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로 시작해 '역시나'로 끝난 공단·심평원 국감

발행날짜: 2014-10-17 06:10:41
  • 해묵은 이슈 우려먹기·업데이트 수준에 그쳐…국회 파행탓 비난도

예년과 다르게 함께 치러진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정감사.

아침 10시부터 밤 11시가 넘어서까지 무려 12시간 넘게 진행된 마라톤 국감이었지만 의원들이 오랫동안 준비해 관심이 집중되는 이른바 '핫이슈'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결국 매년 반복적으로 지적되던 문제들이나 최근 보건복지부 국감에서 논란이 된 사안들을 '업데이트'하는 수준에서 마무리 됐다.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싸고 국회 파행이 길어지며 여야 의원들이 국감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다는 비난은 피할 수 없게 됐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매년 반복되는 개인정보 무단열람 : 복지위 여러 의원들은 이날 건보공단에 매년 국감 때마다 계속 질의하던 개인정보 무단 열람문제를 거듭 질타했다.

이날 개인정보 무단열람이라는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새누리당 김현숙 의원, 새정치민주연합 김용익, 남윤인순, 이목희 의원을 비롯해 김춘진 보건복지위원장까지 합세해 지적했다.

의원들조차도 국감 때마다 같은 문제를 지적하던 사실을 인지한 듯 매년 지적해도 개선의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할 정도.

복지위 소속 한 의원실 보좌진은 "매년 개인정보 무단열람은 매년 건보공단 국감에서 지적하던 사안이었지만 문제가 개선되지 않고 또 다시 지적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의원실 관계자는 "예년 국감과 달리 올해 국감은 국회 파행이 길어지면서 제대로 준비할 여력이 없던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이사장 공모·수술방 습격사건, 논란의 중심에 선 건보공단 : 앞서 복지부 국감에서 이슈로 부각된 '건보공단 이사장 공모 의사참여 논란'도 여지없이 건보공단 국감 도마에 올랐다.

이날 국감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인 김성주, 최동익 의원 등이 이사장 공모에 대한병원협회장 출신인 S씨가 참여한 것을 두고 '생선가게는 절대 고양이게 맡기지 않는다'며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김성주 의원은 "최근 병협회장 출신의 인사가 건보공단 이사장으로 내정됐다는 설이 있는데 이는 재벌대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전경련 회장이 노총 회장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와 함께 최근 의료계의 공분을 사고 있는 '수술방 습격사건' 또한 복지부에 이어 건보공단 국감에 등장했다.

김춘진 복지위원장은 건보공단 직원들의 법 이해도가 떨어진다며 "별도의 법 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하는 한편, 의사출신인 같은 당 김용익 의원은 "잘못한 부분이 있으면 해당 의사와 환자에게 사과해야 한다"며 건보공단의 안이한 태도를 집중 질타했다.

건보공단 김종대 이사장은 "조사결과 사과할 부분이 있다면 해당 의사와 환자에게 사과하겠다"며 "향후 수사기관 협조에 따른 행동 가이드라인도 만들 계획"이라고 답하며 진땀을 뺐다.

▲건보공단에 묻혀버린 심평원 : 이번 국감은 건보공단에 집중적인 질의가 이어진 반면 심평원은 대체적으로 조용히 넘어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건보공단에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이슈가 상대적으로 많아 의원들의 질의가 건보공단에 집중됐기 때문이라는 것.

심평원의 경우 적정성평가, 심사-청구권을 둘러싼 건보공단과의 갈등 문제 등이 중점적으로 다뤄졌으나 자체적으로 질의를 준비하고 대비했던 만큼 손명세 원장의 '첫' 국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논란의 여지를 남기지 않았다는 평이다.

실제로 심사-청구권을 둘러싼 양 기관의 갈등 문제에 묻는 질의에 건보공단 김종대 이사장은 "보험자는 둘이 될 수 없다"고 발끈한 반면, 심평원 손명세 원장은 "경쟁보다는 소통과 협력으로 발전하겠다"고 말해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심평원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건보공단에 비해 이슈가 적었던 국감이었다"며 "의원들이 질의할 수 있는 내용들을 예상하고 이에 대한 준비를 많이 해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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