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료원 적자, 과연 건강한가?"

메디칼타임즈
발행날짜: 2014-08-07 05:19:57
  • 김명성 원장(성남 김안과의원)

김명성 원장(성남 김안과의원).
문형표 장관님! 얼마 전 보건복지부에서 지방의료원의 공익적 비용 중 손실액을 '건강한 적자'로 분류하고 2012년 기준 812억 원(총 적자액 1,326억 원의 61%)을 국공립의료기관만 시행하는 신포괄수가제 인센티브를 올리는 등의 방법으로 지원할 계획을 밝혔습니다.

2012년 삼일회계법인의 연구에서 지역거점공공병원(33개 지방의료원과 5개 적십자병원)의 공익적 손실(일명 착한적자)이 335억 원(총 손실액 1363억 원의 24.6%)이었는데, 2014년 4월 복지부 보고서의 갈렙ABC 연구에서는 881억 원(총 적자액의 63.7%)으로 무려 546억 원이 더 책정됐습니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한민국 제일의 삼일회계법인 연구결과보다 공익적 손실비용을 2.6배 더 책정한 갈렙ABC의 연구결과를 복지부의 정책에 반영했습니다.

2014년 4월 복지부의 관련 보고서에서 총 적자액의 63.7%를 건강한 적자로 분류한 지역거점공공병원의 공익적 기능 39개 항목 중 많은 부분이 민간의료기관의 기능과 중복됩니다. 딱히 이들 병원만 할 수 있는 기능을 찾는다면 노숙자, 행려환자들을 위한 진료와 행려병동 운영정도 입니다. 이 부분도 현재 지방의료원에 지원하는 만큼의 부지, 건물, 시설이 무상으로 지원되고 의료 인력과 인센티브를 준다면 충분히 적자 없이 운영할 민간의료기관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20여 년 전 제가 개업할 때 성남 구 시가지의 안과 의료보호 지정병원이 없어 이 지역의 의료보호환자는 눈이 불편해도 그냥 견뎌야하고 정말 심한 경우에는 일반 비 급여 수가로 많은 진료비를 부담하였습니다. 경제적으로 너무 어려운 이 분들이 제대로 안과진료를 받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워 제가 의료보호 안과 지정병원으로 성남시청에 신청했습니다. 오랜 기간 성남 구시가지에 하나밖에 없는 의료보호 안과 지정병원이었던 이유로 지금도 많은 노인 의료급여환자 분들이 저희병원으로 오십니다.

그 당시 저 소득층 의료보호 환자 분들이 편하게 치료받고 경제적 부담 없이 입원할 수 있는 곳이 지방의료원과 적십자병원이었으므로 이들 지역거점병원의 사회안전망으로서 공익적 기능은 너무 중요했습니다. 당시에는 의료보호 환자 분들이 큰 병이라도 걸리고 수술이라도 해야 할 상황이 발생하면 지방의료원이나 적십자병원이 거의 유일한 버팀목이 됐습니다.

10여 년 전 모든 의료기관이 의무적으로 의료급여(의료보호)환자를 진료하도록 바뀐 후 편리하게 가까운 민간의료기관을 이용하면 되므로 교통이 불편한 곳에 위치한 지방의료원과 적십자병원이 큰 역할을 한 사회안전망으로서의 공익적 기능은 민간의료기관으로 급속히 분산됐습니다. 때 맞춰 실시된 복지부의 수가 억제정책으로 의료비수입은 더 줄어들어 모 지방의료원은 전체 의료비수입으로 직원월급 주기에도 모자라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지방의료원과 적십자병원의 적자규모가 매년 증가하여 복지부는 2006년부터 법률로 이들 지역거점 공공병원의 운영평가 및 운영진단을 매년 실시하도록 했습니다. 2006년~2009년까지는 준정부기관인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의료기관평가센터가, 2010년~2011년에는 국립중앙의료원의 공공보건의료지원단이 지역거점공공병원 운영평가를 했습니다. 2012년에는 처음으로 민간회계업체인 삼일회계법인이 평가를 수행하였으나 착한적자로 불리우는 공익적손실비용을 총 적자액의 24.6%로 낮게 잡았다는 보건의료노조의 반발 속에 2014년 4월의 보고서는 저도 처음 듣고 국민들에게 생소한 갈렙ABC 라는 곳에서 삼일회계법인의 2.6배에 해당하는 총 적자액의 63.7%를 건강한적자로 계산했습니다.

2012년 삼일회계법인의 보고서는 반복되는 평가와 진단에도 불구하고 거점지역공공병원의 경영상황이 호전되지 않는 것은 첫째, 의료손실이 지속적으로 악화하여 5년간 적자가 50% 증가하였으며(의료손실액: 2007년 1224억원 -> 2012년 1835억원) 둘째, 합리적 운영성과 및 경영역량이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런데 2013년 7월 18일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있은 지역발전위원회 회의에서 "요즘 착한 적자라는 말이 있다. 그냥 낭비가 아니라 공공의료를 하다 보니까 필요한 부분이면 정부가 지원하는 식으로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씀 하신 후 수가인상과 힘든 경영개선의 정상적인 방법 대신 대통령이 지시한 내용이므로 착한 적자나 건강한 적자로 분류하기만 하면 정부가 지원하면 된다는 것으로 여겨지는 일들이 진행됩니다.

2014년 4월의 보고서에서 지방의료원의 공익적 기능 수행현황 및 기능 개선방향을 위한 조사에 지방의료원 종사자가 75%나 참여하여 객관성 잃은 결과를 내 놓았으며, 갈렙ABC는 지방의료원의 건강한 적자 비율을 61%로 보고했습니다. 이를 근거로 지난 7월 초 복지부는 당연히 세금으로 메워야 하는 국공립의료기관의 적자를 건강한 적자라는 이름으로 이들 의료기관에만 지급되는 수가의 인센티브를 인상시키거나 신설하는 방법을 통하여 건강보험재정을 편법으로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존경하는 복지부 장관님!

환자를 진료하는 대한민국 모든 의사들이 환자 치료를 위한 의학공부보다 수시로 바뀌는 복잡한 청구방법, 처방하는 약품 하나하나의 심평원 급여인정기준 과 진료의뢰방법 등을 익히는데 훨씬 많은 노력을 해야 하는 실정입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황당하고 복잡한 의료시스템에서 찾아오는 환자분의 치료 시 과잉진료나 부당진료로 몰려 혹시 삭감이나 환수당하지 않을지 걱정하고 환자 분들의 더 나은 진료를 위해 늘 고민하여야 하므로 현 의료제도의 문제나 개선해야 될 부분을 누구보다 더 잘 알 수 밖에 없습니다.

지방의료원의 의료손실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그 동안의 초 저수가 정책에서 벗어나 보험수가인상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시대의 변화에 따른 거점지역공공병원의 활성화 및 경영개선노력이 절실한 상황이 됐습니다.

부디 저의 의견이 잘 반영돼 지난 10여 년간 계속 증가한 지방의료원의 적자가 줄어들고 근무하는 의사는 물론 어려운 여건에 임금까지 체불되는 지방의료원의 모든 종사자분들이 더 나은 대접을 받고 지역주민들의 건강에 기여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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