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적 수련환경 속 모두가 피해자…근본적인 문제해결 시급
|초점| 길병원 전공의 폭행 속에 가려진 팍팍한 의료현실
올해 국정감사에서 길병원 전공의 폭행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묻혀있던 수년전 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를 계기로 복지부는 해당 병원과 가해 전공의에 대한 수련자격 박탈 여부를 논의 중으로, 향후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3년전, 길병원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메디칼타임즈는 당시 길병원에 근무했던 전공의 등 의료진을 통해 이번 사건을 다시 들여다봤다.
숨 돌릴 틈 없는 수련환경...윗년차가 군기반장 악역
사건이 발생한 것은 2012년 가을부터 2013년 봄 즈음이다.
일찌감치 정형외과를 전공할 생각에 일명 '픽턴(전공의 미리 픽스하고 해당과 수련에 집중하는 인턴)'을 시작한 피해 전공의 A씨는 길병원 정형외과 최초의 여성 전공의로 주목을 받았다.
의료진 등 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교수들은 "정형외과의 힘든 수련환경을 버틸 수 있겠느냐"고 걱정했지만 A씨는 적극적으로 나서며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병원 측은 그를 위해 당직실을 마련해줬지만 원내 공간이 마땅치 않은 탓에 병원과 떨어진 곳으로 정해졌다. 늘 잠잘 시간이 부족했던 A씨는 여성 당직실보다 남성 전공의가 있는 원내 당직실을 사용하는 일이 잦았다.
게다가 살인적인 정형외과 수련 스케줄을 강행하다 보니 아침 컨퍼런스에 늦는 등 의도치 않았던 실수가 잦아졌고, 이 과정에서 윗년차 전공의 B씨와 갈등이 불거졌다.
이번 사건을 이해하려면 당시 병원의 상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당시 정형외과 전공의 정원은 각 연차별로 4명. 기본적으로 정형외과 전공의 상당수가 빡빡한 수술 스케줄을 감당하기 힘든 게 보통인데다가 응급실 환자가 많은 길병원 특성상 정형외과 전공의들은 숨 돌릴 틈도 없었다.
특히 응급실 환자가 많은 길병원 특성상 정형외과는 환자가 몰리기 때문에 전공의 업무강도가 높았다.
또한 당시 길병원 정형외과 1년차 전공의는 1달에 2번 오프 즉, 집에 갈 수 있었다. 2년차가 된 이후에야 1주일에 1번 정도 집에갈 여유(?)가 생긴다. 이는 상당수 수련병원의 현실이기도 하다.
이런 일도 있었다. 병원 측이 전공의 주80시간 설명회 자리에서 앞으로는 전공의 4년차는 물론 스텝 의료진도 당직에 적극 참여해줄 것을 당부하는 자리에서 정형외과 의료진들은 박장대소를 했다.
그들이 크게 웃은 이유는 간단했다. 전공의 주80시간 도입 이전이었음에도 이미 스텝 의료진까지 풀로 돌아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의국 내에서는 의료사고 혹은 환자 민원을 최소화하기 위해 윗년차들은 후배들에게 긴장감을 늦추지 않도록 챙기는데 폭행(폭언)이 벌어지는 일이 잦은 게 현실이다.
그나마 몇년 전 폭행으로 정형외과 전공의가 잇따라 나가면서 의국 차원에서 적극 개선에 나서면서 물리적 폭행은 사라졌다.
하지만 의국 내 군기반장 역할을 해왔던 B씨는 경각심을 주는 과정에서 감정을 추스리지 못한 채 폭언을 쏟아냈고 이는 정형외과 의사를 꿈꿨던 36세 전공의의 미래를 송두리채 흔들고 있다.
병원은 왜 이 사건은 그대로 방치했나
그럼 왜 병원은 이지경이 되도록 조용했을까.
결론부터 정리하면 가해 전공의 B씨가 가처분신청에 승소해 병원으로 돌아왔을 때 병원 측은 이의제기를 안하고 그를 받아들이자 A씨가 병원을 떠났다.
그리고 B씨는 코앞으로 다가온 전문의 시험을 치를 수 없을 가능성이 높다. 모두가 피해자가 된 지금의 이 상황은 열악한 수련환경을 개선할 여력도 의지도 없었던 병원과 정부가 만들어 낸 결말이다.
앞서 언급했듯 정형외과는 하루하루가 전쟁이다. 병원 측은 B씨를 해임했지만 부당청구소송에서 승소해 다시 병원으로 돌아온 그를 또 다시 거부하기엔 전공의 한명이 아쉬웠다.
마침 2년차 군기반장 역할을 했던 B씨가 해임 처분으로 한달간 비어 있던 만큼 다른 전공의들의 업무 로딩은 높아질 데로 높아져 있었다.
급한 불을 끄고 싶었던 병원 측은 재판을 통해 성추행 혐의는 없음이 밝혀졌고 폭행(폭언), 강요에 대한 부분은 앞서 해임 처분을 통해 징계조치를 했다고 자기합리화 하며 더이상 B씨를 문제삼지 않기로 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피해 전공의 A씨 또한 극구 말렸지만 그를 설득하진 못했다.
그리고 그렇게 끝날 줄 알았던 사건은 2년 후인 2015년 10월, 국정감사를 통해 이슈로 부각되면서 전공의 B씨에게 패널티 적용 여부를 논하고 있다.
당시 2년차 였던 전공의 B씨는 어느새 4년차가 됐지만, 그의 미래는 어느 때보다 불투명하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길병원 전공의 폭행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묻혀있던 수년전 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를 계기로 복지부는 해당 병원과 가해 전공의에 대한 수련자격 박탈 여부를 논의 중으로, 향후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3년전, 길병원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메디칼타임즈는 당시 길병원에 근무했던 전공의 등 의료진을 통해 이번 사건을 다시 들여다봤다.
숨 돌릴 틈 없는 수련환경...윗년차가 군기반장 악역
사건이 발생한 것은 2012년 가을부터 2013년 봄 즈음이다.
일찌감치 정형외과를 전공할 생각에 일명 '픽턴(전공의 미리 픽스하고 해당과 수련에 집중하는 인턴)'을 시작한 피해 전공의 A씨는 길병원 정형외과 최초의 여성 전공의로 주목을 받았다.
의료진 등 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교수들은 "정형외과의 힘든 수련환경을 버틸 수 있겠느냐"고 걱정했지만 A씨는 적극적으로 나서며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병원 측은 그를 위해 당직실을 마련해줬지만 원내 공간이 마땅치 않은 탓에 병원과 떨어진 곳으로 정해졌다. 늘 잠잘 시간이 부족했던 A씨는 여성 당직실보다 남성 전공의가 있는 원내 당직실을 사용하는 일이 잦았다.
게다가 살인적인 정형외과 수련 스케줄을 강행하다 보니 아침 컨퍼런스에 늦는 등 의도치 않았던 실수가 잦아졌고, 이 과정에서 윗년차 전공의 B씨와 갈등이 불거졌다.
이번 사건을 이해하려면 당시 병원의 상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당시 정형외과 전공의 정원은 각 연차별로 4명. 기본적으로 정형외과 전공의 상당수가 빡빡한 수술 스케줄을 감당하기 힘든 게 보통인데다가 응급실 환자가 많은 길병원 특성상 정형외과 전공의들은 숨 돌릴 틈도 없었다.
특히 응급실 환자가 많은 길병원 특성상 정형외과는 환자가 몰리기 때문에 전공의 업무강도가 높았다.
또한 당시 길병원 정형외과 1년차 전공의는 1달에 2번 오프 즉, 집에 갈 수 있었다. 2년차가 된 이후에야 1주일에 1번 정도 집에갈 여유(?)가 생긴다. 이는 상당수 수련병원의 현실이기도 하다.
이런 일도 있었다. 병원 측이 전공의 주80시간 설명회 자리에서 앞으로는 전공의 4년차는 물론 스텝 의료진도 당직에 적극 참여해줄 것을 당부하는 자리에서 정형외과 의료진들은 박장대소를 했다.
그들이 크게 웃은 이유는 간단했다. 전공의 주80시간 도입 이전이었음에도 이미 스텝 의료진까지 풀로 돌아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의국 내에서는 의료사고 혹은 환자 민원을 최소화하기 위해 윗년차들은 후배들에게 긴장감을 늦추지 않도록 챙기는데 폭행(폭언)이 벌어지는 일이 잦은 게 현실이다.
그나마 몇년 전 폭행으로 정형외과 전공의가 잇따라 나가면서 의국 차원에서 적극 개선에 나서면서 물리적 폭행은 사라졌다.
하지만 의국 내 군기반장 역할을 해왔던 B씨는 경각심을 주는 과정에서 감정을 추스리지 못한 채 폭언을 쏟아냈고 이는 정형외과 의사를 꿈꿨던 36세 전공의의 미래를 송두리채 흔들고 있다.
병원은 왜 이 사건은 그대로 방치했나
그럼 왜 병원은 이지경이 되도록 조용했을까.
결론부터 정리하면 가해 전공의 B씨가 가처분신청에 승소해 병원으로 돌아왔을 때 병원 측은 이의제기를 안하고 그를 받아들이자 A씨가 병원을 떠났다.
그리고 B씨는 코앞으로 다가온 전문의 시험을 치를 수 없을 가능성이 높다. 모두가 피해자가 된 지금의 이 상황은 열악한 수련환경을 개선할 여력도 의지도 없었던 병원과 정부가 만들어 낸 결말이다.
앞서 언급했듯 정형외과는 하루하루가 전쟁이다. 병원 측은 B씨를 해임했지만 부당청구소송에서 승소해 다시 병원으로 돌아온 그를 또 다시 거부하기엔 전공의 한명이 아쉬웠다.
마침 2년차 군기반장 역할을 했던 B씨가 해임 처분으로 한달간 비어 있던 만큼 다른 전공의들의 업무 로딩은 높아질 데로 높아져 있었다.
급한 불을 끄고 싶었던 병원 측은 재판을 통해 성추행 혐의는 없음이 밝혀졌고 폭행(폭언), 강요에 대한 부분은 앞서 해임 처분을 통해 징계조치를 했다고 자기합리화 하며 더이상 B씨를 문제삼지 않기로 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피해 전공의 A씨 또한 극구 말렸지만 그를 설득하진 못했다.
그리고 그렇게 끝날 줄 알았던 사건은 2년 후인 2015년 10월, 국정감사를 통해 이슈로 부각되면서 전공의 B씨에게 패널티 적용 여부를 논하고 있다.
당시 2년차 였던 전공의 B씨는 어느새 4년차가 됐지만, 그의 미래는 어느 때보다 불투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