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비대위 3개월 동안 뭐했나? 해체가 정답"

발행날짜: 2014-07-19 05:50:16
  • "의정합의 파기 이후 계획 있나?" 의료계 비판론 고개

"3개월 동안 한 게 뭐가 있나? 해체가 정답이다."

복지부가 원격의료 시범사업에 대한 강행의지를 보이면서 의협 비상대책위원회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4월 중순 출범 이후 시범사업에 대한 반대 목소리만 높였지 실질적인 투쟁 조직 구성과 투쟁 당위성에 대한 회원 홍보, 투쟁 분위기 모두 '제로 베이스' 상태라는 것이다.

18일 의협 등 의료계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비대위 해체설이 탄력을 받고 있다.

복지부가 원격의료 시범사업 강행이라는 초강수를 던진 상황에서 비대위의 존재 가치를 증명해야 할 '투쟁 동력 끌어모으기'에 실질적인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비대위는 김정곤 위원장의 사퇴에 이어 내부에서조차 일괄 사퇴 의견까지 거론되고 있다.

의협 관계자는 "의정합의 파기 선언을 하고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거부할지 아니면 의정합의를 받고 의료계 중심의 시범사업을 할 지 여부를 비대위가 결론을 내려주지 않았다"면서 "비대위는 시범사업에 무조건 반대를 외칠 뿐 어떤 대안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복지부 주도로 시범사업을 하게 되면 병원이나 보건소 위주로 시범사업 추진에 유리한 결과물이 나올 수 밖에 없다"면서 "회원들의 반대 목소리가 높아 시범사업을 거부해야만 한다면 그 이후를 생각해서 비대위가 투쟁의 중심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어야만 한다"고 꼬집었다.

투쟁의 분위기가 조성돼야만 의정협상에 탄력을 받을 수도 있는 것인데도 비대위가 협상의 주도권을 두고 소모적인 논쟁을 벌이면서 3개월의 시간을 허비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비대위는 의정협상 파기 선언이 임박한 가운데서도 실질적인 대안 찾기에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복지부의 강행 입장이 알려진 이후 개최된 비대위원 화상회의에서도 일부 위원의 해촉건과 일괄 사퇴론이 거론되는 등 당장 시급한 의정협상 파기 이후 비대위의 역할 설정은 외면했다.

비대위 관계자는 "복지부가 시범사업을 강행하면 비대위는 해산하는 게 맞다고 본다"면서 "복지부 주도의 시범사업에서 비대위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없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회원들이 원격의료 시범사업이나 원격 모니터링의 정확한 의미를 모르고 있다"면서 "열심히 한다고는 했는데 생각보다 홍보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회원들을 이해시키는 게 불가능에 가까워 한계를 느낀다"고 토로했다.

다른 비대위 관계자는 "의욕적으로 해보려고 했지만 집행부의 불참으로 한동안 공회전 한 것이 사실"이라면서 "시범사업을 둘러싸고 집행부와 원활히 소통된 것도 아니지만 분란을 일으키는 것으로 비춰질까봐 조심한 부분도 있다"고 전했다.

비대위원 스스로 시범사업을 막아낼 회원 홍보와 계몽의 역할, 그리고 집행부와의 협조에서 비대위가 선봉에 서지 못했다는 비판을 간접적으로나마 인정한 셈이다.

모 시도의사회장 역시 비대위의 지지부진한 모습을 질타했다.

3개월 동안 한 번의 전국 반모임 개최, 그리고 내달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회원 설문 진행을 결코 성과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모 시도의사회장은 "비대위가 지난 4월 출범한 이후 조직 구성과 회원 홍보, 투쟁 분위기 조성에 미비한 점이 많았다"면서 "오랜 시간 회의만 했을 뿐 비대위 내부의 통일된 의견 수렴에도 부족한 면을 많이 보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비대위원들이 각 지역의 의견을 나타내는 대표성이 있는지도 의문이 든다'면서 "김정곤 위원장의 사퇴나 비대위원의 일괄 사퇴 방안이 거론되는 것 역시 책임질 일에서 도망치려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각 지역 조직 구성의 노력이나 반상회를 총괄적 계획하는 등의 로드맵 부재가 투쟁 동력 자체를 훼손시켰다는 점도 문제로 지목했다.

그는 "한 두달 동안 고생한 결과물이 고작 3개 문항의 설문이라는 점은 도저히 수긍하기 어렵다"면서 "빨리 회원 의견을 수렴해서 비대위의 입만 바라보고 있는 집행부에 의견을 줘야만 했다'고 질타했다.

의협은 의정합의 파기 이후 비대위가 투쟁의 전면에 나서는 책임을 보일지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의협 관계자는 "책임질 일에서 회피하려고 한다면 비대위는 해체가 정답이다"면서 "만일 의협이 시범사업을 거부하고 의정합의 파기 선언을 하면 그 이후 비대위가 투쟁의 전면에 나서 책임지는 모습을 보일지 지켜보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비대위는 의정파기 선언이 이뤄진다면 홍보를 통해 회원들이 정확한 사실관계를 알게 한 뒤 투쟁 열기를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시범사업 강행이 예정된 24일 이후의 구체적 계획이 설정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비대위 역할에 소홀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는 힘들 것이라는 여론이 높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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