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시국 세계간호사대회 강행에 비난 여론 '봇물'

발행날짜: 2015-06-16 05:35:07
  • 135개국 간호사 2만명 서울 집결…"이 시기에 동원령이라니"

전국을 강타한 중동 호흡기 증후군(메르스)에도 불구하고 대한간호협회가 세계간호사대회를 강행하면서 비난과 격려가 함께 쏟아지고 있다.

국제 행사니 만큼 약속을 지키는 것이 당연하다는 의견이 있는데 반해 메르스와 최전선에서 대치하고 있는 간호사들을 한 곳에 동원하는 것이 타당하냐는 비판이 공존하고 있는 것.

세계간호사대회 예정대로 강행…간호사 2만명 한자리에

서울 세계간호사대회 조직위원회(위원장 신경림)는 2015 서울 세계간호사대회(ICN Conference and CNR 2015 Seoul)를 예정대로 17일부터 개최한다고 밝혔다.

2015 서울 세계간호사대회는 '글로벌 시민, 글로벌 간호(Global Citizen, Global Nursing)' 주제로 세계 135개국에서 2만여명의 간호사가 참가한다.

우선 각국 간호협회 대표들이 참석하는 대표자회의가 17일부터 19일까지 진행되며 세계 간호사들이 간호교육·연구·실무분야의 최신 동향과 정보를 교류하는 학술대회는 19일부터 23일까지 코엑스에서 개최된다.

이를 위해 대한간호협회는 2013년 10월 조직위원회와 17개 분과위원회를 발족한 뒤 2014년 11월에는 조직위원회 출범식을 갖고 대회의 중요성을 대내외에 알린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조직위원회 사무국을 중심으로 매주 분과별 실무회의와 월별 분과위원회와 통합분과위원회를 각각 개최하는 등 준비에 만전을 기해왔다.

그러나 지난달 20일 발생한 메르스가 전국으로 퍼져나가면서 최대 위기를 맞은 것이 사실. 전국이 메르스 공포에 휩쌓이면서 대회 개최를 두고 이를 연기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직위원회는 3년간의 준비 기간과 세계 간호사들의 방문 일정 등을 감안해 예정대로 대회를 강행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감염 방지와 참가자들의 안전에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이리고 결정했다.

조직위원회 관계자는 "세계간호사대회는 간협과 조직위원회가 개최 여부와 연기를 결정할 수 있는 행사가 아니다"며 "국제 협회에서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을 보내와 예정대로 대회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 시기에 제 정신이냐"vs"약속은 지켜야" 갑론을박

메르스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조직위원회가 대회 강행을 결정하면서 간호계는 내부와 국민들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국이 메르스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상황에 대회를 강행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의견이다.

A대병원 간호사는 "메르스 전쟁지로 세계 간호사들을 초청하는 것이 말이 되는 일이냐"며 "더욱이 온 국민이 메르스 공포에 떨고 있는데 간호사들이 모여서 축제를 한다고 하면 여론이 어떻게 돌아가겠느냐"고 꼬집었다.

실제로 각 포털 사이트 등에는 세계간호사대회 강행 소식이 전해지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다.

"한명만 확진자 나오면 2만명 격리되겠네" 등의 의견을 비롯해 "간호사들이 나서 나라 망신 시키는 건가", "병원은 문닫고 가수 보러 가냐" 등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

특히 삼성서울병원이 병원 폐쇄를 결정하는 등 대다수 의료기관이 비상사태에 돌입한 상황에서 간호사들을 동원하는 것에 대한 불만도 상당하다.

B대병원 간호사는 "굳이 개최하려면 정말 참석을 원하는 간호사만 받던지 간호부서장을 통해 수십명씩 간호사를 착출하면 어쩌자는거냐"며 "실습도 못나가는 간호대생까지 강제 동원하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메르스 환자가 나온 병원들은 지금도 마스크 하나로 불안과 싸우며 사투를 벌이고 있다"며 "지금 대회를 강행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대회 규모를 줄여서라도 예정대로 개최하는 것이 맞다는 의견도 있다. 국제적인 약속을 일방적으로 취소하는 것 또한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국제 협회에서 예정대로 진행하는 것으로 결정을 내린 상황에 간협과 조직위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것도 타당하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C대병원 간호부 보직자는 "이미 3년전에 날짜가 정해진 대회를 우리 상황만 생각해 일방적으로 취소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지 않느냐"며 "대회 규모를 줄여서라도 예정된 일정은 소화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간협과 조직위 또한 얼마나 많은 고민과 걱정을 하고 있겠느냐"며 "국제 협회에서 결정한 일인데 그들을 비난하는 것 또한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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