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2주년에 부쳐…국민-의사 간 신뢰 형성의 새 기회
|메디칼타임즈 편집국| 메디칼타임즈가 창간 12주년을 맞았다. 그러나 메르스로 온 나라가 고통과 신음에 휩싸여 있는 지금 자축의 기쁨보다 보건의료 전문 언론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이 앞선다. 메르스 사태 40여일 동안 우리는 많은 것을 잃었다. 국가는 허술한 방역체계와 늑장 대처로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잃었고 국민은 거대한 공포 앞에서 무력하기만 했다. 일부는 생명을 잃었다. 의료계도 마찬가지다. 메르스 최전선에서 환자를 치료하던 의료인이 쓰러졌고, 메르스가 스친 의료기관은 환자들의 발길이 끊겨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해있다.
한편으로는 메르스는 국민-의사 간 신뢰와 관계에 있어서 새로운 전환을 위한 계기를 제공했다. 의사란 '의술과 약으로 병을 치료ㆍ진찰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갖고 있다. 일반적으로 지금까지 의사를 바라보는 국민의 인식은 부정적 측면도 적지 않았다. 의사-제약사 간 불법 리베이트 문제, 진료실 안에서의 비윤리적 범죄 등은 의사에 대한 대표 이미지로 인식되고 있다.
병을 치료ㆍ진찰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에 대한 인식이 왜 이렇게 됐을까. 인간은 자신의 인식으로부터 대상을 바라본다. 그렇게 형성된 대상은 인식주체 만의 이미지로 굳어진다. 대상을 그대로의 모습으로 각인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인식과 이해라는 렌즈를 통해 새로운 색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개인의 문제만이 아니다. 공통된 이해관계를 가진 집단의 구성원들 역시 이같은 구도로 다른 집단을 인식한다. 환자의 확장된 집단으로 볼 수 있는 국민이 의사 집단을 바라보는 프레임 역시 이와 궤를 같이 한다.
의사와 환자 사이의 관계에 있어 늘 걸림돌이 되는 것이 '정보의 비대칭성'이다. 진료실안에서 의사는 정보에 있어 우월한 존재다. 그 정보는 거시적이면서도 미시적이다. 전문 영역이기 때문이다. 정보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순 있지만 고도의 전문적 정보에 한해 의사가 가지고 있는 정보를 환자에게 100% 전달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작업이다. 그러다보니 환자 입장에선 충분한 설명이 아쉽다. 의사 입장에선 충분한 설명을 위한 제도적 여건이 아쉽기만 하다. 원론적으로 의사는 충분한 설명을 하고 환자는 의사의 정보를 신뢰해야 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지금의 의사-환자의 관계는 빨리 많이 진료해야 먹고 살 수 있는 제도가 낳은 기형적 관계인 셈이다. 진료실에서부터 부정적으로 인식된 의사의 이미지는 확장된 집단에게도 같은 모습, 같은 색으로 인식된다.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환자들이, 국민이 의사를 응원하는 문화가 생겼다. 의료진들은 국민이 근처에도 가기 두려워하는 그 병원 안에서 공기가 통하지 않는 레벨 D방호복을 입고, 그 위에 비닐옷을 한겹 더 입고, 고글을 쓰고, N95마스크를 착용하고, 손에는 두겹 세겹의 의료용 장갑을 끼고 메르스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수시로 변하는 환자 상태를 살피려면 제시간에 화장실과 식사는 커녕 잠 자는 것마저 포기해야 한다. 일주일에 3번은 병원에서 자고 그나마 수면 시간은 2~5시간에 불과하다. 그러다 끝내 자신마저 감염돼 쓰러지는 것이 현재 메르스 전선에서 싸우고 있는 의료진의 모습이다. 그 숭고한 헌신을 환자가, 국민이 이해하고 감사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변화가 지금까지 가져왔던 의사에 대한 대표적 인식의 변화는 아니라는 점이다. 메르스라는 거대한 대상 앞에서 의사와 국민이 일시적으로 그 목적을 같이 하는 집단이 됐기 때문에 가능한 변화인 셈이다. 메르스 퇴치를 위한 의사들의 노력과 메르스로부터 생명을 지키고 싶은 국민의 바람이 일치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노력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목숨을 내걸고 해야하는 작업이라는 점에서 높게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어쨌든 기존 의사의 부정적 이미지를 지우는 원시적(原始的) 인식의 변화는 아니더라도 국민-의사 간 신뢰 형성의 새 기회가 마련됐다는 점은 충분히 의미있다.
인식의 주체가 타자에 대한 자신의 인식이 올바르다고 믿는 것만큼 위험한 것도 없다. 하지만 대상을 순수한 대상으로 모습으로 바라보고 이해한다면 인식의 주체와 대상의 관계는 확장 발전할 것이다. 현재 의료제도가 가지고 있는 한계 안에서 기존의 의사에 대한 인식을 뒤짚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메르스 사태를 통해 나타난 의사에 대한 인식의 작은 변화는 앞으로의 발전을 가늠하기 충분하다. 다소 여파가 줄었다고는 하나 아직 끝나지 않은 메르스 정국에서 안심은 이르지만 난리 속에서 어렵게 피워올린 작은 불꽃을 소중하게 지켜 크고 환한 불꽃으로 키워나가길 바란다. 창간 12주년을 맞은 메디칼타임즈 역시 이 지점에서 전문언론의 사명을 다하고자 한다.
한편으로는 메르스는 국민-의사 간 신뢰와 관계에 있어서 새로운 전환을 위한 계기를 제공했다. 의사란 '의술과 약으로 병을 치료ㆍ진찰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갖고 있다. 일반적으로 지금까지 의사를 바라보는 국민의 인식은 부정적 측면도 적지 않았다. 의사-제약사 간 불법 리베이트 문제, 진료실 안에서의 비윤리적 범죄 등은 의사에 대한 대표 이미지로 인식되고 있다.
병을 치료ㆍ진찰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에 대한 인식이 왜 이렇게 됐을까. 인간은 자신의 인식으로부터 대상을 바라본다. 그렇게 형성된 대상은 인식주체 만의 이미지로 굳어진다. 대상을 그대로의 모습으로 각인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인식과 이해라는 렌즈를 통해 새로운 색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개인의 문제만이 아니다. 공통된 이해관계를 가진 집단의 구성원들 역시 이같은 구도로 다른 집단을 인식한다. 환자의 확장된 집단으로 볼 수 있는 국민이 의사 집단을 바라보는 프레임 역시 이와 궤를 같이 한다.
의사와 환자 사이의 관계에 있어 늘 걸림돌이 되는 것이 '정보의 비대칭성'이다. 진료실안에서 의사는 정보에 있어 우월한 존재다. 그 정보는 거시적이면서도 미시적이다. 전문 영역이기 때문이다. 정보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순 있지만 고도의 전문적 정보에 한해 의사가 가지고 있는 정보를 환자에게 100% 전달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작업이다. 그러다보니 환자 입장에선 충분한 설명이 아쉽다. 의사 입장에선 충분한 설명을 위한 제도적 여건이 아쉽기만 하다. 원론적으로 의사는 충분한 설명을 하고 환자는 의사의 정보를 신뢰해야 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지금의 의사-환자의 관계는 빨리 많이 진료해야 먹고 살 수 있는 제도가 낳은 기형적 관계인 셈이다. 진료실에서부터 부정적으로 인식된 의사의 이미지는 확장된 집단에게도 같은 모습, 같은 색으로 인식된다.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환자들이, 국민이 의사를 응원하는 문화가 생겼다. 의료진들은 국민이 근처에도 가기 두려워하는 그 병원 안에서 공기가 통하지 않는 레벨 D방호복을 입고, 그 위에 비닐옷을 한겹 더 입고, 고글을 쓰고, N95마스크를 착용하고, 손에는 두겹 세겹의 의료용 장갑을 끼고 메르스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수시로 변하는 환자 상태를 살피려면 제시간에 화장실과 식사는 커녕 잠 자는 것마저 포기해야 한다. 일주일에 3번은 병원에서 자고 그나마 수면 시간은 2~5시간에 불과하다. 그러다 끝내 자신마저 감염돼 쓰러지는 것이 현재 메르스 전선에서 싸우고 있는 의료진의 모습이다. 그 숭고한 헌신을 환자가, 국민이 이해하고 감사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변화가 지금까지 가져왔던 의사에 대한 대표적 인식의 변화는 아니라는 점이다. 메르스라는 거대한 대상 앞에서 의사와 국민이 일시적으로 그 목적을 같이 하는 집단이 됐기 때문에 가능한 변화인 셈이다. 메르스 퇴치를 위한 의사들의 노력과 메르스로부터 생명을 지키고 싶은 국민의 바람이 일치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노력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목숨을 내걸고 해야하는 작업이라는 점에서 높게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어쨌든 기존 의사의 부정적 이미지를 지우는 원시적(原始的) 인식의 변화는 아니더라도 국민-의사 간 신뢰 형성의 새 기회가 마련됐다는 점은 충분히 의미있다.
인식의 주체가 타자에 대한 자신의 인식이 올바르다고 믿는 것만큼 위험한 것도 없다. 하지만 대상을 순수한 대상으로 모습으로 바라보고 이해한다면 인식의 주체와 대상의 관계는 확장 발전할 것이다. 현재 의료제도가 가지고 있는 한계 안에서 기존의 의사에 대한 인식을 뒤짚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메르스 사태를 통해 나타난 의사에 대한 인식의 작은 변화는 앞으로의 발전을 가늠하기 충분하다. 다소 여파가 줄었다고는 하나 아직 끝나지 않은 메르스 정국에서 안심은 이르지만 난리 속에서 어렵게 피워올린 작은 불꽃을 소중하게 지켜 크고 환한 불꽃으로 키워나가길 바란다. 창간 12주년을 맞은 메디칼타임즈 역시 이 지점에서 전문언론의 사명을 다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