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실국장들 "얽혀있는 의료제도…밤잠 안 와"

이창진
발행날짜: 2014-07-22 05:47:28
  • 원격진료·만관제·수련제도 '첩첩산중'…"의료정책 쉽지 않다"

복지부가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는 의료정책 현안을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보건의료정책을 총괄하는 신임 실국장이 원격진료와 수련제도 등 의료정책 추진의 어려움을 공무원들에게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는 원격 모니터링 시범사업과 신형 만관제로 불리는 일차의료개선 방안, 전공의 주 80시간 수련제도 개선 등 의료정책 방향의 대변화를 예고하는 정책을 추진 또는 시행 중이다.

현재 원격 모니터링은 의료계 내부의 반발을 수용해 의사협회가 설명회 취소를 공식화하며 사실상 거부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의원급 대상 고혈압과 당뇨 등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도 보건소 개입설과 주치의제 등으로 홍역을 앓고 있는 상태이다.

이미 시행에 들어간 전공의 주 80시간 상한제 등 수련규칙 개정 역시 선택진료 및 상급병실 축소와 맞물려 경영악화에 따른 병원계의 볼멘 목소리가 의료계 내부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이중 원격 모니터링은 24일까지 의사협회에 최종 마감시간을 전달한 상태로 현재로선 복지부 독자적인 시범사업 강행이 유력한 상태이다.

문제는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의원급 선정이다.

의료계 내부에서 반발이 거센 상황에서 수가를 부여한다 해도 '원격'이라는 단어 자체에 대한 반감으로 시범사업에 선뜻 나설 의원이 있을지 의문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협에서 데드라인까지 참여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 정부 단독 시범사업이 불가피하다"면서 "의정 합의 내용과 무관하게 사업 범위와 규모, 시일 등을 자체 논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기존 합의안 모형보다 시범사업 범위가 축소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의원급 참여도 어떤 방식으로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음달로 예정된 고당(고혈압과 당뇨)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도 순탄치 않은 상황.

이미 5개 지역의사회의 시범사업 참여를 끌어냈으나, 상담과 교육 등 진료패턴을 변화시킬 표준화된 모형과 수가 신설 등에 의료계가 동의할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수련제도 개선의 경우, 전국 수련병원이 제출한 수련규칙 이행방안 감독과 대체인력 보강이 핵심 과제이다.

문형표 장관은 21일 신임 실국장 임명장을 수여했다. 왼쪽부터 권덕철 보건의료정책실장, 최성락 보건의료정책관, 배병준 보건산업정책국장.
그동안 의정 합의 방안에 입각해 의료단체의 별도 감독기구 구성을 기다려왔으나, 원격 모니터링 파기는 곧 의정 합의 파기라는 점에서 복지부가 직접 나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수련규칙 이행여부 점검도 부담이나 의료계 정서를 고려할 때 주 80시간 상한제에 따른 PA(의료보조인력) 제도화를 전공의 대체인력으로 다시 끄집어내는 것도 쉽지 않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제도의 의료시스템 특성상 모든 제도가 연결돼 있어 합의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재정이 충분하면 보상방안을 마련하겠지만 이도 여의치 않다"고 말했다.

이를 의식한 듯 권덕철 의료정책실장과 최성락 의료정책관은 "일차의료개선 등 국민과 의료계 모두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면서 "밤잠이 안 온다, 의료정책이 쉽지 않다"며 정책 추진의 고충을 공무원들에게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의료정책 대부분이 의료계 참여와 협조를 전제한 만큼 의료계 내부 혼란과 반발감이 복지부 간부진 마음을 무겁게 하고 있다는 반증인 셈이다.

한편, 이날 문형표 장관은 서울 국민연금공단에서 최영현 기획조정실장과 권덕철 보건의료정책실장, 임종규 대변인, 최성락 보건의료정책관, 배병준 보건산업정책국장 등 신임 실국장 13명에 대한 임명장을 수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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