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수급 방지 첫 날 "신분증 안가져왔는데, 왜?"

발행날짜: 2014-07-02 06:12:43
  • [현장]정책 홍보 미흡, 환자 항의 발생…"누구를 위한 공단인가"

의료계가 강하게 반발함에도 불구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부정수급 방지대책'을 강행한 첫 날.

당초 우려했던 대기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발생하는 환자불편은 크게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신분증 미지참 환자에 대한 진료차질은 우려한 대로 나타났다.

부정수급 방지대책 강행 첫 날, 기자가 직접 서울 중랑구의 S신경과를 방문해 자격확인을 실시해 봤다.
메디칼타임즈는 '부정수급 방지대책' 시행 첫 날(1일) 일선 개원가를 둘러봤다.

앞서 건보공단은 자격확인에 따른 서버 다운을 대비해 장비를 증설하는 한편, 진료 대기시간이 늘어나지 일반적인 접수 대기시간은 늘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취재 결과, 무자격자 또는 일부 급여제한자를 찾기 위한 초·재진 환자 자격확인에 따른 접수 및 진료 대기시간이 길어지는 불편을 크게 발생하지 않았다.

서울 마포구 L내과 원장은 "신분증을 지참한 환자의 경우 청구프로그램을 통해 자격확인을 하는 것은 2~3초 밖에 걸리지 않는다. 단축키만 누르면 자격확인 가능하다"며 "그렇기 때문에 환자 대기시간이 길어지는 등의 환자 불편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하지만 이는 환자가 많이 없는 시기이기 때문"이라며 "워낙 불경기인 시기라 환자가 많지 않다. 대기시간이 길어지는 불편이 없다고는 하지만 환자가 없는 시기인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부정수급 방지대책에 대한 대국민 홍보가 부족했다는 의료계 지적은 첫 날부터 그대로 드러났다.

만성질환 환자의 경우 매번 가는 단골 의료기관이 있기 때문에 신분증을 지참하지 않고 의료기관을 찾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일선 개원의들은 건보공단이 준비되지 않은 부정수급 방지대책을 강행했다며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중랑구 S신경과 원장은 "노인을 포함한 만성질환 환자들은 주기적으로 의료기관을 방문하기 때문에 신분증을 지참하지 않는 환자들이 상당수"라며 "오늘도 신분증을 지참하지 않은 환자가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얼굴을 다 아는 사이인데 신분증을 미지참했다고 해서 진료를 거부하고나 갑자기 비급여로 진료를 할 수도 없기 때문에 그 전처럼 진료를 진행하고 청구했다"며 "제대로 된 홍보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환자 또한 불편을 느끼고 있다.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건보공단인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아울러 부정수급 방지대책을 미리 알지 못한 환자들의 항의도 적지 않았다.

관악구 A가정의학과 원장은 "대한의원협회가 알린 대로 신분증을 미지참한 환자에 대해 진료를 할 수 없다고 설명하고 구체적인 사항은 건보공단에 확인하라고 전달했다"며 "그러더니 환자들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왜 이렇게 깐깐하게 일을 하느냐는 불만인데 진료현장에서 의사들이 다 환자들에게 설명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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