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한 번에 500원" 이비인후과 이색 기부 '눈길'

박양명
발행날짜: 2016-05-06 05:00:57
  • 이비인후과의사회 "의료계의 탐스슈즈, 의사만이 할 수 있는 기부"

신발 한 켤레를 소비자가 살 때마다 다른 한 켤레를 개발도상국 어린이에게 기부한다. 성공한 사회적 기업의 대명사인 탐스슈즈 이야기다.

의료계에 탐스슈즈의 방식을 '백신'에 그대로 대입해 기부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 단체가 있다.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가 주인공이다.

이비인후과의사회의
기부 방식은 간단하다. 어떤 종류의 백신이든 환자에게 한 번 접종할 때마다 약 500원씩 기부하면 된다. 기부금은 국제백신연구소(International Vaccine Institute, IVI)에 전달될 예정이다.

IVI는 백신 디자인부터 개발, 백신이 가장 필요한 현장에 적용 등 백신 관련 전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저가 경구용 콜레라 백신을 개발해 3만원 정도였던 콜레라 백신을 가격을 1800원 수준까지 떨어뜨렸다.

500원이라는 기부금도 콜레라 백신 가격을 3으로 나눈 금액에서 책정된 것이다. 그래서 캠페인 이름도 'One for Three'다.

김수경 사회이사
이처럼 색다른 사회 공헌 아이디어의 중심에는 이비인후과의사회 김수경 사회이사(수이비인후과)가 있었다.

김 이사는 "사회이사인만큼 사회와의 소통 문제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며 "의료 봉사활동을 많이들 하지만 전국민 의료보험이 된 이후로 크게 보람을 느낄 수 없는 부분이 됐다. 의사회가 어떤 사회 공헌 활동을 하면 좋을까 고민하던 중 한 회원에게 탐스슈즈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백신을 통한 기부는 의사들만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올해 초 상임이사회에서 제안해 일사천리로 결정짓고 3월부터 백신 기부 캠페인 홍보를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김 이사에 따르면 홍보를 시작한지 두달 만에 88개 의원이 기부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다.

이비인후과의사회는 더 많은 회원 참여를 이끌어 내기 위해 6일 IVI와 MOU를 맺는 등 홍보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김수경 이사는 "두 달 동안 서울경인지역 이비인후과 심포지엄 중심으로 홍보하고, 지난달부터 홈페이지에도 공지를 했다"며 "의사회원이 2000명이 넘으니 절반만 참여해도 클 테지만 단기적으로 100명을 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IVI는 이미 병원 내에 게시할 수 있도록 홍보 포스터도 제작, 지원하고 있는 상황.

이비인후과의사회는 홍보 포스터 제작 외에도 각 지회 심포지엄에서 기부 캠페인에 대한 발표 시간을 따로 가질 예정이다.

김 이사는 이번 기부 캠페인으로 의사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차가운 시선이 보다 따뜻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했다.

그는 "우리나라 국민 중 기부를 하고 있는 사람은 30%도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최근 나간 이화여대 의대 출신 개원의 모임에서 90% 이상이 기부를 하고 있었다. 개인적 조사이긴 하지만 굉장히 많은 의사들이 기부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의사 집단이 나름 자신의 영역에서 성실하게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는데도 불구하고 의사를 바라보는 국민 인식은 좋지 않다"며 "의사도 이런 따뜻한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국민이 알게 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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