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차의료 시범사업은 새 진료 패러다임"

발행날짜: 2014-08-12 05:43:48
  • 최동락 회장(시흥시의사회)

"일차의료 시범사업은 과거 만성질환관리제의 변형 버전이다."

"시범사업을 통해 상담과 교육에 대한 수가 신설의 길을 열 수 있다."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일차의료 시범사업을 둘러싼 진실 공방이 뜨겁다.

한편에서는 일차의료 시범사업이 상담과 교육에 대한 수가 신설을 통해 1차 의료기관의 진료 환경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보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주치의제의 변형 버전에 해당 지역의사회가 적극 동조하고 있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시범사업 참여 의사를 밝힌 지역들은 과연 무슨 이유로 참여를 결정했을까.

경기도 시흥시의사회 최동락 회장을 만나 의견을 들어봤다.

최동락 회장(시흥시의사회).
▲일차의료 시범사업에 참여 의사를 밝히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5개 시범사업 지역은 지역의사회의 뜻과 무관하게 지차제가 신청하면서 선정된 것이다. 지자체가 지역의사회의 의견을 묻기는 했지만 당시엔 그저 "이런 사업이 있는데 참여할 것이냐" 정도만 묻는 정도였다. 이 정도로 큰 논란이 일어날 줄은 몰랐다.

과거에도 만성질환관리제나 고혈압·당뇨 관리사업이 있었지만 의사들의 참여 저조로 실패했다. 실패한 근본적인 이유는 당시 제도들이 진료비 할인 수준에 불과했고 의사들의 호응도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처음엔 반신반의했지만 관이 아닌, 지역의사회가 주도로 해보자고 정부가 먼저 제안한 만큼 과거와는 다른 기회가 될 것으로 판단했다.

경기도의사회 조인성 회장 역시 이런 사업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조 회장은 한국식 1차 의료활성화를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다. 복지부에서 만성질환관리 사업이 자꾸 실패하다 보니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해 의사들이 주축이 된 모델을 제시하게 된 것이다.

현재 진료, 처방, 수술에만 수가가 나온다. 상담, 교육에는 수가가 없는 구조에서 누가 오래 환자를 붙들고 자세한 설명을 해주겠나. 이번 센터 설립을 통해 만성환자에 대한 수가 신설을 기회로 삼겠다. 새로운 형태의 진료 패러다임을 얻을 수 있다.

▲시범사업 지역 선정 후 정부와의 소통은?

시범사업 지역에 선정되고 6월부터 의사회, 정부와 소통하며 의료계의 우려를 전달했다. 6월 24일에는 이사회와 내과의사회, 반장 연석회의를 가졌고 26일에는 복지부 관계자와 지역 보건소가 참여한 시범사업 설명회를 가졌다. 7월 7일에 보건소와의 간담회를, 7월 10일에는 긴급 상임이사회를 개최해 시범사업이 의사회 중심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의견을 정리했다.

시흥시의사회의 기본 생각은 변함없다. 의사회가 주도로 하지 않는 시범사업은 참여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지역에서는 예산을 이유로 보건소 내에 일차의료지원센터를 건립하자는 의견을 내놓았지만 의사회는 결사 반대했다.

회원들의 민심을 묻기위해 설문 조사까지 했지만 90%의 회원들이 보건소 내 지원센터 설치에 반대했다. 이런 의견을 반영해 보건소 내 센터 설치시 시범사업 불참의사를 표시하자 보건소가 한발 물러섰다.

향후 시흥시청이 센터 운영자 위탁공고를 내면 의사회가 위탁 운영자에 지원할 것이다. 일부 의료계 단체가 주장하듯 시흥시가 보건소와 결부해 보건소 내 지원센터 설치에 눈 감아 줬다는 식의 의혹 제기는 어불성설이다.

▲시범사업이 과거 만성질환자 관리 모델과 유사하다는 비판이 있다.

내과, 가정의학과의사회가 주축이 돼서 시범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준비추진단을 꾸렸다. 만성질환자와 의사를 위한 교육 자료, 평가 자료를 이미 만들어 놓은 상태다. 한마디로 의사들이 주축이 돼서 하고 있다는 소리다.

추진단 간사도 이제 일차의료로 경영 수익을 보전하기 어려운 상태에 있으니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말을 했다. 현재 수가에서는 시범사업이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지금까지 의사들은 질병의 치료나 수술에서만 수가를 받아 왔다. 하지만 이제 상담이나 교육을 통해서도 수가를 받게 된다면 환자를 박리다매를 많이 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인식도 생겨날 것이다. 화려한 장비나 많은 인력을 확보하지 못한 기관들도 경쟁력 얻게 될 것이다.

상담과 교육을 잘하면 실패한 의료전달 체계를 돌이킬 수 있다. 대형병원으로 쏠리는 경증 환자를 다시 개원가가 흡수할 수 있다. 대학병원에 있는 명의를 찾아간 환자들이 개원가 와서 진료결과를 해석해 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환자가 1차 기관을 자주 찾아 피드백을 요청하고 하다보면 지속적인 유대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

▲수가 결정이 아직 이뤄지지 않았고 상담·교육에 소요되는 시간 대비 수가가 낮게 책정될 가능성도 있다. 책정된 전체 예산 역시 크지 않은데 의료계에 도움이 될 수 있나.

이번은 단지 시범사업일 뿐이다. 결과가 좋으면 예산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호응도가 높으면 센터 설치도 늘어날 것이다. 의사들이 열심히 하면 환자들의 호응으로 인해 예산도 꾸준히 확보될 것이다.

만성질환자는 의사들이 관리를 안해주면 의료비 상승의 원인이 된다. 종합병원에 간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1차 기관에서 지속적으로 관리해 줘야 한다. 개원가는 이제 환자 머리 수로 승부하는 시대는 지났다. 많이 볼 수도 없다. 시범사업을 통해 상담 수가가 생기면 의료 시스템의 패러다임도 많이 바뀔 것이다.

▲일차의료 지원센터를 의사회가 운영할 여력이 되나.

처음엔 의사회 회원들도 우려가 많았다. 하지만 인원을 뽑고 관리하는 것은 정작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예산이 얼마나 확보되느냐가 더 중요하다. 지자체에서 예산이 충분히 들어오면 환자 교육 프로토콜을 짜고 간호사를 뽑아 교육하면 된다. 이미 전자차트 회사와도 상의해 청구 시스템도 거의 완성된 것으로 안다. 시에서 적절히 지원만 해준다면 의사회가 센터를 운영하는 것은 큰 문제가 없다.

▲회원 반발시 시범사업 참여 철회 가능성은?

회원들의 우려는 일차의료지원센터가 보건소의 개입을 허용하는 빌미가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의사회도 보건소나 건강관리회사가 개입할 가능성에 대해 복지부에 질의했다. 센터가 잘 운영되면 보건소나 건강관리회사가 참여할 가능성이 없진 않다.

하지만 정부에선 의사들이 먼저 참여하면 그런 회사들의 참여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의사들이 시스템 만들어 만성질환자를 관리하게 되면 선점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다시 한번 의견 수렴을 거칠 생각이다. 많은 회원들이 반대 하면 철회하는 게 맞다. 하지만 반대의 가장 큰 이유는 제도를 잘 모르면서 막연히 반대하는 거라 생각한다. 회원들이 제도에 대해 충분히 숙지할 수 있도록 대회원 서신문이나 학회 장소 등에서 자세한 설명을 하겠다. 소아청소년과에서 영유아 건강검진이나 NIP 국가예방접종 사업 시행 전에도 회원들의 반대가 많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제도를 잘 모르기 때문에 심정적으로 반대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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