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무산된 산부인과의사회장 선거…출구는 어디에

박양명
발행날짜: 2015-04-15 05:36:54
  • 대의원회 정상화 Vs 직선제 우선, 서울·경기지회-집행부 대립각 첨예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회장 선거가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보이지 않고 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오는 19일 서울 63시티에서 열리는 춘계학술대회에서 대의원 총회를 열고 신임 회장을 선출할 예정이었으나 직선제를 요구하는 회원들의 반발에 부딪혀 지난해에 이어 또 다시 무산됐다.

지난 13일 산부인과의사회는 홈페이지에 정기총회와 회장, 감사 선출을 취소한다는 공고를 띄웠다.

이로써 산부인과의사회는 올해 예산안 의결 등을 하지 못해 업무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에 처했다.

산부인과의사회장 선거 파행 사태는 6개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해 10월 산부인과의사회 서울지회는 대의원 선정 과정에서 선거관리위원회와 충돌하자 회장 선거가 예정돼 있던 대의원총회 개최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법원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고 회장 선거는 무산됐다.

집행부는 '대의원회 정상화'를, 의사회 서울지회와 경기지회는 '회장 직선제'를 주장하며 팽팽히 맞섰지만 합의점을 찾는데 실패했다.

집행부는 회장 선거가 파행을 맞자 지난달 대전 유성호텔에서 16개 시도지회장 회의를 열고 대안을 제시했다.

주요 내용은 ▲각 지회 총회 불참시 위임장을 쓸 때 포괄적 위임은 인정하지 않고, 안건별 위임을 인정한다 ▲회장, 감사, 대의원 등 선출에 대한 위임은 후보 등록 공고 후 위임장에 지지 후보를 명기해 위임하는 사람이 직접 선출하도록 한다 등이다.

집행부는 이날 회의 내용에 근거해 의사회 홈페이지에 정기대의원총회 개최 및 회장, 감사 선출 공고를 다시 냈다.

그러나 서울지회와 경기지회는 대전에서의 결의 자체를 부정하고 나섰다. 시도의사회장 회의는 의결 기구가 아니라 자문의 역할을 한다는 이유에서다.

대전 시도지회장 회의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는 "정관 제34조에 따르면 지회장 회의는 의결기관이 아니라 의결 수렴 기구다. 지회장 회의 결정 사항은 무효"라고 주장하며 "직선제에 대해 논의할 줄 알고 갔는데 집행부가 각본을 다 짜놓고 요식행위식으로 회의를 진행했다"고 비판했다.

현재 서울지회와 경기지회는 회원의 바람은 직선제라며 여론몰이에 나섰다. 19일 대의원총회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도 다시 제기할 예정이다.

산부인과의사회장 후보로 출마했던 김동석 서울지회 고문은 '회장선거 직선제 쟁취를 위한 직선제추진위원회'를 만들자고 주장하며 준비위원장을 맡았다.

추진위원회에는 14일 현재 159명의 산부인과의사회원이 찬성 입장을 표명한 상태다.

김동석 고문은 "총회가 두 번째 무산되는 최악의 상태가 됐다. 유일한 해결책으로 직선제를 제시했지만 집행부는 무시하며 침묵하다가 일부 지회만으로 총회를 강행해 회장 선거를 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중립적인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회원 모두가 참여하는 직선제로 회장을 선출하는 것이 혼란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경기지회 관계자는 "대의원은 회원 권한을 위임받은 사람일 뿐이다. 회원들의 뜻이 직선제라면 정관 개정은 차치하고 먼저 전체 회원의 뜻을 물어보는 투표를 진행하는 것이 맞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나 산부인과의사회 집행부는 정관이 개정돼야 직선제로 바꿀 수 있기 때문에 대의원회 정상화가 먼저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박노준 회장은 "법은 무조건 정관을 우선한다. 정관에 따르면 산부인과의사회장 선거는 간선제로 돼 있다. 대의원회를 정상화해서 정관을 바꾸는 게 먼저다. 순리가 있는데 자꾸 막혀 답답하다"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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