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같은 추무진 회장, 취임 100일이 100년 같았다"

발행날짜: 2015-08-08 05:58:54
  • 의료계 이구동성 "낙제점 면하기 어려워…결단있는 리더십 보여달라"

대한의사협회 추무진 회장 취임 후 100일. 38대 보궐선거 회장이라는 꼬리표를 떼는데는 성공했지만 결코 '화려한 컴백'은 아니었다.

취임 직후 터진 이진석 실장 기용 문제부터 35번 메르스 동료 의사 관련 대국민 사과, 회원들의 의협 회관 앞 철야 시위 등 끊임없는 잡음이 꼬리에 꼬리를 문 까닭이다.

다수의 의료계 관계자에 따르면 추 회장에 대한 평가는 후하지 못했다. 규제 기요틴과 메르스 사태까지 대외적인 사안에서도 실질적인 결과물 도출에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의료계는 취임 후 100일간의 행보가 향후 3년간 반복될 것이라며 지도자로서의 강한 리더십과 소통, 행동력을 보여줄 것을 주문하고 있다.

취임 후부터 '롤러코스터 정국'

5월 1일 취임한 추무진 회장이 8월 8일을 기해 취임 100일을 맞았다. 취임 후 상황은 말 그대로 '롤러코스터 정국'이었다.

추 회장의 취임 일성은 "의사와 국민이 하나 되는 의료제도를 만들자"였다. 이때부터 상황이 꼬이기 시작했다.

좌파 꼬리표가 붙은 이진석 교수를 의료정책연구실장에 기용했다는 비판이 나오자 추무진 회장은 "의협은 의사의 권익을 지키는 이익단체이면서 동시에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공익단체다. 이 둘의 절충점을 찾기위해 전략적으로 이진석 교수를 영입했다"고 해명했다.

의료계는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평의사회 주도로 "최단명 회장을 만들겠다"는 날선 반응이 나온 것도 이때부터다. 하지만 추 회장이 입을 꾹 닫으면서 불신임이 거론되는 등 불통 인사 논란에 기름을 부은 셈이 됐다.

리베이트 쌍벌제 행정처분과 규제 기요틴, 원격의료 시범사업 결과 공개 등 현안이 산적한 마당에 의협이 네팔 지진 피해 구호 활동 등 공익단체의 성격을 부각하자 회원이 의협 회관에서 시위를 하는 등 격앙 수준의 반응이 나타났다.

특히 정부의 규제기요틴 정책 추진을 둘러싸고 의협이 대정부 투쟁보다 국민 계몽 성격의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회원들 사이에서 "또 다시 공익단체 망령에 시달리는 것 아니느냐"는 말이 나오기까지 했다.

선거운동 기간에 보여준 단식투쟁과 복지부 항의방문 등 이익단체 수장에 부합하는 모습이 사라지고 교수 혹은 선비형 스타일로 변모했다는 게 의료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메르스 사태에서도 헛발질은 계속됐다.

추무진 회장이 35번 메르스 확진 동료의사를 두고 대국민 사과를 하는 촌극에 이어 청와대가 소집한 메르스 관련 긴급 상황점검 회의에 의협이 배제되면서 전문가 단체로서의 위상마저 흔들렸다.

이후 회원들의 두 번째 의협 회관 앞 시위까지 모든 일이 불과 100일 안에 벌어졌다. 회장뿐 아니라 회원들까지 롤러코스터를 탄 셈. 공익단체, 이익단체, 전문가단체의 역할 중에서 어느 것 하나 박수를 쳐 줄 수 없다는 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100일이 100년 같다"…피로감 호소하는 회원들

추무진 회장을 둘러싼 의료계의 평가는 어떨까. 냉정하지만 지금까지 활동에 비춰보면 낙제점을 면하기 어렵다는 게 다수의 생각이다.

추무진 회장이 가진 '선비형' 스타일의 근본적인 한계가 위기 상황에서는 여실히 단점으로 부각된다는 지적이다.

모 시도의사회 임원은 "추무진 회장 장점은 남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준다는 것이다"며 "단점 역시 남의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는 것이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공정위 과징금 5억원을 빨리 납부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지만 추 회장은 결단을 못내렸고 결국 3700만원의 이자 비용까지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며 "어차피 과징금을 내는 것이 상임위에서 의결이 됐으면 추진해야 하는데 눈치를 너무 많이 살핀다"고 지적했다.

그는 "추 회장은 좋게 말하면 선비 스타일로, 평화시에는 좋은 지도자가 될 수 있지만 싸워야 하는 위기 상황에는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며 "추 회장의 재선을 두고 최선이나 차선을 넘어 차악이 당선됐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근본 원인을 잘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전 37대 집행부 관계자는 "이진석 실장 사태를 보면서 고집이 굉장히 센 회장이라는 생각을 했다"며 "다르게 보면 결단을 내려야 할 때 책임을 자꾸 회피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다.

그는 "지도자에게 필요한 자질은 소통과 리더십인데 추 회장은 사람들과 소통하며 큰 구상을 계획하고, 그 구상에 맞게 다른 사람들을 설득, 참여하게 하는 스타일은 아닌 것 같다"며 "박력은 고사하고 휘둘리지 않는 결단력 있는 행동만이라도 봤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당선 전에는 단식 투쟁도 했지만 메르스 사태에서는 그런 모습을 보지 못했다"며 "회원들이 원하는 것은 보상금을 반드시 받아내라는 게 아니라 회장이 회원들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악도 쓰고 욕도하는 그런 모습이다"고 덧붙였다.

대의원회 관계자 역시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대의원회 관계자는 "보궐에 이어 재선이기 때문에 이제는 뭔가 바뀔 것이라고 기대를 했지만 그 기대감이 실망감 내지 절망감으로 바뀌었다"며 "부지런한 것은 인정하지만 그 이상은 없다"고 평가절하했다.

그는 "회장은 대외활동에서 협회를 대변하는 소신있는 발언으로 강한 임팩트를 남겨야 하는데 추무진 회장은 그저 여러 행사에 불려다닌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원격의료과 규제기요틴 저지, 메르스 피해 보상까지 확실히 얻어낸 성과가 없지 않냐"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메르스가 사회적인 이슈가 된 상황에서 의료계의 위상을 높일 절호의 찬스를 놓친 것 같다"며 "매스컴을 봐도 노환규 전 의협 회장이 더 많이 나왔지 현 의협 회장은 얼굴을 보기가 어려웠다"고 밝혔다.

반면 모 시도의사회 회장은 "추무진 회장을 둘러싼 안 좋은 소리가 많다는 걸 알지만 그 진정성 만큼은 의심해선 안된다"며 "취임 100일이 지났다는 점에서 비판보다는 격려를 해 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회원들을 위해 하는 일련의 회무들을 다 공개할 수 없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며 "의정합의를 재개하기 위해 복지부와 물밑접촉을 하는 등 노력하는 부분이 있으니 믿고 응원과 격려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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