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제적 병원폐쇄 이유? 진짜 병원이고 싶었기 때문"

손의식
발행날짜: 2015-06-22 12:23:44
  • 검단탑병원 이준섭 병원장

병원 폐쇄. 최근 중동호흡기증후군(이하 메르스) 확진 또는 경유 병원이 처한 현실이다. 병원 폐쇄는 당장 병원의 경영과 직결되는데다 사태가 해결된다고 해도 불안감이라는 인식이 해소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는 점에서 경영 악화의 후폭풍까지 감당해야 하는 것이 의료기관의 현실이다.

그런데 병원 내 간호사가 메르스 의심, 결과적으로 음성 판정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선제적으로 병원 폐쇄를 단행한 병원이 있어 눈길을 끈다.

검단탑병원은 해당 간호사가 1차 검사에서 (판정불가임에도) 양성이라고 통보받았고 이에 해당내용을 공지하고 외래폐쇄와 신규 입원금지 등을 선제적으로 실시했다.

검단탑병원은 인천시청에서 열린 감염내과 의사들로 구성된 민간대응팀과의 대책회의에서 2차 음성을 알게 됐고 3차 음성 후 원검체를 재검함으로써 관심대상에서 제외됐다. 48시간 뒤 4차 검사 결과 음성 통보 후 지난 19일부터 해당 간호사도 귀가했다.

검단탑병원에 따르면 이후에 원검체를 재검해 음성으로 받을 때까지 그 혼란과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고 그 여파는 검단 지역 전체까지 확대됐다.

그러나 확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병원 폐쇄라는 선제적 조치를 취한 것은 현 메르스 정국에서 유례가 없던 일이다.

메디칼타임즈는 검단탑병원 이준섭 병원장을 어렵게 만나 병원의 경영 악화를 감수하고 병원을 폐쇄했던 이유에 대해 구체적으로 들어봤다.

검단탑병원 이준섭 병원장.
병원 폐쇄라는 결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해당 간호사가 퇴근한 시간과 증상이 나타난 시간의 차이는 57시간이었다. 그 간호사가 1차 검사에서 양성을 받았고 결과적으로는 음성이었지만 실제로 양성이었다 하더라도 의학적으로 병원내 감염은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 간호사가 양성이라 하더라도 임상적으로 감염 전파력이 없는 상태였고 진료를 지속해도 이상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병원 입장에선 만일의 우려까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병원폐쇄 이후의 파급력과 희생을 감안하면 쉽지 않은 결정인만큼 정말 깊은 고민을 했다.

하지만 관련 내용을 발표를 하는 게 정도(正道)라고 생각해 공지를 띄우고 병원을 폐쇄했다.

간호사가 메르스 음성이었음에도 병원 경영 악화를 감수하고 폐쇄를 선택한 이유는.

법대로, 그리고 환자와 인간에게 도리를 다하는 '진짜 병원'이고 싶다는 경영 마인드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특히 앞서 다른 병원들의 잘못된 대응의 사례가 있었기 때문에 더욱 신속하게 결정해야 했다. 손해는 손해고 병원이 할 수 있는 조치는 다하자는 생각이 있었다. 깊은 고민이었지만 결론을 내리는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직원들의 걱정도 컸을 것 같다.

해당 간호사가 실은 판정불가였지만 1차 검사에서 양성이라는 말을 듣고 별도 지시가 없었음에도 병원 팀장들이 그날 밤 전부 병원으로 나왔다. 눈물이 나올 정도로 감사했다. 팀장들은 물론 의사들 역시 새벽부터 저녁까지 모여 같이 고민하고 걱정하는 모습에 너무 감사했다. 사실 공지와 선제적 폐쇄의 배경에는 500명이 넘는 검단탑병원 직원들과 그들의 가족들도 포함돼 있다.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지금까지 검단탑병원 직원의 자녀들에게 자신의 부모가 탑병원에 다니는 것은 상당한 자부심이었다. 그런데 메르스 사태 이후 그 아이들은 병원 직원의 자녀라는 이유만으로 학교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듣거나 학급 안에서 왕따를 당하는 등 오염원, 감염원 취급을 받았다.

양성이 아님에도 직원들과 그들의 가족들의 존엄성이 다치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지역거점병원으로 주민의 피해를 막아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직원들에게도 피해를 주지 말자는 결정이었다. 그래서 과감하게 자발적으로 폐쇄하고 결과를 기다렸던 것이다.

17일 병원 폐쇄 이후 3일 만인 지난 19일 진료를 개시했다. 폐쇄 기간 동안 마음고생이 심했을 것 같다.

폐쇄 후 정말 바빴다. 외래 예약 환자는 물론 검사 예약, 검진 예약 등 모두 일일이 전화드려 취소했다. 폐쇄기간 중 새벽부터 대책회의의 연속이었던 만큼 직원들도 밤을 꼬박 새우면서 머리를 맞댔다. 심지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2주 동안 병원에서 안 나올 각오를 하고 짐을 다 싸서 병원에 투입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헤프닝이었지만 쓰나미급의 파장을 감당해야 할 것 같다. 병원 인근 아파트에는 지금도 출입금지 표식이 붙어 있다. 서구지역 주민의 막연한 공포감과 불안이 해소됐으면 한다. 병원이 정상화되기 위해선 6개월 정도 걸릴 것 같다. 그러나 선제적 조치라는 선택이 틀렸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1차 발표 후 200여명의 입원환자 중 절반이 퇴원했다. 음성 발표 후 병실마다 회진을 돌면서 공식 결과를 알려드리고 병원을 믿고 남아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드렸다.

검단탑병원 인근 아파트 정문 모습.
이번 과정을 겪으면서 느낀 점이 적지 않을 것 같다.

병원 폐쇄 등의 선제 조치를 취한 병원 중 큰 병원은 검단탑병원 밖에 없다. 병원의 불이익을 감수하고 자진 폐쇄조치를 하면서 메르스 대응하는 병원이 하루 만에 재개하는 모범사례로 남을 것 같다. 이점을 국가들이 의사들에게 널리 알렸으면 좋겠다.

사태를 하루만에 정리해서 다시 문을 열었다는 것이 알려지면 감염병에 대한 신속한 대처라는 점에서 국가의 위신이 올라가고 병원이 당했던 주홍글씨도 빨리 지워질 것 같다.

검단탑병원은 국민 안심병원으로 지정돼 운영하고 있다. 개원가 일각에선 '안심병원'이라는 용어에 대한 불만도 있다.

인천광역시 내에는 대학병원 4개, 일반 종합병원 13개 있다. 안심병원은 누가 지정하는게 아니라 병원이 지원하는 거다. 검단탑병원 역시 자의적으로 열 환자를 보겠다고 한 지원한 것이지 국가의 특혜를 받아서 된 게 아니다.

병원을 보호하기 위해 열 환자를 안 보겠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대신 병원이 조금 더 조심하고 주의하면 된다.

조금 더 조심하고 주의하면 된다는 설명의 구체적 사례라면.

메르스를 예로 들자면 국내 최고 시설인 서울의 모 병원에서도 메르스 환자와 직접 접촉이 없던 환자와 방문자가 감염됐다. 대부분 증세가 심했던 환자가 머물렀던 공간에서 감염됐다. 환기 시설이 취약하거나 부족한 경우 메르스 확산의 주범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많은 병원들이 수익성과 투자비 등을 이유로 공조시스템 등의 환기시스템과 무균 및 살균 시스템 설치에 소극적인 것이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 검단탑병원은 준비된 병원이라고 할 수 있다. 바로 완벽한 전자동 공조시스템을 갖췄기 때문이다.

급기는 고성능 항균미디움 필터를 사용해 멸균처리하고 있으며 선별적 배기 시스템도 가동하고 있다. 특히 수술실과 중환자실, 음압병실 등에 대해선 헤파필터(HEPA Filter)를 통해 완전무균시스템을 운영 중에 있다.

이 밖에 ▲병실별 공기가 서로 섞이지 않는 완전 개별 공조시스템 ▲정기적 공기질 측정 ▲주기적 필터 교체 등을 가동하고 있다.

병실 내부의 압력을 낮춰 공기가 외부로 유출되지 않는 음압병상은 중환자실 3병상과 일반병상 2병상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안심병원을 신청하면서 폐렴환자 전용 엘리베이터까지 만들었다. 그런 자신감이 있었다.

보호장구에 대해서도 철저히 준비했다. 다들 마스크가 모자라다고 하는데 건단탑병원은 선별진료소를 시작하면서 마스크를 2만개나 구입했다. 인근 대형병원에서 마스크를 빌려달라고 할 정도였다. N95 마스크도 직원들이 충분히 쓸 정도를 갖춘 상태였다.

앞서 '진짜병원'을 추구한다고 설명했다. '진짜병원'이란 무엇인가.

어느 병원이건 슬로건 및 미션을 보면 환자 중심의 병원이라고 한다. 그런데 환자와 직원들이 가진 인간의 존엄성은 똑같다. 직위를 무기로 힘으로 누르면 안 된다. 업무와 관련해선 지시에 따라야 하지만 일을 벗어나서는 청소아줌마나 원장이나 존엄성의 무게는 한치의 차이도 나지 않는다. 그게 실천이 돼야 인간 중심의 병원이다.

인간중심의 문화가 병원 자체 내 직원들 사이에서 이뤄져야 환자에게 가기 때문이다. 병원 직원들이 상처받으면서 어떻게 환자를 위한 병원이 되겠나.

환자를 위한 하드웨어가 돼 있어야 한다. 환자에게 인사만 잘하는 병원은 환자 중심의 병원이 아니다. 인사 잘하고 웃으며 대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이고 당연한 것이다. 진짜 환자를 보려면 환자를 위한 하드웨어적 시스템이 뒷받침 돼야 한다.

의료진의 실력도 무시할 순 없다. 일정 실력 이상의 의사들이 있어야 보다 적절하고 효과적이면서 안전하게 진료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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