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차관과 차 한잔 중요한 이유

이창진
발행날짜: 2015-07-31 05:50:21
"장차관 간담회는 고사하고, 차 한 잔 마실 기회조차 없다."

보건복지부 세종청사를 출입하는 전문 언론 기자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생각이다.

과거에는 어땠을까.

불과 몇 년 전 MB 정부 시절만 해도 장차관이 계동청사 기자실을 방문해 보건복지 정책 궁금증에 답하거나, 오히려 현장 반응을 묻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당시 장차관은 일간지와 전문 언론 구분 없이 기자들의 질문에 알고 있는 범위 내에서 진솔하게 답변했다. 부족할 경우 해당 국장과 과장에게 자료를 제공하라고 지시했다.

모 차관의 경우, 기자에게 비서관을 통해 집무실에 방문해줄 것을 요청해 차 한 잔 하면서 의료계 내부 현안과 의료정책 방향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기도 했다.

당시 장차관들은 정부와 국민, 의료계를 이어주는 연결고리인 언론의 중요성을 인지한 셈이다.

복지가 노인과 장애인, 취약 층에 나눠주는 정책이라면, 보건의료는 국민이 낸 건강보험 재정을 여러 직역 공급자가 나눠 갖는 정책으로 수가 통제기전에서 갈등과 불신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언론에서 보건의료 정책을 어느 시각에서 보느냐에 따라 보도 내용이 180도 달라질 수 있다.

일례로, 건강보험 수가기준 조항 하나 개정으로 대중에게 이득인 반면 공급자에게 고통으로, 의원급에 이득은 대형병원에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기자들 사이에서 ‘복지부 보도자료는 뒤집어쓰는 게 정답이다’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복지부도 새로운 보건의료 정책이 최선이며 100% 실효성을 지녔다고 장담하긴 어렵다. 경우에 따라 여론과 국회, 청와대에 밀려 급조하거나 땜질한 정책도 적지 않다.

정무직인 장차관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이다.

실국장과 과장이 보건의료 정책 핵심 라인이나 최종 결정은 장차관 손에 달렸다.

정책 목적과 다른 현장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반복된다면 귀를 기울이고 어떻게 된 영문인지 자초지종을 들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장옥주 차관이 지난 29일 보여준 모습은 인상이 깊다.

공식적인 간담회는 아니나 보건복지부 전문기자협의회 기자들과 차관실에서 차 한 잔을 하면서 메르스 사태에서 느낀 점을 진솔하게 피력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나 법안소위에서 말을 아낄 수밖에 없는 이유와 함께 메르스 사태에서 보여준 의료인들의 헌신에 감사의 뜻을 표하고, 손실보상을 위한 추경 예산이 부족하면 추가 예비비 확보에 노력하겠다는 소신을 분명히 했다.

차가운 얼음공주로 인식된 그의 얼굴에서 온기가 느껴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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