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대결' 약속 불구,토론회마다 저격용 질문 빈번…회원까지 가세
"마타도어나 네거티브가 아닌 정책과 공약으로 대결하겠다."
불과 한달 전 약속을 잊은 걸까.
선거 과열에 따른 선거공영제 주장이 나오는가 싶더니 돌연 클린 캠페인을 벌이겠다는 후보까지 등장했다. 회원들까지 가세해 후보자들과 관련된 온갖 루머들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제39대 대한의사협회장 선거에 대한 이야기다.
최근 합동토론회에서 후보자 간의 인신공격성 발언이 나온데 이어 각 후보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루머와 의혹 제기가 빈번해지고 있다.
7일 대한전공의협의회와 대한공보의협의회, 전국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 등 젊은의사협의체가 개최한 합동토론회는 이런 네거티브 전쟁의 단면이라는 게 참석자들의 반응.
먼저 송후빈 후보(기호 5번)가 조인성 후보(기호 3번)의 직원 폭행 문제를 거론하며 네거티브에 불을 붙였다.
송 후보는 "의료인폭행방지법안을 가지고 언론플레이를 많이 했는데 경기도의사회장 시절에 직원에게 폭언을 한 것으로 안다"며 "그런 문제로 합의금까지 준 것으로 안다"고 폭로했다.
조인성 후보은 "왜 이런 질문을 내게 하는지 모르겠다"며 "답변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일축했다.
남기훈 대전협 정책이사는 조인성 후보에게 "회장의 자질로 중요한 것은 진정성이다"며 "의협 윤리위로부터 경고를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추무진 후보(기호 2번) 역시 네거티브에 동참하기는 마찬가지.
추 후보는 조인성 후보를 겨냥해 "후보자로서 굉장히 큰 자질에 문제를 가지고 있다"며 "윤리위 징계 등이 사실로 나타나면 후보자 사퇴까지 고려하고 있는지 알고 싶다"고 비판했다.
흥미로운 점은 네거티브 선거전에 불을 붙인 주축들이 불과 한달 전 의협회관에서 열린 기호추첨에서 '클린 정책 선거'를 약속했던 인물들이라는 점이다.
송후빈 후보는 3일 인천시의사회 주최 토론회에서도 조인성 후보를 겨냥한 바 있다.
송 후보는 "창원에서 의사가 폭행을 당한 사건이 있었다. 의료인폭행방지법이 지난해 국회를 통과했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다"며 "조인성 후보는 의협과 상의없이 경기도의사회장으로서 의료인폭행방지법을 단독 추진했다가 실패했다"고 비난했다.
조인성 후보도 가만있지 않았다. 5일 조인성 후보는 "클린 캠페인에 돌입하고자 하니 다른 후보들도 정책 선거라는 초심으로 돌아가 달라"며 카운터를 날렸다.
조 후보는 "열세인 후보일수록 타 후보의 정책에 대한 합리적이고 당당한 비판이 아니라 근거 없는 인신공격과 흑색선전에 의존하려는 유혹을 받게 된다"며 "이번 선거가 자칫 이런 양상으로 흐르는 것은 아닌지 몹시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는 "회원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들을 폄훼할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스스로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하고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며 "대책없는 무모한 파업 선동에 반대한다는 의미로 '파업은 자해'라는 표현을 섰더니 추무진, 이용민 후보가 발언을 왜곡해 퍼뜨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용민 후보(기호 5번)도 네거티브에 골치를 앓고 있다.
최근 노환규 전 의협회장은 게시글을 통해 "2013년 11월 첫 비대위가 만들어질 당시 이용민 후보는 '경제적 문제 때문에 투쟁에 참여할 수 없다'는 지인의 글에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라'는 글을 썼다"고 폭로했다.
그는 "이용민 후보가 '내가 망하고 나면 아무도 도와주지 않고 살아 남아야 투쟁도 한다. 내가 망하고 나면 무슨소용이 있는가'라는 내용의 글을 썼다"며 "이 후보는 '의협 상근이 아니면 모두 내가 먼저고 내 가족이 먼저라는 신념으로 행동해라'는 글도 썼다"고 공개했다.
줄곧 강력한 투쟁과 진정성을 전면에 내세웠던 이용민 후보 입장에서는 이번 폭로가 상당한 이미지의 타격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용민 후보가 모 병원에서 봉직의로 근무하던 당시 '영상상담' 형식을 빌어 원격의료에 가담했다는 루머도 확산되고 있다.
이용민 후보는 "화상상담은 그저 스마트폰으로 하는 화상 채팅과 같은 수준에 불과했고 지금도 많은 의료인들이 포탈 사이트나 카페 등에서 온라인 상담을 하고 있다"며 "단순히 홍보용 광고를 만든 것을 가지고 '이용민 후보가 원격의료에 참여했다'는 식으로 루머가 확산되는 현실이 씁쓸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실제 진료를 대체하려고 화상상담을 도입한게 아닌 그저 홍보용 광고를 만든 것이기 때문에 화상상담 건수도 전혀 없다"며 "선거가 중반에 접어들면서 네거티브 선거가 득세하는 양상에 우려감을 표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