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협회 집행부와 비상대책위원회가 각자의 역할을 두고 갈등이 깊어지는 가운데 임수흠 서울시의사회장이 중재에 나섰다.

정부 측의 원격의료 추진이 계속되고 있는 마당에 원격의료 저지를 마치 기정사실화하며 어느 한 개인이나 한 단체의 노력으로 돌리려는 행태는 지양돼야 한다는 것이다.

6일 임수흠 서울시의사회 회장은 회관 1층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집행부-비대위와의 갈등에 대해 조언과 최근 복지부 권덕철 실장과의 면담의 이유 등을 밝혔다.

임 회장은 "최근 집행부와 비대위가 예산 사용 승인 건과 역할 중첩 등으로 책임을 서로 돌리려는 핑퐁 게임을 하고 있다"며 "의료 현안이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예산 문제를 두고 싸우는 모습은 회원들에게 결코 와닿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의료계도 노력했지만 올해 원격의료 법안의 본회의 상정은 국회선진화법 등 여야의 이해관계 때문에 사실상 어렵게 됐다"며 "원격의료 저지를 위해 여러 단체가 같이 공동 노력을 하고 있는 마당에 집행부와 비대위는 저지의 공을 서로에게 돌리려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부 측의 원격의료 추진이 내년에도 계속 이어질 게 자명한데도 추무진 회장이나 비대위가 "원격의료를 거의 다 막았다"는 식의 발언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임 회장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시도의사회도 물밑작업을 추진해 왔고 올해 원격의료의 본회의 상정 불발은 국회선진화법과 같은 여야의 정치 역학 관계도 작용했다"며 "이런 상황에 굳이 누구의 공이 더 큰가를 논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년에도 정부는 원격의료 입법을 더욱 적극적으로 진행할 것이 분명하다"며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고 투쟁과 협상의 주체를 놓고 시간을 낭비하기 보다는 지금이라도 집행부와 비대위가 단합해 역할을 재정립하고 서로 협력해야 할 시기"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내년, 내후년까지 긴장의 고리를 놓지 말고 모든 것을 내려놓고 서로 이해하고 단합해야만 회원들의 신뢰와 투쟁 동참을 이끌어 낼 수 있다"며 "원격의료 저지와 잘못된 의료제도 정책의 철폐, 개선을 위해 집행부-비대위가 힘을 합쳐주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최근 복지부 권덕철 실장과의 면담도 내년 의협 회장 선거를 의식한 '정치적 행위'가 아니었음을 분명히 했다.

임 회장은 "집행부와 비대위의 관계처럼 집행부는 복지부와도 서로 똑같은 말만 되풀이 하며 공회전을 하고 있다"며 "선거용 포석이라는 세간의 의혹을 무릅쓰고 복지부를 만난 것은 의-정의 오해를 풀기위한 조치였다"고 선을 그었다.

복지부는 2차 의정합의에 원격의료 시범사업이 포함됐다는 논리로 나머지 아젠다 논의를 하지 않고 있는 반면 추무진 회장은 아젠다 추진이 공약이라는 점을 들어 무조건 추진하겠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어 타협점을 찾기 어렵다는 게 임 회장의 판단이다.

그는 "복지부 측에는 의정합의 사항과 상관없이 의료계 살리기를 위한 아젠다는 당연히 논의를 지속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며 "의-정 회동의 물꼬를 튼 이상 집행부도 과거의 명분론에서 벗어나 회원을 위한 정책 추진에 힘을 써달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