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교수 4인이 바라본 투자활성화 '진짜 문제'는?

발행날짜: 2014-08-25 12:00:27
  • 허대석·박형근 "의료영리화 반대"…선경·전병율 "긍정적 측면 있어"

최근 정부가 발표한 6차 투자활성화 대책을 두고 야당과 시민단체 등은 "의료영리화가 본격화됐다"며 강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정부의 정책은 한국의료의 재앙일까. 메디칼타임즈는 의료영리화에 대해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의과대학 교수 4명의 입을 통해 투자활성화 대책이 향후 한국 의료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해 전망해봤다.

4명의 의과대학 교수들은 6차 투자활성화 대책 발표는 정부의 저수가를 기정사실로 인정한 점에 대해선 모두 공감했다.

그러나 일부는 이를 통해 병원의 고유목적사업인 의료행위보다는 사업에 나서라고 부추기는 꼴이라고 지적했고 한편에선 발전동력을 만들어준 것이라고 해석하는 등 견해차를 보였다.

다음은 의과대학 교수 4명과의 인터뷰 내용이다.

좌: 허대석 교수, 우: 박형근 교수
"정부, 의료영리화 공식 선언…나라 망하는 지름길"

허대석 교수: 의료기관의 고유목적 사업은 의료행위를 하는 것이다. 의료행위를 해서 병원이 유지되도록 하는 게 정상이다. 정부가 자법인을 허용해 준 것을 저수가를 인정하고 자법인을 통해 돈을 벌라는 얘기다.

즉, 의료서비스보다는 사업에 충실하라고 부추기는 셈이다.

투자개방형 외국병원 설립에 대한 규제를 완화한 것도 결국 미국의 영리법인을 허용하겠다는 의미로 그동안 논란의 대상이 됐던 영리법인을 허용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라 해석된다.

사실 이번에 발표한 정책은 그동안 한번씩 거론됐던 내용이다. 당시 이런 저런 이유로 추진하지 못했던 것을 '투자활성화'라는 명목으로 모든 규제를 완화해줬다. 앞서 제기됐던 문제점에 대한 고민은 없다.

정부는 이번 정책을 통해 해외환자를 늘리고 고용창출의 효과를 생각했겠지만 기대와는 달리 당장의 이익을 쫒다가 오히려 부작용만 초래할 수 있다.

박형근 교수: 정부가 침체된 경기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 보면 실망스럽다.

객관적으로 생각해보자. 병원 자법인을 허용한다고 해서 누가 투자하겠나. 정부는 의욕적으로 발표했지만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투자활성화 대책의 결론은 의료영리화인데 만약 그렇게 된다면 나라가 망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미국은 그나마 재정규모가 크기 때문에 괜찮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 처음에는 환자를 쥐어짜서 버티겠지만 의료비에 들어가는 비용이 일정 수준 이상이 되면 기업도 정부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이에 덧붙여 정부는 의료영리화 정책을 제시하려면 해외환자 유치 혹은 의료자법인 허용 등 돌려서 말하지 말고 솔직해졌으면 한다. 책임을 못지더라도 정직하게 말했으면 좋겠다. 의료영리화 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좌: 선경 교수, 우: 전병률 교수
"의료영리화 왜 겁내나. 수가가 정해져 있는데…"

선경 교수: 영리와 비영리병원의 개념을 짚고넘어가자. 영리병원과 비영리병원의 차이는 병원 수익이 외부로 투자할 수 있는지의 여부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진료비 인상과는 무관하다.

그런 의미에서 영리병원에 대해 겁낼 필요없다. 정부가 수가를 통제하고 있는 상태에서 영리와 비영리가 무슨 소용인지 모르겠다. 다만 수가를 통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병원의 수익을 어디에 재투자하는 지가 중요하다.

수가가 정해진 수가 구조에서 민영화가 왜 무서운 것인지 이해가 안간다. 맹장수술이 1천만원을 넘어갈 것이라는 얘기는 괴담에 불과하다. 지레 겁먹을 필요 없다.

옳고 그름을 떠나 그나마 현재의 저수가 구조에서 병원의 살길을 모색할 수 있는 방안은 이처럼 영리구조를 열어주는 것 밖에는 없는 게 현실이다.

전병률 교수: 의료영리화라고 무조건 반대하고 보는 것은 문제다. 사실 지금도 모든 의료기관은 의료서비스를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는 점에서 영리를 꾀하고 있는 것 아닌가.

병원이 수익을 창출해야 재투자를 해서 더 좋은 의료서비스를 환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 이미 한국의 모든 의료기관은 현 수가체계를 유지하며 동일한 비용을 청구해서 진료를 하고 있다. 돈을 벌기 위해 환자에게 수백, 수천억원의 진료비를 받는 것은 어차피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의료기관에 메디텔 규제를 완화해주는 것을 두고도 논란이 많다. 하지만 다른 나라를 둘러보자. 미국의 앰디앤더슨 병원만 봐도 그렇다. 암 수술을 받기 위해 내원한 환자들이 호텔에서 숙박을 하며 진료를 받는다.

한국의 대학병원도 입원이 안되서 대기환자를 늘리지말고 메디텔 등을 적절히 활용해 서비스를 높이는 방안을 모색하는 게 낫다.

덧붙이자면, 건강보험 재정이 무한하지 않다는 것은 현재 의료계가 당면한 공통 과제다. 우리는 50을 투자해서 100을 만드는 지혜가 필요하다. 투자비용은 줄이고 수익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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