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볼라 의사 파견…"민간일까 공공일까? 아니면 군의관?"

손의식
발행날짜: 2014-10-20 05:59:26
  • 의료계 "국제적 체면 위해 의사를 사지로 내모는가" 반발

보건복지부가 에볼라 바이러스 발생 지역인 서아프리카에 국내 의료인력을 파견했다고 밝힌 가운데 '누구를' 파견할 것인지에 대한 의료계의 관심과 우려가 크다.

지난 17일 복지부는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에볼라 대응에 대한 국제적 공조 차원에서 서아프리카 현지에 보건의료 인력을 파견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6일 이탈리아에서 열린 제10차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전체회의에서 밝힌 에볼라 바이러스 대응을 위한 인도적 차원의 한국 보건인력 파견을 결정했다는 발표에 따른 후속조치로 풀이된다.

복지부는 내부적으로 민간 의료기관 의사와 간호사 공개모집 등 자발적 참여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20일 관계부처 회의를 통해 파견 규모와 일정, 장소 등 구체적 사항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의료계는 서아프리카 의료파견은 국내 의사들을 사지로 내모는 것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의료계 "에볼라 파견, 국제적 체면 위해 목숨 걸라는 것"

의료계 한 관계자는 "서아프리카 에볼라 사태는 아이티 지진이나 필리핀의 하이예 태풍 피해와 본질적으로 다른 사안"며 "마땅한 치료법도 없는 상황에서 에볼라 지역으로 파견을 간다는 것은 국제적 체면차리기를 위해 국내 의사들에게 목숨을 걸라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최근 미국에서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자를 돌보던 간호인력이 에볼라에 감염됐다는 보도까지 나온 상황에서 지원할 의사가 있을지 모르겠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국제적으로 공언은 한만큼 정부로서 보내기는 보내야 할텐데 민간의 지원이 없으면 공공의료인력을 염두에 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공공의료인력 파견도 쉽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파견할만큼 충분한 인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파견간다고 해도 현지에서 마땅히 할 일이 없다는 것이다.

A지방의료원장은 "민간 의료인력의 지원이 없을 경우 정부가 국공립 의료기관의 인력 파견을 고민할 것은 당연하다"며 "그러나 문제는 현실적으로 파견에 대한 준비가 전혀 안 돼 있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파견인력이 열명이라고 가정할 경우 의사 두명, 간호 예닐곱명, 그 외 나머지 지원인력으로 구성할텐데 현실적으로 국공립 의료기관의 감염내과 전문의가 한 병원에 몇 명이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서울대병원을 제외하곤 한두명이 고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만일 몇몇 의사들이 지원할지 모르지만 간호사들의 지원은 힘들 것"이라며 "파견에 대한 준비가 전혀 안 돼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국제적 체면을 살리기 위해 누가 움질일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군 보건인력 동원의 가능성도 조심스레 제기했다.

그는 "군대의 경우 명령을 받으면 따라야 하기 때문에 아마도 군 보건인력을 동원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그러나 아무리 군인이라고 해도 위험지역에 보내는 것 아닌 것 같다. 마땅한 대안도 없고 형식적으로 보낼 경우 현지에서 무엇을 얼마나 할 지도 모르겠다"고 강조했다.

공공병원·군인력 차출설도

군의관들은 에볼라에 대한 근본적 치료법이 없는 상황에서 파견에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을 제기했다.

군의관 L씨는 "복지부가 국방부에 지원요청을 할 경우 국방부는 육·해·공 각 본부에 공문을 인력 차출에 대한 공문을 내려 파병형식을 취할 것"이라며 "이 경우 군의관과 간호장교 등이 차출될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방부로 요청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군 보건의료인력이 파병된다 하더라도 현지에서의 할 수 있는 역할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군의관 L씨는 "임관한 지 얼마 안 돼 전방에 있는 군의관의 경우 파병을 다녀오면 군병원으로 옮길 수 있어 지원할 가능성도 있고 진급에 목숨을 건 이들의 지원도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치료제도 없는 상태에서 군 의료인력이 현지에서 얼마나 큰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래저래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복지부는 파견 인력 구성 등에 대한 대응방안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다고 일축했다.

복지부 질병정책과 관계자는 "파견 보도자료 이후 문의가 많이 오고 있다. 내부적으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확실하게 정해진 것은 없다"며 "20일 관계부처 회의 이후 공식적 결과가 나올 것이다. 지금은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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