를 다 해보고 나니 환자의 만족도가 올라가는게 눈에 보이더라구요.

만족한 환자는 반드시 다른 환자를 데려온다는 진리를 그 때 깨달았습니다. 하루 20명 보던 환자가 순식간에 40명으로, 40명이 80명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었습니다.

환자를 우리 병원의 '홍보부장'으로 생각하면 얼마나 반갑겠습니까? 환자가 들어올 때 "아 여기 우리 병원 홍보부장님 오셨네"라고 생각하고 정성을 다하면 그 분이 알아서 병원 홍보를 맡아주십니다.

요즘 <육일약국 갑시다>라는 책을 보고 있는데 이 책은 4.5평의 작은 약국으로 시작해 마산에서 굴지의 약국으로 이름을 떨치게 된 경영 노하우를 풀어서 쓴 책입니다.

이 책의 내용도 비슷합니다. 한 분 한 분마다 최고의 정성을 다했더니 약국을 오갔던 사람들이 주위 사람들에게 홍보를 하면서 성공할 수 있었다는 일화지요.

제일 좋은 홍보직원은 매일 매일 오는 환자라는 뜻입니다. 치료 받은 걸 자랑해서 옆에 분을 데려오면 그게 제일 좋은 홍보직원인 셈이지요. 하루 50명의 환자를 보면 50명의 홍보직원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처음 개원하는 후배들이 이런 마인드를 가지고 개원하면 반드시 성공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까다로운 환자는 어떻게 대응하시죠.

예후에 대해 기대를 많이 하는 환자일 수록 실망이 큰 법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수술 후 청력이 생각보다 안 좋다는 식으로 불만을 말하는 경우가 종종있죠.

이런 땐 "의사로서 나도 속상하다" "잘돼야 하는데 왜 이렇게 됐는지 안타깝다"는 식으로 환자의 입장이 돼서 공감을 표시해 줘야 합니다.

"최선을 다해서 상태가 좋아지는데 노력을 하겠다"고 분명한 의지를 나타내면 그 뜻을 이해해 주시더군요. 속상하지만 잘 될 때까지 같이 노력해 보자고 하면 자기 병을 고치려고 하는 노력을 인정해줍니다.

하지만 속된 말로 '진상' 환자들도 있는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입니다. 진료실로 들어오면서부터 분풀이를 하겠다는 분위기가 느껴지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럴 땐 "내가 빨리 저 사람이 되자"고 주문을 외웁니다.

환자가 "의사는 어떻게 해서든 돈을 빼갈려는 사람이다"고 느낀다 해도 먼저 공감하다보면 이해가 가는 부분이 생깁니다. 그런 입장에서 진료 과정에서 필요한 비급여 검사의 필요성, 수술의 선택권 등을 자세히 이야기 해 주는 것이지요.

그렇게 해주면 금새 분위기가 누그러집니다. 피해의식으로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던 환자도 나갈 때는 "아, 원장님 고맙습니다" 이렇게 인사를 하고 나가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밖에서 환자들이 기다리고 있는데 계속 나갈 생각을 안하고 같은 질문을 반복하는 환자를 보면 화가 날 수도 있지만 마음 가짐을 달리해야 합니다. 환자도 하루 종일 바쁠텐데 여기까지 시간을 내서 와줬구나라고 생각하는게 바로 입장바꿔 생각해보기의 첫 걸음입니다.

환자와 입장을 바꿔 하는 말을 그대로 받아주고 공감해 주면 99%는 다 풀리게 돼 있습니다. 화를 절제하지 못하면 다른 환자들과 관계도 악화됩니다. 환자가 어떤 불편함이 있는지 동화돼 보면 자신 역시 여유 생깁니다.

본원 직원만 해도 상당한데 직원관리 비법이라도 있나요.

본원에만 35명의 직원이 있습니다. 평균 근속연수는 10년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직원들에게는 원장은 아버지 역할도, 월급주는 사장의 역할도, 의사로서도 모든 역할을 잘 소화해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직원 스스로 자신의 근무처와 원장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이겠죠. 다른 병의원도 많은데 이곳을 다니는 게 자랑스럽게 느껴야 합니다. 이렇게 하는 데는 개인적인 친분도 작용하고 인센티브 등 보상체계도 있어야 할 겁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직원들의 자존감을 소중히 여기는 태도입니다. 직원들이 자존감이 없어지면 다른 곳으로 이직하는 경우가 나타납니다.

생각보다 직원은 눈치가 빠르다는 점을 명심하셔야 합니다. 진짜로 직원을 자랑스러워하고 소중히 여긴다는 느낌을 주면 직원은 오래 남습니다.

개원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재미없는 말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가 실력, 그리고 둘째가 환자와 공감 능력입니다.

이비인후과 전문의들이 개원하면서 진료 영역을 스스로 제한하는 바람에 상기도 감염에 치중하다보니 내과, 소아과와 환자군이 겹치며 레드오션을 만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개원하면 전구도 자기가 갈고 수도가 터져도 본인이 고쳐야 합니다. 그렇게 신경 쓸 것이 많다고 아침에 와서 매일 환자만 보다가 퇴근하면 조금씩 퇴화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항상 이런 걸 자각하고 경계해야 합니다. 대학에서 일할 때는 대충해도 병원은 굴러갑니다. 하지만 개원의는 질환을 어떻게 치료할지 고민하지 않는 순간 조금씩 위축되다가 결국 인근의 다른 과와 비슷한 환자를 보게 됩니다.

일단은 자기 자신에 투자를 합시다. 자신에게 투자를 하다보면 진료 영역뿐 아니라 봉직의 자리 등 기회가 왔을 때 선택의 폭이 넓어집니다. 하지만 그런 투자가 없다면 '일반적'인 진료를 보면서 이비인후과 전문의로서 자긍심을 찾지 못해 괴로워하는 일을 겪게 됩니다.

기회가 있을 때까지 트레이닝을 받고 보드를 따더라도 학회에서 계속 공부하는 자세를 가지고 이비인후과가 할 수 있는 분야에서 진료 영역을 넓혀가야 합니다. 개원을 하더라도 이비인후과 전문의로서 살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보람있습니까?

우리가 진료할 수 있는 영역은 무궁무진합니다. 귀찮거나 실력이 없기 때문에 이명 환자가 와도 나이 때문에 그렇다며 돌려 보내는 것 아닙니까. "이명은 우리가 전문이다. 우리한테 오세요" 이런 식으로 환자를 이끌어야 합니다.

하루 이틀 환자를 보내다 보면 결국 상기도 감염 환자만 보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이러면 비수기 때 또 환자가 없다고 자조섞인 말을 하게 되는 것이죠.

트레이닝 때 배웠던 것만 잊지 않아도 충분히 우리 영역에서 안정적인 병의원 운영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저는 귀만 보면서도 자리를 잡았으니까요.

우선 후배들이 "난 괜찮은 의사다" 이런 마인드를 가지길 당부드립니다. 이런 생각이 있어야 스스로 노력하고 열심히 하게 됩니다. 우리 과는 3D다, 우린 이제 끝났다는 식의 자조적인 이야기는 그만합시다.

우린 비전이 있고 최고의 과이기 때문에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마인드로 살아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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