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이 정부출연기관에 비급여 자료 전달? 의료계 '충격'

발행날짜: 2015-10-16 05:15:11
  • "의협, 보사연 제출용 자료 취합 부적절…해당 자료 폐기해야"

의사협회가 시도의사회, 각과 개원의협의회에 비급여 자료를 취합해 달라는 문서를 보내자 의료계가 발칵 뒤집혔다.

의협이 보건사회연구원에 넘길 비급여 자료를 직접 취합하는 것으로 알려지자 의료계는 해당 자료는 영업기밀과도 같다며 의협의 행태에 비판의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최근 의협은 노인독감 무료예방접종 사업 원가 산정을 위한 협조 요청 문서를 시도의사회, 각과 개원의협의회에 발송했다.

해당 문서는 현행 1만 2000원으로 책정된 노인 독감 예방접종비를 인상하기 위한 원가 산출 근거 마련의 일환으로 비급여 자료를 취합해 달라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여기에 자료의 신빙성을 위해 세무신고 확인용 위임장까지 곁들여 제출해 줄 것을 요구했다.

문제는 비급여 취합 자료가 보건사회연구원의 접종비 원가 산정 연구용역에 사용된다는 점.

이 때문에 자료 제출 요청을 받은 일부 시도의사회는 "의협 명의로 문서까지 보내며 정부에 비급여 자료를 노출시키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모 시도의사회 회장은 "의협이 문서를 보내 비급여 내역 등 원가 산출 자료를 제출할 5명을 차출해 달라고 했다"며 "해당 내용은 결국 의협이 나서서 의사들의 비급여 정보를 보사연에 넘기겠다는 것 아니냐"고 질타했다.

그는 "이사회 회의에서도 의협의 요청을 두고 난리가 났다"며 "보사연이 의료기관에 직접 협조 요청을 하면 의료기관이 알아서 판단할 텐데 의협이 직접 문서를 보낸 건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수가협상에서도 수가 인상을 빌미로 '비급여 내역 공개'를 부대조건으로 내세울 정도로 해당 자료 확보에 혈안이 된 상황을 고려하면 굳이 의협이 나서 비급여 자료라는 패를 꺼내 보일 필요가 없다는 소리다.

모 시도의사회 회장은 "비급여 자료는 회사로 치면 영업기밀과도 같아 함부로 공개할 수 없다"며 "그런데도 이를 보사연에 제공하면 마치 접종비가 인상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의협의 안일한 생각에 허탈한 생각마저 든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미 1만 8000원으로 결정된 소아 NIP를 근거로 노인독감 접종비의 인상을 주장해야지 비급여 자료를 내는 건 아예 칼을 쥐어주는 것과 같다"며 "원가 계산을 통해 만일 현행 1만 2000원의 접종비가 과다하다고 나오면 어떻게 할꺼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상임이사회를 통해 자료 제출 거부를 의결한 시도의사회를 포함, 3~4 곳의 시도의사회는 의협에 항의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협은 보사연의 자료 취합 요청 기한이 촉박하다는 점에서 협회 차원에서 주도적으로 개입할 수 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의협 관계자는 "7~8년 전에도 소아 NIP 사업을 위해 정부가 원가조사를 한 바 있다"며 "그 당시에는 질본이 100여곳의 의원에 직접 협조 공문을 보내 자료 취합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의료기관이 비협조로 일관해 의협이 전화로 협조 요청을 부탁한 것으로 안다"며 "이번에도 보사연이 직접 공문을 보낸다고 했지만 자료 취합이 어려울 것 같아 의협 이름으로 협조 문서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보사연은 10월까지 해당 자료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지만 추석 연휴까지 있어 자료 수집에 애로가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며 "조사 기간의 촉박함을 고려해 의협이 나선 것이다"고 해명했다.

그는 "물론 보사연과는 연구용역 이외의 용도에 사용하지 않겠다는 기밀 유지를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다"며 "일부 시도의사회에서 반발하는 것으로 알지만 정확한 원가산정을 위한 일이고 강제 사항이 아닌 만큼 이해해달라"고 당부했다.

의협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시도의사회는 물론 의협 내부의 반응도 싸늘하게 나타나고 있다.

시도의사회 관계자는 "의협 명의로 문서가 내려오면 의협이 활용할 자료라고 생각하지 결코 보사연에 넘길 자료라고는 생각치 못한다"며 "당장 취합 자료를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의협 관계자는 "(주무 이사가 단독으로 처리해) 의협 상임이사회에서도 보고되지 않은 건이라 내부에서도 잘 모르고 있던 일이다"며 "본인 역시 이번 일은 의협이 관여하지 말았어야 했다는 입장이다"고 덧붙였다.

의협은 120곳에 자료를 요청해 총 56개 기관에서 자료를 취합했지만 아직 보사연에 제공하지는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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