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기관 급여제한자 사전관리는 공단의 책임 방기"

손의식
발행날짜: 2014-06-10 11:11:19
  • 의원협회 "공단 할 일 요양기관에 떠 넘겨. 당연지정제 대표적 폐단"

대한의원협회는 요양기관에서 급여제한자를 사전관리토록 하겠다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계획은 건강보험 무자격자 자격관리를 요양기관에 떠넘기려는 작태라며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건강보험 자격상실 후에 무자격자가 건강보험 부당수급을 한 경우는 2011년부터 최근 3년 동안 24만명으로 금액은 약 220억원에 달하고, 보험료를 6차례 이상 미납해 급여가 제한된 가입자 164만명이 2006년부터 2013년 12월말까지 부당 수급한 진료혜택 비용도 3조 8000억원에 이르고 있다.

이같은 문제점을 해소키위해 건강보험공단은 건강보험 무자격자 및 급여제한자의 명단을 진료프로그램 등을 통해 요양기관에 제공하고, 요양기관은 진료 전에 환자의 자격여부를 확인해 진료비를 각각 비급여 혹은 전액 본인부담으로 처리토록 함으로써 급여제한자에 대한 사전관리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의원협회는 10일 성명서를 통해 가입자 및 피부양자 관리의 책임과 의무는 공단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의원협회는 "국민건강보험법 제14조에도 명시된 것처럼 가입자 및 피부양자 관리의 일차적 책임과 의무는 공단에게 있다"며 "요양기관이 내원하는 모든 환자의 자격을 조회해 무자격자와 급여제한자를 가려내도록 하는 것은 공단이 해야 할 자격관리 업무를 요양기관에 떠넘기는 것과 다를 바 없으며 의도적인 책임 방기"라고 비난했다.

사후관리에 관리에 한계가 있어 사전관리를 요양기관에 맡기겠다는 것은 공단 스스로 무능하다 자인하는 것이라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의원협회는 "공단은 급여제한자가 부당 수급한 진료내역이 2013년말 기준 1조 4581억원에 이르고, 그 중에서 실제 징수한 액수는 고작 2.3%인 340억원에 불과하다고 밝히고 있다"며 "급여제한자임에도 부당 수급토록 한 점도 문제지만, 이를 제대로 환수하지 못하는 것 역시 공단의 책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요양기관에는 현지확인 등을 통해 정당한 진료도 부당청구라며 수만원에서 수십만원도 악착같이 뺏어가면서, 가입자의 1조원이 넘는 부당 수급 금액에 대해서는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것은 공단 스스로 무능하다고 자인하는 것"이라며 "공단의 정체성 마저 부인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모든 환자에 대한 자격관리는 요양기관의 행정력 소모를 초래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의원협회는 "모든 환자에 대해 일일이 자격관리를 하는 것은 직원 두어명으로 운영되는 영세한 의료기관에서는 상당한 행정력이 소모되는 일"이라며 "이로 인해 다른 업무에 차질이 빚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사실"이라고 밝혔다.

요양기관과 환자간의 마찰이 불가피해질 것이란 점도 문제로 꼽았다.

의원협회는 "무자격자와 급여제한자에게 급여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이유와 불가피하게 본인 부담금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이를 납득하지 못하는 환자와의 마찰은 불가피하다"며 "이 과정에서 의료기관과 환자 사이의 신뢰관계가 깨짐으로써 자칫 환자의 치료에도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공단이 해결해야 할 민원을 왜 요양기관이 해야하는가"라고 반문했다.

무자격자 및 급여제한자에 대해 진료비를 환수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의원협회는 "급여 자격이 박탈되고 일시 제한되는 것은 전적으로 가입자 및 피보험자의 책임이며, 이러한 환자의 자격관리를 제대로 못한 것은 공단의 책임"이라며 "그런데 요양기관이 자격관리를 제대로 못해 무자격자에게 비급여진료를 하지 않고, 급여제한자에게 전액 본인부담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 환자들의 급여 진료비를 환수하는 것은 환자 및 공단의 잘못을 모두 요양기관에 떠넘기겠다는 발상"이라고 비난했다.

요양기관에서의 급여제한자 사전관리를 협의해준 대한의사협회 역시 비난의 대상으로 지목했다.

의원협회는 "일부 언론에 따르면 이러한 비상식적인 사전관리체계에 대해 의협이 공단과 협의했다"며 "적극적으로 대응해 막지는 못할 망정 의협이 이를 인정했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어떠한 변명도 용인될 수 없으며 의협은 이에 대한 적절한 해명 및 대회원 사과, 그리고 제도 시행을 막기 위한 가시적인 행동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요양기관에 급여제한자 사전관리를 넘기는 것은 당연지정제의 대표적 폐단이라고 주장했다.

의원협회는 "공단은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요양기관에 맡기기 전에 자신들의 업무를 제대로 하려는 노력을 보이던지, 방만하게 운영되는 공단 운영을 효율적 경영으로 개선하던지, 공단 직원들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 등의 노력을 보이는 것이 상식"이라며 "이런 노력없이 사전관리를 요양기관에 시키겠다는 것은 권력화된 단일공보험과 요양기관 당연지정제의 대표적인 폐단"이라고 비난했다.

의원협회는 "본 회는 본 사안을 요양기관에 책임 떠넘기기 및 공단의 자기정체성 부정으로 규정하고, 공단에 자격관리 방안의 즉각적인 철회를 요구한다"며 "의협 역시 기존의 협의를 백지화하고 자격관리 방안 철회를 위한 즉각적이고 가시적인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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