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의사가 못하는 것? "환자 손잡고 눈 마주치는 것"

박양명
발행날짜: 2016-09-06 05:00:58
  • 의료윤리연구회 최숙희 회장 "윤리의식 향상 위해 평생교육도 방법"

"앞으로 생명윤리를 아는 의사와 모르는 의사의 차이가 많이 벌어질 것이다."

네 번째 의료윤리연구회 회장으로 취임한 최숙희 신임 회장은 의사들의 윤리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의료윤리연구회 최숙희 신임 회장
의료윤리연구회는 5일 저녁 대한의사협회관 3층에서 제6차 정기 총회를 갖고 4대 회장에 최숙희 교수(가톨릭의대 겸임교수, 서울외과)를 추대했다.

최 회장은 "의사 면허만 따면 평생 가는데 생계유지를 위해서만 갖고 있는 것은 허무한 일"이라며 "보람을 갖고 소명감을 느끼는 의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기술 발전으로 로봇이 진료를 본다고 해도 결국 환자가 바라는 것은 의사가 직접 손 한번 잡아주고, 환자의 눈을 보고 이야기하는 것"이라며 "생명윤리를 모르면 의사라는 직업 자체를 유지하기도 힘들어지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최숙희 회장과의 질의 응답.

의료윤리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산부인과 전문의다. 아이와 엄마, 두 명 모두의 생명을 다루는 과정에서 딜레마가 많다. 막연히 생명에 대해 구체적으로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만 가져왔었는데, 10여년 전 염라대왕 못 만나고 온 사람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많이 아팠다. 병을 겪으면서 생명윤리에 특히 관심을 갖고 공부해보자고 생각했다. 마침 가톨릭대에 생명대학원이 생겼고, 그렇게 생명윤리를 공부하게 됐다.

연구회 운영 계획은?

크게 세 가지 방향을 설정했다. 우선 온고지신이다. 복잡하고 빨리 변하는 사회일수록 옛것이 중요하다. 아직도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고 인문학적으로 성찰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인용하며 창조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우리나라는 빨리빨리를 좋아하는 특성상 옛날이야기를 꺼내는 것을 싫어한다. 우리나라도 좋은 부분이 많다. 인간인 의사가 할 수 있는 것은 윤리적 판단, 지혜 등이다. 의사가 주도권을 잡아야지 디스토피아가 안될 것이다.

두 번째는 하나의 이론으로 모든 상황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서양의학을 배웠기 대문에 외국의 의료 개념, 전문직업성을 여과 없이 적용하는 게 맞는 것인지 모르겠다. 의료는 국가, 민족마다 정치 등 여러 가지와 관계있다. 딱 한가지 개념을 똑같이 적용하는 것은 맞지 않다. 그 사회에 맞는 윤리의 개념 찾기를 해보려고 한다. 물론, 생명존중, 환자 이익 최우선은 기본 가치다. 연구회가 다리 역할이라도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할 것이다.

마지막은 생명윤리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키는 것이다. 근대까지만 해도 의사와 환자 사이 윤리는 당연한 이야기였다. 1970년대 이후 의료가 발달하면서 윤리의 의미가 희석됐다. 앞으로는 생명윤리를 모르면 의사하기가 힘들어질 것이다. 르네상스시대 사람같이 돼야 한다. 다방면을 알아야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같은 부분을 함께 생각하고 전달하는 역할을 연구회가 해야 한다.

주사기나 치료재료 재사용 등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며 의사들의 윤리의식에 대한 지탄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규제와 처벌을 강화하고 있고, 의료계는 자율 규제를 주장하고 있다. 자율 규제에 대한 생각은?

자율 규제가 의사들의 족쇄도 아니고 권위도 아니다. 큰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외국에서는 의료가 발전할 때부터 의사들이 당연히 알아서 해야 한다는 생각 아래 자율 규제를 해왔다. 동료들끼리 서로를 더 잘 안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계약, 신뢰 관계에서 의사 스스로 자율규제를 하는 것이다.

앞으로는 전인적인 의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렇다면 의과대학 교과 과정도 바뀌어야 할 텐데?

물론이다. 일례로 가톨릭의대에는 '옴니버스 프로그램'이 있다. 인문학 전반을 비롯해 종교적인 영성 등 모든 부분을 아우르는 교육을 하고 있다. 이런 교육을 받은 의사와 그렇지 않은 의사 사이에는 환자를 대하는 매너, 공감능력, 윤리의식 등에서 분명 차이가 있었다. 공감능력도 키우기 힘든 부분인데 계속 교육을 하다 보면 바뀌더라. 앞으로 로봇 의사와 차별화하기 위해서는 인문사회학이 대세가 돼야 한다.

의사들이 신뢰를 높이고 윤리의식 향상을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평생교육이 한 방법이다. 적어도 의대 교육을 받았다면, 알면서도 비윤리적인 선택을 하는 의사는 극히 드물 것이다. 이를 전제로 최근 발생하고 있는 일련의 비윤리적 사고들을 보면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한다.

습관이란 게 무섭다. 무의식적으로 하게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새로운 의학 지식만 공부했지, 의식을 못하고 하는 행동들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을 받지 못 했다. 인문사회 분야를 아우르는 교육을 계속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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