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의대 본과 4학년 이성우 씨
얼마 전 국시원에서 실기시험 시행계획이 공고되었다. 가장 먼저 60만원의 응시료가 눈에 들어왔다. 여기에 필기 응시료까지 합치면 90만원가량 될 것이다. 공인회계사, 변리사 등 주요 국가자격시험이나 사법고시, 행정고시 응시료가 대개 5만원 안팎이고, 치과의사, 한의사 간호사 등 다른 보건의료계통 국가고시 응시료도 10만원대라는 걸 생각해보면 상대적으로 비싸다. 뿐만 아니라 매 학기 납부해야 하는 등록금 역시 다른 단과대보다 비싸다. 단순히 금액뿐만 아니라, 1989년 사립대학 등록금 자율화 이후 인상폭도 타과보다 큰 폭으로 높았다.
의대 교육이 제대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충분한 교원, 일정 규모 이상의 병원과 그 밖의 인프라가 필요하다. 충분한 재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의과대학을 운영하기 힘들다. 하지만 8~90년대에 걸쳐 22개의 의대 인가를 내주면서, 대부분의 신설의대가 소규모로 4~50명씩 TO를 나눠가졌다. 따라서 교육 효율성도 매우 떨어지고,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꾸준히 비용이 소모되었다. 이 비용은 고스란히 학생들의 부담으로 전가되었고, 곧이어 부실의대 사태가 불거져 나왔다.
역사적 흐름을 살펴보면, 우리나라보다 100여년 앞서 근대화를 밟아온 서구의 경우, 공공기관, 종교재단 등이 시민들을 위해 병원을 설립하는 게 일반적이었고, 일종의 사회안전망이었기 때문에 의료보험제도에 대한 논의도 일찍 시작되었다. 반면 우리나라의 근대화가 시작되는 5~60년대에는 국민에게 병원을 지어줄 여유가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의사들이 스스로 자본을 마련하고 의료기관을 설립하고 규모를 키워왔다. 당연히 의료인 양성도 국가의 몫이 아니었다.
이후 단계적으로 의료보험이 도입되었고, 의료보험제도 시행 12년 만에 전 국민을 대상으로 확대되었다. 이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국민건강보험 당연가입제와 당연지정제다. 이런 독특한 역사적 맥락에서 '민간 공급 의료체계와 이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생겨났다. 현재 대부분의 의료행위가 현재 국민건강보험제도에 묶여있고, 대부분의 의료인이 여기에 따르고 있다. 건강보험제도가 지금도 유효하고 앞으로도 유효하다면 국가가 의료인 양성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의대 교육과 의료기관 개설은 민간에서 알아서 해결하되, 진료권을 국가에서 제한한다면 불공정계약 아닌가.
이와 별개로, 한국 장학 재단에서는 우리나라 과학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해 우수한 학생들에게 이공계 장학금을 지원한다. 개인적으로, 미래 대한민국을 이끌어 나갈 인재 양성을 위한 훌륭한 제도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왜 유독 의과대학 학생들을 대상으로 지급되는 장학금은 제한적일까.
이것은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보건의료는 사회적 지출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자원이 없는 무역국가에서 제조업을 기반으로 성장해왔기 때문에, 의료는 해외에서 벌어온 재원을 다시 내부적으로 소모하는 사회 안전망 정도로 인식되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함에 따라 산업구조도 변화하고 있으며 보건의료는 신성장동력으로 대두되고 있다. 제약, 의료기기를 비롯한 첨단 산업부터 의료 관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이 이뤄지고 있다. 소위 창조경제도 무형적 재화의 산업적 가치를 인지해야 가능하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학생 입장에서 가장 불편한 건 역시 등록금 액수가 너무 높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그래도 의사는 어차피 나중에 잘 벌잖아"로 정당화 되어왔지만, 이런 편향된 생각은 등록금이 일종의 조세라는 착각에서 기인해왔다. 현재 소득과 재산이 없는 학생에게 미래 소득을 근거로 비싼 등록금을 정당화하는 것은 옳지 않다.
등록금 문제 해결을 위해 짚고 넘어가야할 문제는 많은데, 이에 대한 논의가 의대생들 사이에서도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 그렇다고 무상시리즈가 시대정신이 된 사회에서, 반값등록금 운동에 편승하자는 것은 아니다. 이는 결국 언젠가 치러야 할 비용을 미래 세대에 전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된 몇 가지 논의에서 의대 등록금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잡아나갈 수 있을 것이다. 정당한 권리는 스스로 주장할 때 얻을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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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교육이 제대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충분한 교원, 일정 규모 이상의 병원과 그 밖의 인프라가 필요하다. 충분한 재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의과대학을 운영하기 힘들다. 하지만 8~90년대에 걸쳐 22개의 의대 인가를 내주면서, 대부분의 신설의대가 소규모로 4~50명씩 TO를 나눠가졌다. 따라서 교육 효율성도 매우 떨어지고,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꾸준히 비용이 소모되었다. 이 비용은 고스란히 학생들의 부담으로 전가되었고, 곧이어 부실의대 사태가 불거져 나왔다.
역사적 흐름을 살펴보면, 우리나라보다 100여년 앞서 근대화를 밟아온 서구의 경우, 공공기관, 종교재단 등이 시민들을 위해 병원을 설립하는 게 일반적이었고, 일종의 사회안전망이었기 때문에 의료보험제도에 대한 논의도 일찍 시작되었다. 반면 우리나라의 근대화가 시작되는 5~60년대에는 국민에게 병원을 지어줄 여유가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의사들이 스스로 자본을 마련하고 의료기관을 설립하고 규모를 키워왔다. 당연히 의료인 양성도 국가의 몫이 아니었다.
이후 단계적으로 의료보험이 도입되었고, 의료보험제도 시행 12년 만에 전 국민을 대상으로 확대되었다. 이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국민건강보험 당연가입제와 당연지정제다. 이런 독특한 역사적 맥락에서 '민간 공급 의료체계와 이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생겨났다. 현재 대부분의 의료행위가 현재 국민건강보험제도에 묶여있고, 대부분의 의료인이 여기에 따르고 있다. 건강보험제도가 지금도 유효하고 앞으로도 유효하다면 국가가 의료인 양성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의대 교육과 의료기관 개설은 민간에서 알아서 해결하되, 진료권을 국가에서 제한한다면 불공정계약 아닌가.
이와 별개로, 한국 장학 재단에서는 우리나라 과학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해 우수한 학생들에게 이공계 장학금을 지원한다. 개인적으로, 미래 대한민국을 이끌어 나갈 인재 양성을 위한 훌륭한 제도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왜 유독 의과대학 학생들을 대상으로 지급되는 장학금은 제한적일까.
이것은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보건의료는 사회적 지출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자원이 없는 무역국가에서 제조업을 기반으로 성장해왔기 때문에, 의료는 해외에서 벌어온 재원을 다시 내부적으로 소모하는 사회 안전망 정도로 인식되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함에 따라 산업구조도 변화하고 있으며 보건의료는 신성장동력으로 대두되고 있다. 제약, 의료기기를 비롯한 첨단 산업부터 의료 관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이 이뤄지고 있다. 소위 창조경제도 무형적 재화의 산업적 가치를 인지해야 가능하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학생 입장에서 가장 불편한 건 역시 등록금 액수가 너무 높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그래도 의사는 어차피 나중에 잘 벌잖아"로 정당화 되어왔지만, 이런 편향된 생각은 등록금이 일종의 조세라는 착각에서 기인해왔다. 현재 소득과 재산이 없는 학생에게 미래 소득을 근거로 비싼 등록금을 정당화하는 것은 옳지 않다.
등록금 문제 해결을 위해 짚고 넘어가야할 문제는 많은데, 이에 대한 논의가 의대생들 사이에서도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 그렇다고 무상시리즈가 시대정신이 된 사회에서, 반값등록금 운동에 편승하자는 것은 아니다. 이는 결국 언젠가 치러야 할 비용을 미래 세대에 전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된 몇 가지 논의에서 의대 등록금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잡아나갈 수 있을 것이다. 정당한 권리는 스스로 주장할 때 얻을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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