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으로 눈 돌리는 젊은 의사들 "도피 아닌 현실 직시"
"동료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개원도, 봉직도 상황이 너무 안 좋다고 합니다. 앞으로 좋아질만한 요소가 없습니다. 제도가 하루가 다르게 바뀌어 앞으로를 예측할 수가 없습니다."
공보의 3년차 홍문기 씨(33, 국립재활원)는 4~5년 안으로 우리나라를 떠나 일본에서 제2의 삶을 시작할 계획이다.
우리나라 의료제도에 염증을 느꼈기 때문이다.
일본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일본어능력시험(JLPT) 1급, 서류접수, 일본어진료능력조사시험, 일본 의사 국가시험 등 4가지 단계를 거쳐야 한다.
홍 씨가 일본의사국시를 준비한 시간은 넉넉잡아 약 2년. 올해 1월 의사국시 합격증을 받아들었다.
"히라가나, 가타카나를 읽을 수만 있는 상황에서 JLPT 1급을 따는 과정이 제일 힘들었습니다. 일본 드라나마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일본어 공부를 했습니다. 의사 국시는 일본어를 몰라도 한자만 읽을 수 있으면 풀 수 있을 정도입니다. 의학 용어 대부분이 한자어이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타국에서 의사 생활을 하려고 한다면 미국보다는 일본이 더 매력적이라고 홍 씨는 강조했다.
"보통 해외라고 하면 미국을 많이 생각하는데 인종차별이나 문화적 장벽 등 난관이 많습니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의료정책 변동도 거의 없다. 제도하나를 바꾸는데 충분한 논의를 거쳐 수년이 걸린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신전문의 제도도 10년 전부터 얘기되던 것이었죠. 몇개월에 한번씩 바뀌는 우리나라와는 엄연히 다릅니다."
홍 씨는 최근 들어 부쩍 해외로 눈을 돌리는 젊은 의사가 늘고 있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일본의사국시 관련 강의를 할 때면 불과 2~3년 전만 해도 듣는 사람이 20~30명 수준이었는데 최근에는 100명 이상이 들으러 온다"며 "직접 운영하고 있는 온라인 카페에도 회원가입과 상담 건수가 늘었고, 매일 2~3통씩의 이메일도 받고 있다"고 현실을 설명했다.
이어 "개원의, 봉직의, 의대생, 학부모 등 관심 범위도 넓다. 특히 갓 개원한 20대 후반~30대 초반 젊은 의사들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의료분쟁조정 자동개시법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관심도는 더 높아졌다"고 말했다.
심지어 자식을 의대에 진학케한 것을 너무 후회한다며 자식이 먹고 살길을 찾아주고 싶다는 의사 학부모의 상담 요청도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이 같은 현상은 최근 대한공중보건의협의회와 대한전공의협의회가 개최한 일본의사국시(JMLE), 미국의사국시(USMLE) 준비 설명회에서도 나타났다.
해마다 수십명에 불과했던 참가자 수가 200여명으로 급증했으며 이 중 의대생만 63명이었다. 공보의와 전공의가 아닌 전문의와 일반의도 각각 3명씩 참석해 설명을 들었다.
대전협 송명제 회장은 이 날 "젊은 의사가 해외 의사국시에 관심이 많은데 무슨 뜻인지 보건당국과 의료계는 생각해봐야 하는 부분"이라고 꼬집었다.
홍 씨도 "개원을 하면 적어도 10년은 해야 하는데 앞으로 의료정책을 예측할 수가 없는데다 좋아질만한 요인 자체가 없다"며 "돈의 문제가 아니다. 의사라는 자긍심을 느끼기가 어려운 현실 "이라고 토로했다.
홍 씨가 우리나라 의료제도에 염증을 느껴 일본으로 눈을 돌렸다면 서동경 씨(30)는 조금 다르다. 일본 중에서도 '홋카이도'가 좋다는 이유만으로 일본의사국시에 도전했다.
그는 공보의를 하던 중인 2013년 일본의사국시를 합격했다. 그리고 삼성서울병원에서 인턴을 한 후 현재 삿포로 도쿠슈카이병원에서 초기 연수의 2년차 과정을 밟고 있다.
서 씨가 일본의사국시를 준비할 때만 해도 관련 정보가 희박했던 상황.
그는 "혼자서 준비하고 공부를 하는 과정이 힘들었다"며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일본의사국시를 준비한다고 하면 괴짜 같고, 유난 떤다는 시선이 있었다. 그런 시선들이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일본에서 초기연수의 과정은 우리나라의 레지던트 과정과 비슷하다. 서 씨는 현재 정형외과에서 수련을 받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는 수련의에게 주어진 일이 있고 그것을 해내야 한다면 일본은 초기연수의를 한 명의 의사라기 보다 교육 대상으로 본다"며 "집중적으로 교육해서 의사를 만드는 과정이라서 많이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좋은 의사로 성장할 수 있는 길을 찾고 있다고 했다.
서동경 씨는 "우리나라, 다른 나라라고 구분 짓지 말고 동부 아시아에 있는 한 병원에서 의사가 환자를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좋은 의사로 성장할 수 있는 길이 있다면 우리나라에서 꼭 취직해야 한다는 국가에 대한 고정관념은 깨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씨와 서 씨는 도피성으로 일본의사국시를 치러, 일본을 찾는다면 실망이 클 수 있다고 조언했다.
서 씨는 "일본 의사도 우리나라 의사들의 수입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시민 의식 교육정도가 상대적으로 높지만 환자들이 의사 말을 잘 들을 것이라는 환상은 금물"이라고 말했다.
홍 씨도 "도피하고 싶다는 심정으로 일본을 찾으면 실망감이 더 클 수 있다"며 "확실한 목표와 비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보의 3년차 홍문기 씨(33, 국립재활원)는 4~5년 안으로 우리나라를 떠나 일본에서 제2의 삶을 시작할 계획이다.
우리나라 의료제도에 염증을 느꼈기 때문이다.
일본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일본어능력시험(JLPT) 1급, 서류접수, 일본어진료능력조사시험, 일본 의사 국가시험 등 4가지 단계를 거쳐야 한다.
홍 씨가 일본의사국시를 준비한 시간은 넉넉잡아 약 2년. 올해 1월 의사국시 합격증을 받아들었다.
"히라가나, 가타카나를 읽을 수만 있는 상황에서 JLPT 1급을 따는 과정이 제일 힘들었습니다. 일본 드라나마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일본어 공부를 했습니다. 의사 국시는 일본어를 몰라도 한자만 읽을 수 있으면 풀 수 있을 정도입니다. 의학 용어 대부분이 한자어이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타국에서 의사 생활을 하려고 한다면 미국보다는 일본이 더 매력적이라고 홍 씨는 강조했다.
"보통 해외라고 하면 미국을 많이 생각하는데 인종차별이나 문화적 장벽 등 난관이 많습니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의료정책 변동도 거의 없다. 제도하나를 바꾸는데 충분한 논의를 거쳐 수년이 걸린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신전문의 제도도 10년 전부터 얘기되던 것이었죠. 몇개월에 한번씩 바뀌는 우리나라와는 엄연히 다릅니다."
홍 씨는 최근 들어 부쩍 해외로 눈을 돌리는 젊은 의사가 늘고 있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일본의사국시 관련 강의를 할 때면 불과 2~3년 전만 해도 듣는 사람이 20~30명 수준이었는데 최근에는 100명 이상이 들으러 온다"며 "직접 운영하고 있는 온라인 카페에도 회원가입과 상담 건수가 늘었고, 매일 2~3통씩의 이메일도 받고 있다"고 현실을 설명했다.
이어 "개원의, 봉직의, 의대생, 학부모 등 관심 범위도 넓다. 특히 갓 개원한 20대 후반~30대 초반 젊은 의사들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의료분쟁조정 자동개시법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관심도는 더 높아졌다"고 말했다.
심지어 자식을 의대에 진학케한 것을 너무 후회한다며 자식이 먹고 살길을 찾아주고 싶다는 의사 학부모의 상담 요청도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이 같은 현상은 최근 대한공중보건의협의회와 대한전공의협의회가 개최한 일본의사국시(JMLE), 미국의사국시(USMLE) 준비 설명회에서도 나타났다.
해마다 수십명에 불과했던 참가자 수가 200여명으로 급증했으며 이 중 의대생만 63명이었다. 공보의와 전공의가 아닌 전문의와 일반의도 각각 3명씩 참석해 설명을 들었다.
대전협 송명제 회장은 이 날 "젊은 의사가 해외 의사국시에 관심이 많은데 무슨 뜻인지 보건당국과 의료계는 생각해봐야 하는 부분"이라고 꼬집었다.
홍 씨도 "개원을 하면 적어도 10년은 해야 하는데 앞으로 의료정책을 예측할 수가 없는데다 좋아질만한 요인 자체가 없다"며 "돈의 문제가 아니다. 의사라는 자긍심을 느끼기가 어려운 현실 "이라고 토로했다.
홍 씨가 우리나라 의료제도에 염증을 느껴 일본으로 눈을 돌렸다면 서동경 씨(30)는 조금 다르다. 일본 중에서도 '홋카이도'가 좋다는 이유만으로 일본의사국시에 도전했다.
그는 공보의를 하던 중인 2013년 일본의사국시를 합격했다. 그리고 삼성서울병원에서 인턴을 한 후 현재 삿포로 도쿠슈카이병원에서 초기 연수의 2년차 과정을 밟고 있다.
서 씨가 일본의사국시를 준비할 때만 해도 관련 정보가 희박했던 상황.
그는 "혼자서 준비하고 공부를 하는 과정이 힘들었다"며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일본의사국시를 준비한다고 하면 괴짜 같고, 유난 떤다는 시선이 있었다. 그런 시선들이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일본에서 초기연수의 과정은 우리나라의 레지던트 과정과 비슷하다. 서 씨는 현재 정형외과에서 수련을 받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는 수련의에게 주어진 일이 있고 그것을 해내야 한다면 일본은 초기연수의를 한 명의 의사라기 보다 교육 대상으로 본다"며 "집중적으로 교육해서 의사를 만드는 과정이라서 많이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좋은 의사로 성장할 수 있는 길을 찾고 있다고 했다.
서동경 씨는 "우리나라, 다른 나라라고 구분 짓지 말고 동부 아시아에 있는 한 병원에서 의사가 환자를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좋은 의사로 성장할 수 있는 길이 있다면 우리나라에서 꼭 취직해야 한다는 국가에 대한 고정관념은 깨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씨와 서 씨는 도피성으로 일본의사국시를 치러, 일본을 찾는다면 실망이 클 수 있다고 조언했다.
서 씨는 "일본 의사도 우리나라 의사들의 수입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시민 의식 교육정도가 상대적으로 높지만 환자들이 의사 말을 잘 들을 것이라는 환상은 금물"이라고 말했다.
홍 씨도 "도피하고 싶다는 심정으로 일본을 찾으면 실망감이 더 클 수 있다"며 "확실한 목표와 비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