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가 인상 주장은 의사회만 한다? 대한투석협회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다.

13년간 고정된 혈액투석 수가가 지난해 일부 인상된 것을 두고 오히려 환자들이 나서서 수가를 더 인상해야 한다는 '이상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6일 대한투석협회는 서울 디큐브시티 6층에서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혈액투석 수가 인상 등 현안에 대해 공개했다.

투석협회 김성남 총무이사는 "의료급여환자의 경우 투석 비용이 건강보험에서 지출되지 않고 국가재정에서 지출된다"며 "정부가 투석 1회당 비용을 고정함으로써 매년 묶여있다"고 밝혔다.

김성남 총무이사는 "모든 의료행위 수가는 건강보험 수가에 준하게 돼 있지만 의료급여 환자는 1회 투석 비용으로 14만 6200원으로 한정돼 있다"며 "이것도 13년만에 인상된 것이다"고 지적했다.

2000년대부터 2013년까지 의료급여 환자의 투석 비용은 13만 6000원. 최소 물가인상률조차 무시된 채 13년간 고정돼 있어 지난해 1만 200원 인상으로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는 것이다.

김 총무이사는 "심지어 복지부가 심사평가원을 통해 원가분석을 했을 때도 최소 2만원을 올려야 한다고 했다"며 "기재부가 다 받아들여주지 않고 1만 200원만 인상해 현행 14만 6200원이 됐다"고 밝혔다.

그는 "하지만 13년간 수가가 묶여있었던 것을 보면 이번 인상이 향후 13년간 또 묶이지 말란 법이 없다"며 "학회에서는 물가인상률과 연동해야 한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반 건강보험 환자의 투석 비용은 17만원 선. 흥미로운 점은 의료급여환자들이 급여환자와 일반 건보 환자간 투석 비용의 차이가 진료의 차별을 조장할 수 있다며 비용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이사는 "수가 인상 주장이 나오면 의료계의 기득권이나 밥그릇 싸움 아니냐고 시선을 보내지만 투석 비용 인상은 그것과는 다르다"며 "오죽하면 수가 인상에 대해 줄곧 반대를 하던 모 장애인단체가 투석 수가만큼은 건보 환자와 동일하게 해달라는 이의 제기를 하겠냐"고 항변했다.

그는 "많은 의사들이 건보와 의료급여 환자를 차별하지 않는데도 장애인단체는 환자의 건강권 확보를 위해 수가를 동등하게 올려달라는 주장을 한다"며 "환자들의 자격지심 때문에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수가가 지나치게 낮다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실제로 일부 의료기관에서 건보환자에 비해 이익이 안되는 급여환자의 투석을 기피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라도 투석 수가의 물가인상률 연동이나 급여환자와 건보환자의 수가 평준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