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핵안심국가 실행계획, 근거도 방향도 모두 틀렸다"

손의식
발행날짜: 2016-03-29 08:56:26
  • 시민사회단체 "감염자 색출하려 부족한 근거로 집단강제 검진"

정부의 '결핵 안심국가 실행계획'은 결핵감염자를 색출하기 위해 부족한 근거로 집단적 강제검진 방식을 시행하는 반인권적이며 퇴행적인 방법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앞서 지난 24일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국가정책조정회의가 열린 자리에서 현재 OECD 최하위인 결핵 발병 지표를 2025년까지 선진국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 선제적 예방에 중점을 둔 '결핵 안심국가 실행계획'을 논의 확정했다.

이번 계획은 잠복결핵 단계에서부터 조기발견과 발병전 치료를 통해 결핵 발병을 근원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고교 1학년 학생과 만 40세를 대상으로 생애주기별 잠복결핵 검진 실시 ▲영유아시설 · 학교의 교직원, 의료기관 · 산후조리원 종사자, 징병검사에 잠복결핵검진을 의무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집단시설 내 결핵 전파를 차단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의 발표에 대해 건강세상네트워크를 비롯해 노동당건강위원회, 시민건강증진연구소 등 12개 시민 사회단체는 29일 성명서를 통해 "결핵감염자를 색출하기 위해 부족한 근거로 집단적 강제검진 방식을 시행해 반인권적이며 퇴행적인 방법을 선택한 정부 당국의 처지에 근심과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국내외 진료지침이 잠복결핵감염 전수조사를 권고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지난해 발표된 중/고소득 국가를 위한 세계보건기구의 잠복결핵감염 정책 권고는 서문에서 '잠복결핵감염에 대한 전수 검사와 치료는 실행할 수 있는 접근이 아님'을 명시하고 있다.

또, 2014년 발간된 결핵진료지침(개정판)에는 "잠복결핵감염 검사는 활동성 결핵환자와 접촉력이 있거나 결핵 발병의 위험성이 큰 면역저하 환자와 같이 결핵 발병의 위험성이 큰 경우에 한하여 시행한다"며 "병원에 입원하거나 입학 혹은 단체생활 전에 감염자를 찾기 위한 집단적 선별검사로 잠복결핵감염 검사를 시행하는 않는다"라고 명시돼 있다.

잠복결핵감염 검사의 정확성에 대한 의문, 상대적 고비용, 치료부작용으로 인한 위험-이득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전수조사가 비현실적이라는 주장도 내세웠다.

건강세상네트워크 등은 "잠복결핵감염은 결핵균에 감염됐지만, 증상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100명의 감염자 중 10명에서 평생에 걸쳐 결핵이 발병할 수 있다"며 "현재의 의학기술로는 10명을 찾아낼 방법이 없다. 따라서, 결핵환자에 접촉했거나 면역기능이 저하된 고위험군에 한해 잠복결핵감염의 검사와 치료를 권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검사의 정확도 문제와 더불어 전수검사 시에 추가되는 비용의 문제, 양성일 경우 치료 부작용 발생의 문제 등을 포함하면, 현실성 있는 정책으로 보기에 어렵다"고 지적했다.

잠복결핵감염 치료를 받는다고 해서 활동성 결핵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도 제기했다.

이들 단체는 "잠복결핵감염의 치료 후 완치 받더라도 재발병과 또 다른 환자로 부터의 신규감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세계보건기구의 지침에 따르면, 잠복결핵감염을 적절하게 치료 받더라도 치료효과는 약 60-90%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잠복결핵감염 치료완료 후에도 연령 증가에 따라 결핵 발병의 가능성과 새로운 결핵환자를 통한 재감염의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청소년 층이 고위험군이라는 주장은 틀렸다는 반론도 제기했다.

이들 단체는 "출생 후 결핵예방을 위한 BCG 접종의 효과는 성인기 까지 이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성인기 백신을 위한 연구개발이 국제적으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으나, 아직은 뚜렷한 성과가 없다"며 "즉, BCG 접종의 효과가 소멸하는 청소년기에 결핵 발생률이 소폭 증가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 현상이다"고 밝혔다.

이들은 "10~14세에 비하여 15~19세의 발생률 증가 폭이 가파르다는 이유로 해당 연령을 고위험군으로 지정한다면, 이 보다 발생률이 높은 20세 이상의 전 연령층이 고위험군이라는 이야기와 다르지 않다"고 비난했다.

이들 단체는 "잠복결핵감염균이 혹여 다제내성이나 광범위내성균이라면 현재의 잠복결핵감염 치료는 효과가 없다"며 "하지만 현재의 의학기술로 어떤 균주의 감염인지 확인할 방법은 없다. 마지막으로, 전수조사에 대한 객관적 근거가 없는 현재로서 전수조사와 치료는 임상시험에 준하는 정책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보건당국은 정책 수행 이전에 임상시험윤리위원회로부터 계획서를 승인받고, 참여자를 대상으로 설명과 동의 취득의 의무를 수행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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